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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 자전거 박물관. 국내서 유일하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1930년도부터 일본이 독자적인 기술로 생산한 자전거로서 당시 1대의 가격이 쌀 10가마 상당으로 판매된 고급 자전거이다. 상주시 남성동 강효일 증."

상주 자전거 박물관에 가면 이렇게 오래된 자전거를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자전거 박물관은 이 곳이 유일하다.

지난 24일 상주 자전거 박물관을 찾았다. 140평의 좁은 실내엔 자전거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었다. 실내 헬스용 '원숭이 자전거', 축구공이 바퀴 역할을 하는 자전거, 앞바퀴가 두 개인 세 바퀴 자전거, 네 바퀴 자전거, 높이가 2m 84cm인 5층 자전거 등 다양하다. 자전거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놀랍다.

▲ 5층 자전거. 길이가 3m 정도 된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 축구공 자전거. 과연 굴러갈까?
ⓒ 오마이뉴스 김대홍
최신 기술을 접목한 자전거들도 있다. 자전거 속도에 따라 기어가 자동 변속되는 자전거, 체인없이 기어로 가는 자전거, 뒤로 밟아도 앞으로 가는 '양방향 페달링 자전거' 등은 현대 기술의 산물이다.

그런데 눈길이 가는 것은 이색 자전거보다 세월의 때가 켜켜이 묻은 옛날 자전거다.

우편배달부가 타고 다녔을 것 같은 오래된 빨간 자전거 앞에 낡은 우편 가방이 실려 있다. '스릉 스릉' 하며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네 바퀴 자전거. 자전거가 두 바퀴란 것은 고정관념.
ⓒ 오마이뉴스 김대홍

▲ 세바퀴 자전거.
ⓒ 오마이뉴스 김대홍
1900년대 초반 상주 시내를 누빈 자전거도 여러 대 볼 수 있다. 후지 자전거를 비롯 미야타(기아 엠) 자전거 등이 당시 생산된 자전거였다. 이 중 미야타 자전거는 1940년대 우리나라에 대량으로 보급된 자전거라고 한다.

놀라운 점은 당시 자전거들이 지금 봐도 고급스런 명품자전거라는 점이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안장에선 윤기가 난다. 체인엔 매끈한 덮개가 씌워져 있고, 몸통은 무척 튼튼하다. 손잡이에도 장인의 솜씨가 느껴진다. 지금 밟아도 곧장 나갈 것 같다.

하긴 놀랄 일도 아니다. 당시 자전거 한 대 가격이 쌀 몇 가마 가격이었으니 지금으로 치면 고급 승용차인 셈이다.

브레이크가 지금 방식과 거꾸로인 자전거도 있다. 레버가 앞쪽으로 올라가게 돼 있는데, 브레이크줄을 속에 감춰 깔끔하게 처리하는 멋이 있었던 것 같다.

▲ 상주시민 조성채씨가 타고 다닌 자전거. 1947년 미야타 자전거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상주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도 전시돼 있다. 1947년 만들어진 자전거로 조성채씨가 기증했다. 조성채씨는 1967년 상주군청에 근무할 때 1947년산 일제 미야타 중고자전거를 당시 쌀 한가마니 가격인 2800원을 주고 구입해 최근까지 타고 다녔다. 조씨는 이 자전거를 타고 매일 직장까지 10km 왕복했다고 한다.

▲ 1900년대 초반 한 자전거에 달린 브레이크. 지금 보면 이색적이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자전거 전시장 한쪽엔 자전거 체험장이 있지만, 워낙 작아 성인이 타고 페달을 돌리긴 불가능이다.

건너편엔 자전거 관련 책이 있다. 만화 <내 마음속의 자전거>를 비롯,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늘로 돌아간 세발 자전거>, <아빠와 함께 하는 스페인 자전거 여행기> 등 여러 권의 책이 꽂혀져 있다. 모두 옛날에 나온 책으로 최근 나온 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 1800년대 초반에 나온 드라이지네. 페달이 없어 안장에 앉은 상태로 발을 굴려야 했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책장 앞엔 상주시 입체지도가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전체 자전거 도로 현황을 볼 수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남산 자전거도로를 비롯 외곽자전거도로에 불이 환하게 들어온다. 이중 외곽자전거도로는 정확히 도심을 감싸고 있어, 서울의 '외곽순환도로'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전체를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40분 정도. 긴 시간은 아니다.

둘러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단지 자전거가 전시만 돼 있다는 점이다. 세계 자전거의 역사, 우리나라 자전거의 역사, 자전거를 빛낸 인물들, 상주시 자전거 문화, 자전거와 통계 등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풀어도 한참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 곳 전시장에 단지 자전거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다. 자전거 영웅 엄복동에 대해서도 이곳 자전거 선수인 박상헌 선수와 찍은 사진 한 장이 전부다. 기증자들도 자전거에 얽힌 사연이 있을 텐데, 이름만 쓰여 있을 뿐이다.

▲ 불이 들어온 곳이 외곽자전거도로. 도심을 감싸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이 곳 전시장엔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주시는 앞으로 전시장을 낙동강변으로 옮길 계획이다. 낙동강 자전거길쪽으로 전시장을 옮겨 연계효과를 좀더 높이겠다는 뜻이다. 또한 공간이 비좁아 전시하지 못했던 물건들도 좀더 들여놓을 계획이다.

지금 터 공사가 한창이다. 그 때가 되면 자전거 박물관이 두고두고 찾는 명소가 될 수 있을지. 지금은 하루 평균 200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한다.

태그:#자전거, #상주, #자전거 박물관, #조성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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