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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 여행은 일률적인 룰에 따라서 여행 코스와 내용이 결정된다. 사진은 만리장성 빠다링
ⓒ 조창완
다시 안타까운 항공 사고가 일어났다. 우리 여행객 13명 등 22명이 탑승한 항공기가 캄보디아 남부에서 추락한 것이다. 우선은 한명이라도 생존자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기자는 여행업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일을 접할 때마다 뜨끔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여행사의 손님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동종 업계에서 느끼는 불안은 공유되기 때문이다.

사고의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저가 패키지 여행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평가가 대부분이다. 공감되는 부분도 많다.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일어난 비극이 맞다.

지난 수년간 앙코르와트가 개발되면서 다양한 상품들이 개발됐다. 앙코르와트에 연간 22만명 정도가 간다면 하루에 600명 가까운 이들이 그곳에 방문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곳은 열악한 환경과 저가 상품으로 인해 인프라가 거의 개선되지 않은 지역 가운데 하나다. 우선 여행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은 항공료에 미치지 않는 20~30만원대의 여행상품이 출몰하는 것이다. 저가 상품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폭리로 거듭되는 쇼핑, 저렴한 이동 노선을 찾기 위한 무리한 경쟁 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잊혀지겠지만 그래도 이런 사고들이 일어나는 원인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저가 패키지(일명 팩) 함정을 다시금 분석해 본다.

저가 패키지와 안전 불감증

▲ 베이징 수도 공항의 홈 모습
ⓒ 조창완
저가 팩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 불감증이다. 여행 상품의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지의 인프라다. 인프라는 교통, 호텔, 식사 등 전반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 여행 상품 개발에 가장 큰 주안점은 여행객의 호기심 유발로 인한 성공 가능성이지 안전이 아니다.

사실 이번 사고와 같은 대형 안전사고는 예측이 불가능한 일이지만, 일반 여행 상품에 역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가장 큰 것은 여행지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6월초에도 베이징을 여행하던 한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한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고, 지난해는 장자지에를 방문한 여행객이 실족되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여행지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가령 최근에 주목받는 티벳은 고산병으로 인해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티벳 여행단 가운데 안전 사고를 대비하는 팀은 극히 미약하다. 고산병은 사망으로 가지 않더라도 신체적 트라우마를 부르고, 적지 않은 후유증을 동반한다. 하지만 여행자들은 막연히 '나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여행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여행자들이 고산증으로 여행을 망치고, 그 가운데는 신체적 트라우마로 장기간 고통을 겪는 이들도 있는 게 현실이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여행사 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에게 안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무시되는 게 일반적이다.

▲ 베이징의 타 판매망인 톈푸. 시장보다는 비싸지만 좋은 품질을 괜찮은 가격에 구할 수 있다
ⓒ 조창완
저가 여행의 가장 큰 문제는 별도의 추가 비용이다. 우선 도착 후 예정된 가이드 팁은 물론이고 추가 팁이나 진행비 등을 명목으로 돈을 요구받는 게 일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쇼핑이다.

현지에서 여행을 진행하는 여행사(랜드사)들은 여행 진행 경비는 물론이고 인두세(여행자당 오히려 돈을 줘야 하는 비용)까지 줘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온 손님을 랜드사는 가이드에게 다시 전가한다. 그러면 가이드는 여행 비용 전반을 책임지고 자신의 이윤까지 뽑아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쇼핑 커미션이나 팁, 옵션일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거는 것이 쇼핑 커미션이다. 3박4일 여행자는 최소 5개에서 10개까지 쇼핑센터를 방문한다. 문제는 쇼핑센터의 상품이 턱없이 비싸고 질도 낮다는 것이다.

▲ 상하이에서 가장 많이 가는 임시정부 청사. 새로운 코스 개발이 시급하다
ⓒ 조창완
최근에 방송을 통해 베이징 병원 방문의 문제점이 보도된 후 흥미로운 것은 현지 랜드사들이 한국에 요구하는 진행비를 1인당 50불 가량 올린 것이다. 과거 현지 진행사들이 약방에 방문했을 때 수익이 50불 정도가 됐다는 것을 역으로 증명하는 예다. 이런 쇼핑 폭리는 익히 알려져 있는데, 일반 차점에서 살 수 있는 꽃 모리화차(공예차)는 100그램에 10위안 전후면 살 수 있지만, 여행자 쇼핑센터에서는 10배 정도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게 일반적이다. 진주나 옥 같은 경우 보통은 10배 이상 가격에 팔리고, 그 폭리는 가이드나 여행사의 비용으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쇼핑 여행의 가장 큰 문제는 여행자들이 여행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보통 오전 7시 정도면 여행이 시작되어 밤 9시 정도에 하루 일정이 끝난다. 14시간의 강행군이 담보하는 것은 여행의 질이 아니라 쇼핑센터에 더 들러야하는 것과 실제 손님들이 개인적으로 시장을 방문했을 때 아는 물가와의 차이를 감지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다.

때문에 패키지 손님이 공식일정에서 빠질 경우 여행지 입장료나 식사 등의 비용을 환불받는 것이 아니라 1인당 30불에서 50불 가량의 이탈 수수료를 내는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에 문제가 커지는 것은 여행자와 가이드들 간의 반목이다. 가이드들은 쇼핑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데, 손님들은 다양한 정보를 통해 현지 물가를 알아가고 있어 갈수록 쇼핑 커미션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럴 경우 가이드들은 노골적으로 여행 가격을 말하면서 손님을 협박하고, 때로는 차량운행을 정지하는 등의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안전하게 여행하는 방법

▲ 티벳의 남초. 티벳은 고산병에 대한 충분한 인지와 대비가 필요하다
ⓒ 조창완
새로운 세계를 보는 여행은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일단 자신이 가는 여행지나 여행 조건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이용하는 항공기도 확인해 수용인원 50명 이하의 항공기는 피하는 게 좋다. 중국에서도 사고가 나는 항공기의 상당수는 50명 이하의 소형 항공기인 만큼 미리부터 피하는 게 좋다.

또 자신이 가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티벳이나 윈난, 실크로드 등은 고산병, 폭우, 폭염 등의 악조건이 도사리는 만큼 충분히 준비해야만 안전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다.

안전한 여행 조건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식은 정당하게 여행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다. 저가 패키지로 갔다고 하더라도 여행자는 쇼핑이나 팁, 옵션을 통해 나머지 비용을 지출하는 게 당연한 원리다. 미리 정당한 여행 비용을 지불하고 노팁/노옵션은 물론이고 노쇼핑 상품을 고르는 게 안전하고, 알찬 여행을 만든다. 또 정보가 충분한 지역은 항공과 호텔을 묶은 에어텔 등의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지혜로운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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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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