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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언론엔 '사즉생(死卽生)'의 정신이 없다. '사즉생'을 실천하지 않는다고 비판할 순 없으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한국일보> 6월 27일자에 실린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글에선 뭔가 수상쩍은 뉘앙스가 풍긴다. '대안저널리즘'이란 제목부터가 우선 심상치 않다. 대학입시 내신문제를 둘러싸고 교육부와 일부 대학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싸움을 지켜보면서 새삼스럽게 '우리 언론, 이대로 좋은가?'라는 화두를 꺼내든다.

교육부와 대학 싸움을 중계만 하는 언론행태를 꼬집었다. "민생과 직결된 의제들에 한해 언론이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건 시대적 요청"이라며 '사즉생'을 실천하지 않는 언론을 질타했다. 사즉생이라는 비장한 카드를 제시한 내막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언론은 '왜?'에 무게두지 않나?"

▲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준비해 온 <선샤인뉴스> 창간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 박주현
강 교수는 <인물과 사상> 7월호에서 더 큰 화두를 던졌다.'지도자 민주주의는 숙명인가?'란 제목의 글에서다. 정당 민주주의 대신 지도자 민주주의로 가고 있는 원인을 크게 네 가지로 분석해 제시했다.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영웅이 모든 걸 해결해주길 바라는 '영웅대망론', 이념과 같은 추상보다는 사람에 더 잘 빠지는'정(情) 문화',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모든 걸 빨리 해결하고 싶어 하는'빨리빨리 문화', 기득권 구조에 대한 강한 '불신과 저항'이 인물 중심주의를 싹틔웠다고 한다.

그러더니 글 말미에서 다시 언론에 책임을 물었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정치투쟁 중계보도' 관행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왜?'에 무게를 두는 분석기사·해설기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중동의 패권이 지속·강화되는 현실에선 그마저 기대하기 어려우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하고 개탄스러워한다.

그런 강 교수가 도저히 참지 못했는지 다시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고야 만다. 7월 4일자 <한국일보> 칼럼 '지방은 한국의 미래다'에서 "이 글을 쓰는 나부터 치열하게 성찰하면서 지방언론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걸 약속드린다"며 그 이유는 "지방은 한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과거 지역 언론의 원론과 현실을 말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더러 탓하긴 했어도 '헌신'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성찰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강도 높은 성찰과 다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궁금하기도 했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의 연구실을 찾아 나선 것은 6일 오후다.

연구실서 학생들과 대안언론 싹 틔워

아닌 게 아니라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학생들과 함께 인터넷 신문 창간준비를 해오고 있었던 것. 그것도 서너 평 남짓한 그의 연구실이 중심무대였다. 강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막판 창간 작업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왜?" 외에는 달리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답변은 통쾌하게 쏟아져 나왔다.

"해보다 안 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물러설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와 참여 학생들의 모든 걸 건 모험이다."

구체적인 콘텐츠를 묻기도 전에 비장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터뷰 장소와 시간을 달리 할 필요도 없었다. 마침 그동안 창간을 준비해 온 학생들과 창간(7월 7일 오후 7시)을 하루 앞두고 6일 오후 2시부터 막판 기획회의를 공개적으로 실시한 때문이다.

서울 중심적 사고·행동으로 인한 지방의식의 내부 식민화와 소통부재를 늘 걱정해 온 그가 교수생활 19년만에 드디어 폭발한 것일까. 신문방송학과 학생들과 함께 한 달 전부터 <선샤인뉴스(sunshinenews)>라는 제호의 인터넷신문 창간을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이다.

"끝까지 책임을 지고 지도할 생각"이라고 말하는 강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창간사와 지역민, 대학 졸업생들에게 보낼 편지, 앞으로의 계획 등이 담긴 서류를 인터뷰 자료 대신 내밀었다. '왜 <선샤인뉴스>가 필요한가?'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언급한다.

한 마디로 '그간 사회의 밝은 면을 다루는 선샤인뉴스가 희소했기 때문'이란다. "뉴스가치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그는 "밝음과 어두움 사이의 균형을 위해 더 많은 선샤인처럼 밝은 뉴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뉴스 발굴할 것"

▲ <선샤인뉴스> 창간 멤버들이 홈페이지 오픈식을 하루 앞두고 진지하게 회의하는 모습.
ⓒ 박주현
강 교수는"미리 김칫국 마시는 것 같아 저어되긴 하지만, 우리가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아냥을 넘어서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여 전국에 파급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역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사랑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 기쁨은 해맑은 선샤인뉴스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1년 365일 내내 앞뒤로 <선샤인뉴스>와 함께 '전주를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로'라는 글씨가 크게 박힌 티셔츠를 입고 전 직원들이 매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시내 구석구석을 청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냥 쓰레기만 줍는 게 아니라 거리 청소를 취재의 기회로 삼아 매일 청소를 끝내고 각자 짧은 소감과 제언을 선샤인뉴스에 올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시민들을 감동시켜 짧은 시간 내에 선샤인뉴스와 시민개혁운동이 지역뿐만 아니라 국내 또는 전 세계로 펼쳐나가도록 한다는 당찬 각오다.

강 교수가 그토록 언론의 사즉생을 강조해 온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너무 혹독한 출발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선샤인뉴스> 탈퇴자가 나올까봐 염려되긴 하지만 이 정도의 각오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선샤인뉴스>를 지역발전과 개혁의 센터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다시 힘주어 말한다.

"가장 중요한, 진짜 공부는 팀워크"라고 말하는 강 교수는 참여 학생들에게 '연구하며 실천하는 자세와 더불어 양보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자세'를 거듭 주문하고 있었다. 사즉생의 각오로 무장된 <선샤인뉴스>가 지역언론과 시민들에게 어떤 변화와 반응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사즉생의 각오라면 못할 것도 없다"

▲ 선샤인뉴스 유철미 편집장.
ⓒ 박주현
다음은 7월 7일 7시를 기해 홈페이지를 열 예정인 <선샤인뉴스> 유철미(전북대 신방과 4년) 편집장과의 일문일답.

- <선샤인뉴스>가 지향해 나갈 방향은?
"지역의 밝은 뉴스를 생산해 공급하겠다. 기존의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긍정과 낙관을 기조로 삼는 새로운 기풍을 진작시킬 것이다."

- 준비는 언제부터 누가 주로 추진해왔는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3~4학년 학생과 졸업생들이 지난 6월 초 부터 준비해 왔다. 지역의 밝은 뉴스를 생산해 공급함으로써 지역언론의 혁신과 지역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주로 강준만 교수 연구실에서 한 달 동안 주야간 창간준비 작업을 해왔다."

- 조직은 어떻게 구성됐나?
"강 교수는 그동안 지도교수를 맡아 창간을 지도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지도를 이끌 것이다. 내부조직은 편집장을 중심으로 취재·보도팀(팀장 성재민, 신방과 3년), 기획·홍보팀(팀장 김영신, 신방과 3년), IT·디자인팀(팀장 백준영, 신방과 4년)으로 구성됐다."

- 어려움은 없었는가?
"다들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큰 어려움은 없다. 좋은 사회적 경험이 될 것이란 기대가 더욱 크다."

- 앞으로의 계획은?
"행운의 숫자 3개가 일치하는 7월 7일 7시(쓰리 세븐)를 기해 홈페이지가 오픈될 <선샤인뉴스(www.sunshinenews.co.kr)> 는 지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을 투영할 수 있는 거울 역할을 해낼 계획이다."

태그:#강준만, #지방, #서울, #언론, #선샤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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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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