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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노사모...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의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12월 15일 오후 당사에서 열린 희망돼지 수거의 날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007년 노사모... 16일 밤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제8차 노사모 전국총회 장면. 개회식에 앞서 열린 문화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춤을 추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노사모)'이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총회를 열었다. 노사모 초기 구성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떨어져나간 상황에서 노사모를 새삼 거론하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망설여진다.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할까도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쓴다. 총회가 "노 대통령과 함께 큰 일 한 번 또 하자"고 결의했기 때문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드리자고 뜻을 모아서도 아니다. 오늘, '2002년 노사모'가 향수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2002년 노사모는 한국 정치사의 한 장을 새롭게 썼다. 먹물들 대다수가 수구세력의 집권을 기정사실화하며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을 때, 노사모는 곰비임비 뜻을 모았다. 마침내 수구세력과 각을 세웠던 정치인 노무현을 당선시켰다. 풀뿌리 정치운동의 새로운 전형이었다.

나는 지금도 노사모가 그립다

그 날의 열정적 민주시민들이 그리운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다. 한국의 정치판이 2002년 그 때와 꼭 닮았기 때문이다. 이회창보다 심하면 심했지 나아보이지 않는 후보들이 유력주자로 신문지면과 방송화면을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누구를 가릴 것도 없이 온갖 추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른바 범여권은 '도토리 키재기'다.

민주시민들이 절망을 느낄 법 하다. 물론 절망의 뿌리는 깊다. 무엇보다 대통령 당선 뒤 노사모의 좌절을 들 수 있다. 노사모 초기의 열정적 지지자들이 기대했던 정치인 노무현과 실제 대통령 노무현은 큰 차이가 있거나 반대 쪽으로 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기 노사모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조차 개탄할 만큼, 노사모는 무조건 지지로 흘러가고 있다. 그 양상은 크게 두 흐름으로 나타난다.

첫째, 대통령에 대한 어떤 비판도 받아들이지 않는 흐름이다.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무조건 반발한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정치칼럼마다 무조건 비호하는 글이 홍수를 이루는게 대표적 보기다. 사실과 전혀 다른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비방과 저주를 담은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논지의 명확성을 위해 구체적 보기를 드는 걸 양해하기 바란다. 지난 칼럼(당신은 아직 절망할 자격이 없다)에 실린 댓글을 보자. 가령 "한 자리 차지하지 못한 한풀이"라는 댓글과 그 칼럼은 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가. 그것이 사실이 아님은 누구보다 대통령 측근들이 잘 알고 있다. 칼럼을 자신의 '출세'를 위해 쓰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지식인이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 칼럼을 그렇게 바라볼 때 언론의 영역은 사라진다.

둘째, 진보적 시각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면 '민주노동당원의 주장'으로 몰아치는 흐름이다. 과연 그래도 좋은 걸까? 여기서도 사실과 진실, 옳고 그름은 실종된다. 모든 글이 정파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아예 용감하게 단언하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는 댓글이 특정 정파의 '선전문' 차원으로 전락하는 모습은 안쓰럽다.

가랑비에 옷 젖는 걸까. 인터넷 전반이 시나브로 파당화하고 있다. 수구세력을 대변해온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를 우리가 비판하는 까닭은 저들이 자신의 논지나 사익을 위해 사실 왜곡이나 색깔 공세까지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볼 때다. 인터넷 댓글문화가 닮아가고 있다. 인터넷이 언론개혁의 견인차가 되길 기대해온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정치 전진시킨 노사모가 이제는

▲ 지난 2003년 12월 19일 밤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당선 1주년 기념 행사 `리멤버(Remember) 1219`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래서다. 무조건 지지자들에게 간곡히 강조하고 싶다. 인터넷 공론장마저 모든 것을 정파적 잣대로 바라볼 때, 한국 정치에 희망은 없다.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쓴 '국민주권 운동' 제안에도 댓글과 편지로 정파적 의도를 캐묻는다. 민주시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온전히 누리자는 운동을 펴나가자는 제안마저 정략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어떤 정치 담론이 가능한가. 한국의 퇴행적 정치 문화를 누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실제로 수구 정치세력이 다시 활개치고 있지 않은가.

아직도 노무현 비판에 무조건 반발하고 싶거든 왜 노 대통령이 참석한 6월항쟁 기념식에 정작 박종철의 아버지와 이한열의 어머니가 참여하지 않았는지를 깊이 성찰해볼 일이다. 과연 그 분들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인가? 민주노동당을 위해서인가?

2002년 한국 정치는 노사모로 한 걸음 더 전진했다. 하지만 노무현을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금 한국 정치가 뒷걸음치는데 앞장서고 있다. 저 빛났던 '노사모'의 2002년과 오늘을 비교하면, 한국 정치사에 노사모가 어떻게 기록될까 우려가 앞선다.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노사모를 만들었던 초기 열정적 민주시민들이 할 일은 아직 많다. 당장 2007년 대선정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치판을 환호할 때는 결코 아니되, 그렇다고 환멸할 때는 더욱 아니다. 그래서다. 2002년 노사모를 만들었던, 그 초기의 열정적 민주시민들이 그립다. 그 빛나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태그:#손석춘, #노사모, #노무현, #대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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