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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한기총 주최로 열린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에 참석했던 목사, 신도들이 국회앞까지 행진을 벌인 뒤 경찰통제선을 벗어나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나는 그 한나라당의 이런 막강한 뱃심에 대해서 정말 놀랍게 생각하고 한나라당의 이런 막강한 뱃심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인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론이 뒷받침하고 민심이 뒷받침하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 말이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과 연계하여 민생법안들을 뭉개고 있는 현실을 파업 내지 태업상태로 규정하며 여론과 민심을 거론한 것이다. 이를 두고 <프레시안>은 대통령이 국민을 비판했다고 해석했다. 그렇게 해석될 소지는 있지만, 지각 있는 언론이라면 좀 더 깊고 냉철한 분석을 제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여론은 3대 메이저신문들이 주도하며, 민심은 그 조작된 여론에 현혹된다. 방송은 메이저신문들이 펼쳐놓은 프레임에 갇혀 제 구실을 못 한다. <한겨레>나 <경향>도 이 프레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지난해 4대 개혁입법의 하나로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한 개정 사학법이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한 데는 과정이 있다. 사립학교를 개인 소유로 착각하는 재단측의 억지와 종교(사학)인들의 신앙을 빙자한 우격다짐, 이 극소수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한나라당, 그리고 메이저신문의 편파보도 등이 어우러져 개정 사학법이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프레임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민심 올바로 대변해 줄 변변한 '매체'가 없다

이 국면에서 방송 뉴스가 왜곡된 프레임을 해체시키는 대신에 덩달아 놀아난다. 이를테면, SBS는 4월24일 <8뉴스> '또 사학법 파행?'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공방으로 민생개혁법안 처리가 무산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으며, 26일의 MBC <뉴스데스크> '처리 불투명'은 "사학법 처리가 힘들게 됐다'며 사학법 재개정을 당연한 일인 양 전제하고 그 처리가 불투명해진 원인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게 있는 듯이 다뤘다.

국민들은 당초 사립학교법 개정을 지지했으며,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메이저신문들이 '재개정 프레임'을 내세워 인기 없는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공격하고, 방송은 그 확성기 노릇을 하고 있으니 민심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민심을 올바로 대변해주는 변변한 매체가 없으니 한나라당은 거침없이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원천적인 책임은 열린우리당에 있다. 지금은 뛰쳐나가 딴살림 차리고 있는 김한길 의원이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을 때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이재오 의원과 사학법 재개정을 약속했던 것이다. 발목을 잡힌 시발점이다. 그런 자들이 국민연금법 통과를 저지했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아무리 교장들이 신입생을 뽑지 않겠다는 둥 협박하고, 목사들이 머리를 깎고 밥을 굶고 생떼를 써도 정부여당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민심은 개정 사학법 고수를 지지했을 것이고, 한나라당의 뱃심은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민생법안의 처리가 급하더라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사학법 재개정의 수용을 주문한 것도 노무현답지 않았다(노무현 스토커들은 아마 이것만 문제 삼을지 모르겠다).

허접스런 '사견' 담긴 시사평론, 이젠 그만 둬라

▲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김충환, 이군현, 신상진(왼쪽부터)한나라당 원내부대표가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삭발했다. 김형원 원내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등이 삭발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또 있다. 노 대통령은 "저는 정책에 무관심한 여론이 이와 같은 국회의 파업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국민들이 물어봐야 됩니다, 아무도 안 묻죠?'라고 했다. 여기서 국민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대통령의 진의와 관계없이 생각해보자. 현실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이명박·박근혜 후보에게 물을 수 있을까? 없다. 그러니 대통령은 일반 국민을 탓하고자 한 것이 아닐 것이다. 언론인을 포함한 지식인, 특히 진보(지향)적 지식인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지식인들의 관심은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민생국회'에 있지 않다. 진보적 지식인들의 관심은 노무현 때리기 아니면 대선 전망에 푹 빠져 있다. 아직까지 배신자 타령을 읊조리고 있거나 올 대선 전망에 대한 '소설 쓰기'에 여념이 없다. 정운찬의 불출마 선언으로 여권이 혼란에 빠졌다느니, 이명박과 박근혜가 갈라서면 어떻게 된다느니 따위의 허접스런 사견(私見)이 시사평론이란 이름으로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역사의 후퇴를 원치 않는다고 믿는다. 따라서 확고한 철학으로 역사의 진보를 담지할 수 있는 정치인이 유권자의 마음을 살 것이다. 오피니언 리더들부터 다음과 같은 레이코프의 권고를 실천에 옮길 일이다.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우리의 모델을 작동하려면 진보주의적 지지자들을 향해 발언해야 합니다. 오른편으로 이동하지 마십시오. 오른편으로 이동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상처를 줍니다. 이는 우선 진보주의 지지자들을 소외시키고, 부동층 사이에 보수주의 모델을 작동시킴으로써 도리어 보수주의자들에게 보탬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힘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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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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