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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9일 프랑스 언론재벌이 제공한 호화요트를 타고 몰타섬에 들어가고 있다. 맨 왼쪽 검은 상의 입은 사람이 사르코지.
ⓒ AP=연합뉴스

사르코지는 대통령에 당선된 날 저녁, 스타들과 언론계의 유명인사들이 주로 드나드는 샹젤리제의 호화 레스토랑 '푸케'에서 측근들과 저녁 만찬을 가졌다.

그리고 그날 밤을 같은 재단인 '푸케 바리에르'라는 화려한 호텔에서 가족과 함께 머물렀다. 호텔의 주인은 사르코지의 친구인 도미니크 드센. 이 호텔 방의 하루 가격은 1500유로(약 180만원)에서 2550유로(약 320만원)이다.

다음날, 사르코지는 청바지 차림의 경쾌한 옷차림으로 비행기를 타고 지중해에 위치한 몰타섬으로 바캉스를 떠났다. 비행기는 프랑스 13대 거부인 언론 재벌 뱅상 볼로레가 빌려준 것인데, 볼로레도 사르코지의 20년지기 친구이다. 사르코지는 볼로레가 빌려준 개인 전용기를 타고 섬에 화려하게 도착했다.

지난 6일 대선에서 당선된 사르코지는 16일 공식적으로 대통령 권좌에 오르기까지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가족과 함께 바캉스를 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기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대통령직을 조용히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친구 호텔에서 잔 뒤, 친구 요트 타면서 휴가

모든 미디어들이 사르코지가 얘기하는 조용한 곳이 어디일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 결과 코르시카섬과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알피산 근처가 가장 가능성 있는 장소로 떠올랐다.

배우이자 사르코지의 후원자인 크리스티앙 클라비에의 별장이 있는 코르시카 섬으로 가든가, 아니면 평소에 즐겨 찾고 자기 형인 프랑수아의 별장이 있는 알피로 간다는 소문이 자자하게 뿌려진 것이다. 일부 기자들은 미리 코르시카섬에 가서 사르코지의 도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7일 오전 마지막 순간에 베일이 벗겨졌다. 사르코지 가족을 태운 볼로레 전용기의 목적지는 지중해의 몰타섬. 볼로레가 이 섬에서 지낼 수 있도록 자신의 호화 요트를 사르코지 가족에게 빌려준 것이다.

길이가 60m에 이르는 이 대형 요트는 일본에서 생산된 것으로 볼로레가 1965년에 구입한 것이다. 볼로레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배를 개조장식하는 데에만 500만 유로(약 62억원)를 지출했다.

볼로레는 자신이 이용하지 않을 때에는 이 호화 요트를 렌트하기도 하는데, 48시간을 이 요트에서 보낸 사르코지 가족이 원칙적으로 내야 할 비용은 17명의 승무원을 포함해서 10만유로(약 1억2000만원)에 해당한다.

식사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고 파리에서 몰타섬으로의 왕복 전용기 비용을 포함한 가격이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친구의 호의를 받아들인 것일 뿐 당연히 한푼의 돈도 내지 않았다.

사르코지도 영국 여왕처럼?

이 사실이 밝혀지자 사르코지를 찍은 유권자들 뿐만 아니라 전프랑스인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8일 아침에 프랑스 엥테르 라디오 뉴스 진행자가 유럽 CEO 조직의 대표인 셀리에르에게 사르코지의 이런 화려한 휴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였다. 영국여왕이 화려한 요트를 이용하는데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듯이 사르코지도 화려한 요트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이건 아주 모던한 스타일이다."

문제는 사르코지가 프랑스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지, 프랑스 왕국의 왕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날 오후에, 같은 라디오에서 행한 티에리 소세의 발언이 더욱 재미있다. 그는 사르코지의 이미지와 커뮤니케이션 조언자이다.

