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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의 '대통령 탄핵' 원내사령탑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사진)이 박근혜 대선 예비후보의 '수호신'으로 돌아왔다.

박 후보의 경선대책위원장을 맡은 그는 12일 서울 여의도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경선은) 본선에서 절대 역전패 당하지 않을 사람, 어떤 경우에도 승리를 놓치지 않을 사람을 가려뽑는 절차"라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재산 형성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며 당 내부는 물론, 범여권의 집중공격을 받는 이명박 후보가 결국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악몽이다"

이 후보를 "장점 많은 분" "동년배이고 친구"라고 추켜세운 홍 위원장이지만, 이번 경선에 임하는 그의 각오는 대단했다. 상대 후보를 향한 검증 공세를 자제하라는 당 지도부의 '고언'에는 이렇게 답했다.

"성경에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길가에 돌들이 외치리라'는 말이 나온다…(중략)…저렇게 (검증을) 막아놓으면 더 험한 말을 쓰는 사람들이 그 문제를 들고 나올 거다. 예상대로 어제 야당으로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구체적 자료를 들고 여당 의원들이 더 험하고 모진 말투로 몰아세웠다. 진즉 우리가 자유롭게 얘기했으면 점잖게 묻고 해명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온갖 모진 말을 다 들었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서도 '악몽'이라고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겠다. 이미 한국은 물부족 국가 단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나라 물은 한강·낙동강 물이 거의 전부다. 이 물을 운하로 훼손하고 오염시키면 4년 후 공사가 끝나고 5년 뒤에는 우리가 대선 후보를 내놓을 수 있겠나? 남한 전체의 면적이 중국의 충칭보다 조금 크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강 두 개를 연결하고 대(大)자 붙이면 1200㎞짜리 남수북조(南水北調 : 물이 풍부한 중국 서부의 물줄기를 동부로 연결하는 사업) 공사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나? 대(大)자만은 제발 뺐으면 한다."

홍 위원장과 이 후보의 5년 전 '악연'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홍 위원장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그해 3월 당내 경선에 참여하려고 했는데, 그의 맞수가 지금의 이명박 후보였다.

홍 후보는 그 해 1월 말 서울 여의도에 선거캠프를 마련하고 당내 선거운동을 의욕적으로 펼쳤지만, 3월 7일자 <중앙일보>의 대의원 조사에서 자신(36.5%)이 이 후보(53.1%)에 16% 가량 뒤처지는 결과가 나오자 큰 충격을 받았다.

홍 위원장은 이틀 뒤인 3월 9일 서울시장 경선 참여를 포기했고, 이틀 뒤에는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반드시 보여 주겠다"고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당시 한나라당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이명박이 당내 경선에서 대의원들을 상대로 지나치게 '물량' 공세를 펴는 것에 홍 위원장이 크게 분노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 지도부의 만류로 홍 위원장의 무소속 출마는 실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홍 위원장이 당내 경선을 포기하지 않았거나 서울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했다면 이 후보의 행로에도 큰 변화가 있었을 지 모른다.

홍 위원장이 '돈' 문제로 이 후보를 공격했던 전력도 지금 시점에서 다시 관심을 끈다. 지금의 이 후보를 가장 크게 괴롭히는 게 바로 '돈(재산)' 문제이기 때문이다.

후보 사무실을 나서는 홍 위원장에게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포기한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그는 "생전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제일 싫어하는 게 옛날 얘기를 다시 하는 것"이라며 웃음으로 말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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