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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가 꽃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임재만
24일, 오후가 되면서 비가 그쳤다. 어제 오후부터 내리던 지루한 장맛비가 오늘 오후 돼서야 그친 것이다. 그래서 밖에 나가 화단을 가만히 살펴보니 잠자리와 나비가 창공을 이리저리 그림처럼 날고 있었다. 비가 그친 상쾌함이 묻어 있는 화단 위를 나비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비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잠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취나물 꽃 위에 두 마리의 나비가 앉았다. 가만가만히 다가가 꽃 위에 앉아 있는 두 마리의 나비 모습을 감각적으로 빠르게 촬영하였다. 그리고 더 가까이서 접사촬영을 위해 조용히 다가가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시야에서 갑자기 나비가 사라지고 말았다.

▲ 사마귀가 꽃에 앉아 있는 나비를 막 포획한 모습
ⓒ 임재만

▲ 사마귀가 나비의 머리를 먹으려 하고 있다
ⓒ 임재만
무언가 이상하다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다가 그만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카메라에서 사라진 나비가 어느새 사마귀에게 사로 잡혀 있는 게 아닌가! 무서운 얼굴을 한 사마귀가 앞다리로 나비를 꼼짝 못하게 하고는 머리부터 잡아먹을 태세로 점점 나비의 숨을 조여 가고 있었다. 나비는 겁에 질린 눈으로 이미 포기한 듯 조금의 미동도 없다.

사마귀는 꽃잎 아래 풀잎에 숨어서 먹잇감을 몰래 기다렸던 것이다. 풀잎과 똑 같은 색을 입고 있는 사마귀는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의 눈에도 잘 띄지 않을 만큼 충분히 보호색으로 위장하고 있었다. 나비의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다가 나비가 꽃잎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방심하는 순간 긴 앞다리를 이용하여 순식간에 포획을 해버린 것이다.

비가 그친 상쾌한 오후에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비는 너무 슬픈 운명을 맞이했던 것이다. 곧 사마귀는 먹잇감을 기절시킨 후 굶주림을 채우려는 듯 정신없이 먹기 시작하였다. 잔인하게도 사마귀 놈은 나비의 머리부터 갉아먹기 시작하였다. 그 아름답던 나비가 귀신같이 생긴 사마귀한테 잡혀 잔인하게 먹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처량하고 끔찍하였다.

▲ 사마귀가 나비의 머리를 먹어 치웠다
ⓒ 임재만

▲ 나비의 몸뚱이와 날개가 분리되고 있다
ⓒ 임재만

▲ 사마귀가 나비의 몸뚱이를 정신없이 먹고 있다
ⓒ 임재만
곧이어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는 공중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힘없이 땅으로 떨어지고 몸뚱이만 남았다. 사마귀는 날개가 다 떨어진 몸뚱이를 꽉 잡고 점점 더 식욕을 돋우며 몸뚱이를 거칠게 먹어 치우고 있었다. 한 마리의 고귀한 생명이 소멸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오후에 꽃잎에 앉아 잠시 휴식을 하던 한 생명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생태계의 먹이사슬 구조라지만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때론 생존하기 위해서 동족 간에도 먹고 먹히는 비극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생태계에서는 생산자인 녹색식물을 제외하고 살아 있는 생물은 생존하기 위해 사는 방법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생태계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고 본능에 의하여 살아가는 무서운 생존의 세계라 할 수 있다.

그 주변에서는 거미가 생존을 위해 요새에 거미줄을 미리 쳐놓고 기다렸다가 재수 없이 걸려든 먹잇감으로 느긋하게 배를 채운다. 거미는 숲 속이나 울타리, 지붕 사이에 능숙한 사냥꾼처럼 거미줄을 쳐놓는다. 본능적으로 거미는 어디가 먹잇감을 잘 잡을 수 있는 길목인지 잘 알고 있다.

거미줄 한쪽에 거꾸로 매달려서 꼼짝도 하지 않고 먹잇감이 걸리기를 기다린다. 잠자리나 나비 같은 먹잇감이 날아다니다가 거미줄에 걸리면 꼼짝 못하고 잡힌다. 이때 거미는 거미줄에 걸려든 먹잇감을 서두루지 않고 서서히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한번 걸려든 먹이는 움직일 때마다 점점 조여드는 거미줄로 인하여 절대로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 또다른 사마귀가 앞다리를 웅크린 채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다.
ⓒ 임재만
어떤 동물들은 먹잇감을 잡거나 피하기 위해서 쫒고 쫒기기 바쁜데 거미는 자기의 특기인 거미줄을 이용하여 먹잇감을 잡는 전략을 사용한다. 사마귀가 나비를 먹어 치운 후 옆을 돌아보니 또 한 마리의 사마귀가 도라지꽃에서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머지 않아 또 한 마리의 나비가 희생을 당할 것 같다. 막 일어서려는데 전봇대와 울타리 사이 거미줄에 나비가 걸려들었다.

▲ 거미가 나비를 포획하여 먹으려 하고 있다
ⓒ 임재만
거미는 사마귀보다 느긋한 자세로 이리저리 굴려가며 먹잇감을 탐닉하고 있었다. 거미줄에 걸려 힘이 빠진 나비는 한참 시간이 흐른 후 거미에 의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창공을 아름답게 날던 나비와 잠자리의 평화로운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풀숲에서는 생존을 위한 전쟁이 숨 막히도록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생태계의 생생한 현장이다.

태그:#사마귀, #나비, #생태계, #먹이사슬, #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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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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