"프랑스 국민들이 새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국민을 생각해주는 대통령이라는 것에는 아무도 이의가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민을 이해하기 위해 텐트 속에서 자고 먹으며 휴가를 보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노동자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대통령이 반드시 공장에 가서 일해볼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대선 캠페인 기간동안 저소득층을 겨냥해서 '일찍 일어나는 프랑스'라든가 '더 많이 일해서 더 많이 벌자'는 등 '노동의 가치'를 계속해서 외쳐댔다.

이런 사르코지의 프로그램에 귀가 솔깃해져서 많은 저소득자 근로자들이 사르코지에게 표를 던졌는데 벌써부터 이들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가는 자신들의 지도자를 보면서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일찍 일어나서 더 많이 벌자더니...

▲ 6일 결선투표에서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사르코지가 당사를 떠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 AP=연합뉴스
결국 사르코지가 저소득자들을 위한 듯한 정책을 발표한 것은 이들의 표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가 옹호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부유층을 위한 것임은 두 말 할 여지가 없다.

이를 증명하는 사르코지의 발언이 최근에 공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7일자 <르 파리지앵>은 사르코지가 지난 2월 중순경 레위니용 섬을 방문했을 때 갑자기 컨디션 만점에 도달한 사르코지가 흥분해서 측근들에게 한 말을 인용했다.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호화 레스토랑 영화에 나오는 배우 루이 드 퓌네스처럼 행동할 것이다. 즉 부유한 층에게는 굽실굽실하고 약한 자들에게는 야비하게 구는 것이다."

사르코지의 친구들은 모두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다. 사르코지의 친구 중에 유명한 가수 조니 알리데이가 있다. 그는 최근에 스위스로 이사를 갔는데 이유는 프랑스에서는 세금을 너무 많이 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니도 이제 조만간 프랑스로 되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사르코지가 조만간 도입할 '세금보호'라는 새 정책으로 인해 세금을 조금 더 적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보호는 소득세를 최고 50%까지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미 프랑스를 떠나 스위스, 벨기에에 정착한 많은 재계·연예계·스포츠계 인사들에게 희소식인 것이다.

한 달 후면 이제 프랑스 총선이 치러진다. 현재와 같은 시세라면 사르코지의 대중운동연합(UMP)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기가 쉽다. 그리고 사르코지가 원하는 대로 정치를 하자면 총선에서 그렇게 돼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실패한 사회당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사르코지가 저지를 실수와 모순일 수도 있다.

투숙객 내쫓고 호텔 전세... 구설수 오르자 파리로

사르코지가 이번 휴가로 인해 보여준 행동은 거의 스타급 행동이었다. 다른 스타들처럼 자기의 거처에 대해 소문을 내서 기자들의 관심을 끌게 하고 마지막 순간에 아무도 생각 못하는 다른 장소를 선택했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르코지를 모르는 몰타섬의 주민들은 그를 실제로 무슨 스타로 알았다는 것이다.

원래 사르코지는 몰타 섬에 체류한 뒤 알피에 있는 고급 호텔로 갈 예정이었다. 이미 이 호텔에는 경찰이 파견되었고 호텔에 있는 투숙객들을 모두 내쫓았다. 중요 인물이 호텔 전체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그러나 갑자기 사르코지의 휴가계획이 변경되었다. 몰타섬에서 보낸 이틀 반의 휴가를 접고 바로 파리로 돌아간 것이다.

아마도 사르코지의 호화 휴가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측근들의 조언에 따라 사르코지가 자신의 휴가를 단축한 듯 하다. 여론의 힘은 그만큼 크다. 사르코지는 <프랑스 2> 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번 휴가는 전적으로 개인 자격으로 누리는 것이라 국민들의 세금 한푼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르코지는 10일 있을 파리 룩셈부르크 공원에서 열릴 노예제도 폐지 기념식에 시라크 대통령과 같이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자신의 휴가로 인해 5월 8일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 공화국에서 두 지도자의 모습을 동시에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10일 있을 노예제도 폐지 기념식에서 시라크와 나란히 서게 될 사르코지. 이번엔 뭐라고 설명할까.

태그:#프랑스, #사르코지, #요트, #휴가,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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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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