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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가 6일 노무현 정권과 박근혜 캠프의 폭로전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중인 `민주연대 21`사무실을 찾아가 격려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결국 이명박 캠프는 고소 취소 결정을 내렸다. 말이야 이 후보 처남 김재정씨로 하여금 고소·고발 건을 취소토록 '권유'한다는 것이지만, 지금 이 마당에 처남이 대통령이 되려는 매형의 요청을 거절할리 없기에, 이 후보 캠프가 고소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명박 캠프가 여러 부담을 무릅쓰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제2의 김대업 사태'에 대한 우려이다. 검찰수사가 장기화하여 계속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어 상처를 입게 되면, 당장 당내 경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부담이다.

두 번째로는 당 지도부의 강력한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운명을 검찰의 손에 맡기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당 지도부의 우려를 받아들인 것이다.

더 큰 문제 낳게 될 고소 취소 결정

이러한 고려사항들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의 고소 취소 결정은 그보다 더 큰 문제들을 새로 낳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모양새가 좋지 않다. 애당초 이 사건을 검찰에 들고 간 것은 이명박 캠프였다. 검찰이 수사에 나설 근거는 자신들이 제공해놓고, 막상 수사가 진행되니까 이를 번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을 드러내게 되었다. 국가경영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캠프가, 정작 자신들의 정치적 사활을 좌우할지 모르는 사안에 대해 이랬다저랬다 하는 능력 부재의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일관성 없는 태도로 인해 체면을 깎이게 된 것은 그렇다 치자. 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러면 이명박 후보는 자신에 관해 제기된 의혹들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명박 캠프의 고소 취소는 결국 검찰수사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비쳐지게 되어있다. 당장 박근혜 캠프측에서는,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것이 두려워 고소 취소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 한나라당 이명박 전서울시장측 박희태 선대위원장이 11일 오전 선대위원장단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재정씨 고소.고발 취소 권유 결정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김병만

고소 취소해도 의혹은 살아있다

이명박 캠프의 기대대로 검찰수사가 중단된다면 이 후보는 부담을 털고 가게 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명박 캠프는 검찰수사를 막기 위해 고소 취소를 한 것으로 되고, 제기된 의혹들은 진위여부에 대한 결말을 보지 못한 채 '살아있는 의혹'으로 계속 자리하게 되어 있다.

이명박 후보가 만약 당내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된다 하더라도 대선정국 내내 그 의혹의 부담을 안고가야 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그렇게 보면 이명박 캠프의 고소 취소 결정은 김재정씨의 고소에 이은 또 한번의 자충수라고 할만하다.

김재정씨가 고소 취소를 해도, 다른 고발건들이 계속되는 한 검찰수사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게 되어있다. 강도와 범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선정국 내내 검찰수사는 어떤 형태로든 진행될 것이다. 어차피 진행될 검찰수사를 이명박 캠프는 일단 피하고 보려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이명박 후보는 국민들 앞에서 좀더 분명한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정말로 억울하고 자신이 있다면 검찰수사가 그대로 진행되도록 하여, 털고 가는 길을 택했어야 했다. 당 지도부의 요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미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버린 이들 사안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이었다.

그리고 제기된 의혹들 가운데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다소의 흠결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모습이 필요했다. 또한 만약 대통령 후보로서의 결격사유가 될 정도의 문제가 있다면 대선을 포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렇게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의 사실성이 어느 정도냐에 상관없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버린 의혹들을 정면돌파 하지 못하는 모습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접근방식으로는 유감스러운 것이다.

▲ 형민우 기자 = 검찰이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 고소사건 수사에 들어간 가운데 11일 광주 5.18기념문화회관에서 열린 광주지역 선대위발대식에 참석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형민우

국민에게 분명한 설명 내놓아야

이명박 후보는 검찰수사는 일단 중단시키거나 최소한 제동을 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살아있는 의혹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더 큰 부담과 숙제를 안게 되었다.

이명박 캠프에서는 한나라당 검증위원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얼마전 후보들에게 면죄부만 주는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미 '해명위원회'라는 오명을 얻은 바 있는 검증위가, 국민이 신뢰할만한 검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혹 철저한 검증을 했다 하더라도 그 객관성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명박 후보는 당장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큰 길을 가기를 피했다. 그러나 고소 취소의 선택은 그를 두고두고 의혹의 대상으로 자리하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위험이 커 보인다.

자신과 관련하여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국민들에게 어떻게 분명한 설명을 내놓을 것인지, 이제라도 이명박 후보는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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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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