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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돼지 도살' 관련 비난 글들. ⓒ경기도 이천시
지난 22일 군부대가 경기도 이천시로 옮겨가는 것에 반대하는 일부 이천 시민들이 국방부 청사 앞 집회 중 벌인 '돼지 도살'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네티즌들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이천시 비대위 "계획 없던 일이지만 진심으로 사과"

돼지의 네발을 줄로 묶어 당겨서 죽인 '돼지 도살' 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지난 23일 오후부터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군부대 이전반대 이천시 비상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김태일·신광철)는 24일 사과문을 냈다.

'돼지 능지처참'?

언론과 네티즌들은 지난 22일 이천시 일부 주민들이 서울 국방부 앞에서 벌인 집회 중 돼지의 사지를 줄로 묶어 찢어 죽인 사건을 '돼지 능지처참'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능지처참'(陵遲處斬)은 팔다리와 어깨 등을 잘라내고 마지막에 목을 베어 죽이거나, 죄인의 살점을 조금씩 베어내서 극도의 고통을 가하고 죽이는 형벌로 찢어 죽이는 것과는 다르다.

팔 다리를 묶어서 찢어죽이는 형벌은 '거열형'(車裂刑)이라고 부르는데, 사람의 사지를 짐승이 끄는 수레에 묶어 반대방향으로 진행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비대위는 "부대 이전 예정지로 발표된 동네의 몇몇 주민들이 계획에 없던 돼지를 도살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과 이 사실을 접한 국민을 놀라게했다"며 "비록 계획에 없던 일이라해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데 대해 이천시민들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어 "당초 집회는 일체의 불순함을 배격하고 철저하게 평화적으로 진행키로 한 것"이라며 "그러나 일부 주민들에 의해 이뤄진 일련의 사태가 마치 이천 시민들이 동물을 학대하는 것처럼 보여지게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해명했다.

비대위는 "혹여라도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 전체의 뜻으로 오해되는 일이 없어야한다"며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대부분이 오로지 농사 밖에 모르는 농민들이고 가축들은 농민들의 삶과 함께하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비대위가 사전에 알고 있지 못했다 할지라도 사건 자체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온 국민께 약속드린다"며 거듭 사과했다.

▲ 지난 22일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린 군부대 이전 반대 집회 중 산 돼지 다리에 줄을 묶어 찢어 죽이는 장면. ⓒ다음블로그뉴스 몽구

'이천시로 군부대 이전 찬성한다' 역효과만 증폭

비대위의 사과에도 네티즌들의 비난 물결은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만 증폭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집회 현장에 조병돈 이천시장, 김태일 이천시의회 의장, 김황식 하남시장 등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이들 지자체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천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23일 오후부터 24일 오후 2시까지 300여개의 비난글들이 올라왔다.

대부분 잔인한 돼지 도살 행위에 분노를 표시하고 있지만, '군부대를 이천시로 이전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군부대가 이천으로 이전하는 것에 반대해서 벌인 집회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는 셈.

또 이천시 비대위가 발표한 사과문에 대해서도 '아무리 계획되지 않은 일이라지만 돼지 도살을 막을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막지 않은 것은 문제 아니냐'는 의견들도 이어지고 있다.

축사한 이규택 의원에도 불똥... "줄 당기는 사진 절묘"

네티즌들의 분노는 이 집회에서 축사를 한 여주·이천 지역구 국회의원 이규택 한나라당 의원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이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항의글이 450여개나 올라왔다.

이 의원은 집회 초반에 축사를 했을 뿐이지만, 공교롭게도 이 의원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사진이 '돼지 도살'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의 날 선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의원 홈페이지의 '참여마당'란에 들어가면 나오는 사진에 이 의원이 주민들과 함께 줄다리기를 하며 크게 웃고 있는 모습이 나온 것. 이 모습이 집회 현장에서 돼지의 사지 묶은 줄을 당기는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위의 사진이 현장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며 이 의원이 '돼지 도살'이 일어난 집회에 참석했다는 점을 비난했고, 다른 네티즌들도 이 사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천시는 정부가 송파 신도시 개발에 따라 특전사를 이천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전 협의가 없었고 군부대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안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군부대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 이규택 한나라당 의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돼지 도살' 관련 항의 글. ⓒ이규택의원 홈페이지

태그:#돼지도살, #이천시, #군부대 이전, #이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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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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