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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감자를 강판에 갈고 있는 미소가 더 아름답다
ⓒ 최종수
길이 길을 만나듯 그리운 사람은 언젠가 만나기 마련입니다. 낙향한 삶이 소나무처럼 푸르러서 좋은 사람 강기희 기자, 그와 함께 으슥한 밤길을 달렸습니다. 전조등으로 비치는 동강의 뿌연 물이 계곡을 따라 아래로 흘러가듯이 산속 깊은 곳으로 그리운 사람들이 흘러 들어갔습니다. 보슬 보슬 비에 젖고 있는 좁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널따란 응접실이 등장했습니다. 그 무대에는 두 분의 반가운 사람이 달맞이꽃처럼 우리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모든 이의 어머니처럼 편안한 어머니와 소박한 며느리였습니다.

▲ 입안에서 살살 녹는 감자전, 강판에 감자를 갈고 매운 고추를 썰고 소금간만 하면 되는 꿀맛 감자전 완성
ⓒ 최종수
생각하는 지혜의 동화 <토리 이야기>로 대산 창작기금을 수상한 유진아씨, 자정이 가까운 시간인데도 강판에 감자를 갈아 감자전을 준비하는 그 마음이 아름다운 지혜의 동화 같았습니다. 풋고추가 꽃처럼 피어난 구수한 감자전은 음식하는 것이 취미인 제 몫이었습니다. 오고가는 술잔의 정다움으로 감자전이 모자랐습니다. 다시 강판에 즐거운 감자를 갈아야 했습니다.

▲ 첫 만남인데도 고향 동네 친구처럼 포근했다.
ⓒ 최종수
김게바라, 기희씨, 저에게 오늘은 첫 만남이며 첫 날 밤이었습니다. 투명한 유리잔에 소주가 차오르듯 뜨거운 가슴에 우정과 연대가 차올랐습니다. 고향을 살리기 위해 낙향한 작가와 여름휴가를 낸 신부와 월차를 낸 노동자의 첫 만남은 첫 술에 배가 부르고 말았습니다. 생명과 평화의 아름다운 여정이었습니다.

▲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어머니와의 기념사진
ⓒ 최종수
찐빵을 다 드신 어머니는 정선장에 가서 팔 더덕을 한 봉지씩 담았습니다. 선하고 소박한 어머니, 아름다움은 꾸미지 않는 소박함에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셨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삶을 보는 것 같아 연민과 그리움이 일었습니다. 어머니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 한 장 없는 저에게 기희씨 어머니는 존재만으로도 큰 선물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이 부모님이라는 것을 살아계실 때는 모르는, 반성의 기념사진이었습니다.

▲ 웃음처럼 피어난 우정은
ⓒ 최종수
새벽 3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미주알 고주알 알콩달콩 이야기에서 동강을 살리고 평화를 갈망하는 연대의 장이었습니다. 길이 길을 만나 길을 열어가듯 아름다운 삶이 아름다운 삶을 만나 생명과 평화의 강물로 흘렀습니다. 그 길을 모든 당신과 함께 걸어가고픈 새벽이었습니다.

태그:#강기희, #유진아, #동강, #정선, #감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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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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