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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정아 동국대 교수
ⓒ 연합뉴스 형민우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임은진 기자 = 학·석·박사 학력 위조 사실이 잇따라 공식확인된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신정아(35·여)씨의 거짓말 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동안 신씨가 밝혀 온 허위 학력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를 중퇴한 뒤 미국으로 가서 1994년 캔자스대(The University of Kansas)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복수전공해 학사학위(BFA)를, 1995년에는 경영학석사(MBA)를 받았고 2005년 예일대에서 미술사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는 것이 신씨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관련 대학 당국에 확인한 결과 이는 모두 거짓말로 밝혀졌다.

신씨는 캔자스대에 1992년 봄학기부터 1996년 가을학기까지 5년을 다니긴 했지만 3학년을 끝으로 학부를 그만뒀으며 서울대, 캔자스주립대 경영대학원, 예일대에는 입학한 사실조차 없었다.

신씨와 미국에서 만난 적이 있는 한 캔자스대 대학원 출신 직장인은 "신씨가 영어가 안 돼서 1∼2년 가량 랭귀지 코스(어학연수)를 다니다가 1992년 캔자스대 학부에 등록했는데 졸업은 못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신씨가 그 동안 내세운 이력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며 "2∼3년만에 복수전공을 해서 학부를 졸업하고 1년만에 MBA를 했다는 건데 캔자스대에는 1년짜리 MBA과정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신씨는 1996년 8월 예일대 대학원에 입학해 2005년 5월 졸업했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 또한 기본적인 앞뒤가 맞지 않는 거짓말이었다.

캔자스대에 1996년 가을학기까지 학부 3학년으로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일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은 최소한 3년간 상주하며 코스워크를 치를 것을 요구하므로 신씨가 1996년 8월에 예일대 대학원에 입학하고 1997년부터 국내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이런 모순점으로 인해 신씨의 학력이 가짜라는 얘기는 지난해 말부터 미술계에 파다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신씨가 매우 유명한 논문을 자신의 진짜 박사논문인양 동국대에 제출해 임용이 됐다는 점이다.

신씨가 제목을 포함해 거의 모든 부분을 고스란히 베낀 표절 대상 논문은 에카테리니 사말타노우-치아크마(Ekaterini Samaltanou-Tsiakma)의 1981년 버지니아대 박사학위 논문이다.

이 논문은 1984년 별도의 단행본으로 출간(저자의 이름이 결혼 등으로 일부 바뀜)됐고 근현대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저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신씨는 연합뉴스가 이번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한 지난 8일 전화를 걸어와 "예일대 박사를 받은 것은 맞다. 동국대에서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 논문 작성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일부 비슷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거짓 해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당시 신씨는 "설사 표절을 했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이냐. 내가 교수로 임용된 것은 현장 전문가이기 때문이지 내 논문이 좋거나 내가 뛰어난 학자라서가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불교계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같은 발언을 했다.

이런 대담한 거짓말 행각과 도덕 불감증 때문에 각종 미술 관련 게시판에는 신정아씨를 가리켜 `예술계의 여자 황우석'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날조된 논문으로 `승승장구'하다가 의혹이 제기되자 "(줄기세포가) 1개면 어떻고, 3개면 어떻겠냐. 1년 뒤에 논문이 나오면 또 어떻겠냐"라며 학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의심케 하는 발언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동국대와 광주비엔날레 사무국은 얼핏 보더라도 모순 투성이인 신씨의 위조 학력과 논문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데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됐다.

동국대는 신씨가 2005년 임용될 때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외국박사학위신고필증, 박사과정 성적표 등을 아예 받지도 않았다.

이런 서류들은 공채의 경우 아예 채용공고문에 필수 제출토록 적시돼 있으나 동국대측은 `특채'라는 이유로 이를 받지 않았다.

임용 당시 관련 분야 교수들로부터 의혹이 이미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정아씨가 제출한 `확인서'라는 것을 보낸 뒤 다시 예일대로부터 팩스를 받아 확인하는 허술한 방식으로 검증을 진행한 것도 의문점이다.

게다가 학·석사 취득 학교로 돼 있던 캔자스대측으로부터는 아예 확인을 받지도 못한 상태로 임용이 이뤄졌다.

임용택(법명 영배) 동국대 이사장은 신정아씨 의혹이 미술계와 불교계에 일부 알려지자 이달 2일 간담회를 열어 "공식적이고 적법한 채용 절차와 확인을 거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 사무국 관계자는 "학력위조와 논문표절 얘기가 있었으나 동국대 최고위 관계자가 `아무 문제 없다. 검증 마쳤다. 보증한다'고 말해 그냥 넘어갔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동국대에 책임을 미뤘다.

solatid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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