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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인출판사인 책공장더불어의 문을 열고 낸 책이라고는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 <고마워 치로리> 달랑 2권입니다. 아무리 1인출판이라지만 너무나 띄엄띄엄 불성실하게 내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그 사이 출간된 책에 관한 문의보다 더 많이 받은 문의가 있었으니 바로 ‘1인출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전화로, 이메일로, 쪽지로 수 많은 질문이 이어졌고, 직접 만난 분도 몇 분 계십니다.

저는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출판을 꿈꾸는 분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거든요. 저야 잡지 기자 출신이라 원래 하던 일이 글 쓰고 책 만드는 일이라 자연스럽게 이 길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문의하신 분들을 보니 출판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시던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리고 일면 뿌듯했죠. 좋은 책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건 한국 출판 시장의 미래가 밝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가 경험한 한도 내에서 많은 것들을 알려드렸습니다. 사실 제 경험이 일천하여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보란 공유해야 그 가치가 커진다고 믿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그 분들에게 1인출판의 전부처럼 들릴까 봐 가장 두려웠습니다.

출판 고수들도 많고, 저는 편집기획자 출신이라 영업 능력이라고는 제로라고 볼 수 있고, 동물 전문 출판사이다 보니 대중적인 책들이 없이 아주 천천히 황소걸음으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서 경영.운영과 관련해서는 가장 나쁜 케이스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출판에 대해 물어오시는 분들에게 제가 첫 책을 내기까지 준비한 것들을 알려드립니다. 이미 출판계에 계신 분들이라면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해서 코웃음 칠 이야기지만 다른 분야에 있으면서 출판을 꿈꾸시는 분들에게는 초유와 같은 좋은 영양분이 되리라고 생각해서 몇 자 적습니다.

1. 출판, 1인출판과 관련된 정보를 다 모았습니다

각종 인터넷 검색 엔진으로 ‘출판, 1인출판, 출판창업’과 관련된 모든 자료와 기사를 모았습니다. 신문기사는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그때그때 출판계의 흐름을 알려주니 좋고, 개인 홈페이지나 관련 단체 홈페이지의 자료들도 나름 개략적인 내용은 정리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장 먼저 자료를 찾아 헤맨 것은 아마도 잡지 기자 출신이어서 그랬을 겁니다. 일단 기획이 떨어지면 자료 검색하고 가장 적확한 정보를 찾아 일을 착수했던 직업 성격상 일단 자료부터 찾아야 마음이 놓였던 것이죠. 그런데 이런 작업이 기초적인 지식을 얻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www.scpubconsult.co.kr 이곳에 기초적이지만 대략적인 출판창업과 관련된 정보가 있습니다.

2. 2년 간 단행본 기획,편집진행을 했습니다

저는 10년 동안 잡지사 기자로 일해서 일정 정도 출판계에 몸 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잡지와 단행본의 진행 프로세스 자체는 비슷하니까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 차이점이 있고, 무엇보다 기자였을 때는 기사만 송고하고 디자인 오케이만 하면 기자의 일은 끝이었기 때문에 제작 부분에 있어서는 무지에 가까웠죠. 기획, 원고 작성, 편집, 디자인 검토까지는 자신이 있는데 그 뒷부분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입니다. 잡지는 나머지는 제작부에서 다 알아서 하거든요. 그래서 그 뒤의 제작 과정을 알기 위해 2년을 투자했습니다.

지인들이 있는 단행본 출판사에서 프리랜서로 기획, 편집, 진행의 일을 맡아서 했습니다. 가끔은 글쟁이인 제가 직접 저자가 되기도 했고요. 저자로서 기획, 편집, 진행까지 다 알아서 한 것이죠. 한 마디로 돈 받으면서 현장에서 출판 수업을 받았던 것입니다. 제작단가 뽑기, 필름, 인쇄 등 각종 감리, 종이와 판형 선택, 마케팅 포인트 잡기, 제목 뽑기, 표지 디자인 결정 등등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꼬박 2년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현장에서 배우니 제 책을 만들 때 바로 실전에서 응용이 가능해 지더군요. 정말 값진 시간들이었습니다.

3. 출판 관련 책을 독파했죠

그 사이 꽤 많은 책을 읽고 사들였습니다. 표지가 예쁘면 사고, 내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사고, 제작이 독특하면 사고, 그리고 출판 관련 책들을 사서 독파했습니다. <편집자 분투기> <북비지니스> <책 잘 만드는 책> <내 멋대로 출판사 랜덤하우스> <출판창업> 등등. 마케팅 관련 서적들도 태어나서 처음 사 봤는데 역시나 관심이 없던 분야여서 그런지 볼수록 자신이 없어지기만 하더군요.

