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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에 실려 있는 '궐기대회 홍보' 공문(왼쪽)과 이 공문에 첨부된 문서.
ⓒ 윤근혁
"사학법 재개정 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하였으니 각급 학교 법인 이사장께서는 경영학교장을 독려하시어 경기도내 각 법인에서는 20명 이상의 인원이 참석하여 사학인의 강렬한 의지를 표출할 수 있도록 특별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이 같은 내용이 적힌 공문이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진춘)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지난 18일 이 지역 223개 사립 초중고에 일제히 발송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전자문서시스템은 정부 시책 등을 알리기 위해 가동하고 있는 행정 전산 공문망이다. 이 시스템에 접근해 공문을 발송할 수 있는 권한은 교육청과 해당 학교 교장에게만 주어진다.

공문을 받아든 학교 교직원 일부는 "경기도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이 어떻게 반정부 성격의 집회에 인원을 동원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경기지부(지부장 유정희)는 이날 오후 경기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참교육 연수 공문도 전자문서시스템으로 보내지 못하게 한 교육청이 궐기대회 홍보 공문을 보내도록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20명 이상 사학법 재개정 궐기대회에 참석하라"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이 공문은 내용에서 국회의원 낙선운동 등 정치활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행법은 사립학교 교직원에 대해서도 국공립 교직원과 같이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공문은 "우리 사학 관련단체에서는 사학법의 재개정을 반대하는 정치권과 일부 국회의원에게 그의 부당성을 널리 호소하였으나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도 계속 재개정을 반대할 경우, 그네들을 정치권 밖으로 퇴출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지난 6월 15일 낙선 운동본부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학 단체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여는 '사학법 재개정 촉구 궐기대회'를 소개하면서 '법인에서는 20명 이상의 인원이 참석하라'고 인원을 할당했다.

문제의 공문에 적혀 있는 발신자는 경기 O고등학교장. 이 학교의 김 아무개 법인이사장은 경기지역 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사학법인협) 회장이다. 그런데 이 공문은 김 회장의 지시에 따라 O고 행정실장이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사학법인협 관계자가 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에 직접 접속할 수는 없지만 학교 행정실장은 교장 명의로 접속이 가능하다. 이 학교 행정실장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시스템에 접근한 것. 결과적으로 교장 명의를 도용해 경기도의 223개 사립 초중고에 공문을 보낸 셈이다.

공문을 경기도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보낸 이유에 대해 경기 O고등학교 행정실장은 "이사장님이 사학법인협 회장인데 다른 사학법인으로 직접 팩스로 보내면 실종되는 경우가 많아 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을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학법인협 사무 책임자이기도 한 그는 또 "(전자문서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관인이 없기 때문에 우리 학교의 '교장'을 발신자로 한 것"이라면서 "교장은 공문을 보낸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 아무개 경기도교육청 총무과장은 "사학들이 (행정전산망의 성격을) 알지도 못하면서 이 전자시스템을 이용해 공문을 보낸 것 같다"면서 "문제가 있는 만큼 실태조사를 한 뒤 적당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학법인협, #경기도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 #사학법 재개정, #궐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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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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