그 중 <책 잘 만드는 책>은 출판제작과 관련된 지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2년 동안 단행본을 만들면서 배운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복기했죠.

그리고 나에게 너무나 큰 힘이 되었던 <출판창업>. 제가 첫 책을 내기 바로 몇 달 전에 출간된 책으로 ‘이게 나를 위한 책 아니야?’ 했을 정도니까요. 출판사 창업 준비부터 마케팅, 세무 관련 부분까지 직접 창업한 분들이 직접 조언해 줍니다. 또한 에이전시, 물류배송업체 등 출판 전에 알아두어야 할 관련 업체들의 연락처도 수록되어 있으니 1인출판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꼭 필독해야 할 책입니다.

4. 관련 분야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출판 창업을 결심하고 책을 낼 때까지 꽤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1인출판을 먼저 시작하신 분들이라 생각해 무작정 찾아가기도 하고, 아는 분의 소개를 받기도 하여 많은 조언을 들었습니다. 물론 희망적인 조언보다는 절망적인 조언을 더 많이 들었지만요. 이유는 영업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 창업비용이 형편없다는 것, 제가 전문으로 할 동물 분야가 워낙 독자층이 없다는 것 정도를 지적하시더군요.

그리고 이후에 도움을 받을 인쇄, 출력, 지류, 배본, 물류 관련 하시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워낙 모르는 분야라 주로 도움을 요청하고 다녔죠. 개미핥기처럼요. 좀 도와주십쇼!

그리고 동물 관련 작가, 단체, 업계 쪽 분들을 만나고 다니면 앞으로 제가 할 일도 알리고 네트워크를 쌓았죠. 같은 관심사를 갖고 지향점이 같은 분들이라 만남 자체가 아주 즐거웠습니다. 단, 아직 책 한 권 나오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얘기는 나눌 수 없는 것이 단점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난 분들과는 이후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세상에 혼자 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함께 해야 일이 훨씬 더 즐겁고요.

이런저런 준비 덕분에 제가 첫 책을 만들면서 도움이 됐던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책을 만들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비용에 대한 전반적인 틀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달랑 책 만드는 비용(인세, 출력, 종이, 인쇄, 디자인 비용 등)만 생각했지만 더 중요한 건 매달 들어가는 경상비(창고물류비, 임대료 등)이라는 걸 알고 준비하게 되었죠.

-대략 어느 곳과 직거래를 하고 일원화는 어느 곳과 하면 좋은지 결정했습니다.

-책이 나갔다고 다 돈으로 환산되는 게 아니고 수금은 출고 중에 30~40%만 가능하고, 일정 금액 이상은 약속어음(약속어음에 관한 에피소드는 다음에 들려드리죠^^)으로 받는다는 것도 알게 됐죠.

-서점에서 하는 이벤트, 경품 등은 다 출판사의 부담이라는 것, 1+1 이벤트가 어떤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됐죠.

-손익 계산을 할 때 30% 정도는 반품으로 잡고 손익 계산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마음을 단단히 먹게 됐습니다.

-첫 책을 내는 시점에서 이미 준비된 책이 5권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것도 배웠죠. 그래서 저의 첫 책도 출간 시기가 많이 늦춰졌습니다.


이렇게 2년 동안 준비를 해서 무엇보다 도움이 된 것은 ‘많이 어려울 것이다’라는 것을 받아 들이고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레 겁을 먹고 시작하니 어려운 일이 닥쳐도 생각보다 덜 놀라며 적응하게 되더군요. 사실 걱정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면서 제가 지향하는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고, 생명과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자기만족이 저를 계속 이 일을 하게 할 것입니다.

홍세화 선생님이 그랬다지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바로 특권층’이라고. 맞습니다. 아직 이 일로 밥 먹고 살만하지는 않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특권층이니 가슴 쫙 펴고 살랍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꿈을 꾸는 분들에게 앞으로 보잘것없지만 작은 힘이나마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여전히 정보는 나눌수록 가치 있어지고, 작은 것이 더 강하다는 믿음으로 살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1인출판, #출판창업, #책공장더불어,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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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고, 먹고, 입고, 즐기는 동물에 관한 책을 내는 1인출판사 책공장더불어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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