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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지학원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 조석곤

4월 17일 서울 대법원 앞 서초역 사거리에서 상지학원 구성원 2000여명이 모인 집회가 열렸다. 상지학원에 속해 있는 상지대학교와 상지영서대학의 교수, 학생, 직원과 동문, 그리고 상지대학교 부속 한방병원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법원 재판 승리'와 '김문기 반대'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구성원 결의대회를 한 것이었다.

이번 상경집회에는 상지대학교뿐만 아니라 상지학원의 다른 소속대학인 상지영서대학의 교수·학생들과 양 대학의 총동문회에서도 참여해서 현행 정이사 체제를 모든 구성원이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을 표명했다.

이번 가두집회는 현재 상지학원 이사들의 선임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이사회결의 무효 확인 청구소송'의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상지학원 구성원 전체의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상지학원은 1993년 당시 재단 이사장이었던 김문기씨가 사학비리로 물러난 뒤 교육부에서 임시이사를 파견해 학원을 운영해왔다. 2003년 12월 당시 임시이사들이 정이사를 추천했고, 이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받아들여 현재는 정이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상지대 분규학원 이미지 쇄신되지 않는 까닭

상지대학교의 전 구성원은 과거 분규대학의 이미지를 청산하고 정이사 체제 10년이 되는 2012년에는 중부권 명문사학으로 발돋움한다는 대학 발전 전략에 따라, 역량을 최대한 집중·발휘하고 있다.

정이사 체제로 운영되는 상지대학교는 민주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강원도의 발전 비전과 연계해 '건강·생명·인간' 중심으로 특성화하고, 원주권의 기업도시·혁신도시 유치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대학 구조혁신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며 '세계 속의 지역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이처럼 내실 있는 성과를 이뤘음에도 상지학원 관련 소송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소송의 중심에는 김문기 전 이사장이 있으며, 소송 목적은 상지학원 이사장으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재 재판과 관련된 상지학원의 사정을 잘 알기 위해서는 김문기 전 이사장이 상지학원과 관계를 맺게 된 사정과 상지학원에서 쫓겨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지학원의 전신은 원주에서 교육과 사회사업에 헌신하던 고 원홍묵 선생이 설립한 청암학원이었다. 청암학원은 지역 유지들이 1955년 설립한 관서대의숙을 모태로 1962년 설립됐다. 그 이듬해엔 이듬해 4년제 야간대학인 원주대학이 설립됐다.

주경야독하고자 하는 지역의 향학열을 충족시키던 원주대학은 1970년대 들어와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에 봉착했고, 결국 교육부에서 1972년 5월 원주대학에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그 때 임시이사 중 한 사람이 김문기씨다.

청암학원의 임시이사장이 된 김문기씨는 이후 학원을 인수하고 학원명칭도 상지학원으로 바꿨다. 당시 이사 중 한 분인 김수근(당시 강원도교육감)씨가 이사회에서 발언한 내용에 따르면 김문기씨가 학원을 인수하게 된 과정은 이렇다. 전 설립자인 원홍묵씨에게 권리일체를 양도할 것을 종용했으며, 두 사람 사이에 합의가 이뤄져 '인수인계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이다.

고 원홍묵씨가 나중에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학을 빼앗겼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아 권력 개입설도 근거가 있어 보인다. 여하튼 이런 과정을 거쳐 명칭을 바꾼 상지학원의 이사장이 된 김문기씨는 1981년 9월 자신이 상지학원 설립자인 것으로 정관을 변경했으며 이후 상지학원 설립자로 행세했다.

상지학원을 운영하게 된 김문기씨는 1993년 4월 사학비리 관련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대법원은 학교 공금 횡령과 부정 입학 등 혐의로 1994년 3월 김씨에게 1년6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이 당시 검찰조사에서 밝혀진 김문기 전 이사장의 비리는 가히 사학비리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한 것이었다.

▲ 2003년 상지학원 정이사 취임 기자회견.
ⓒ 조석곤

사학비리의 종합선물세트

학생 부정입학, 교수 임용 과정에서 금품수수, 봉급 포기 각서 종용, 학원 부지를 개인 명의로 등록한 것 등 학원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비판적 교수를 사상범으로 몰아가고 학원 운영과 관련해 문제제기한 학생들을 빨갱이로 몰아가려한 이른바 '용공조작사건' 등 김문기씨는 교육자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이런 행동은 국가의 동량을 키우는 데 전력하고 있는 다른 사학에도 결정적인 누가 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문기씨가 물러난 상지대학교에서는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 체제가 지속됐다. 그러다가 2003년 12월 상지대 임시이사회에서 9명을 정이사로 선임하고(이사장 변형윤)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상지대학교는 11년 임시이사 체제를 탈피해 명실상부한 대학 정상화를 이뤄냈다.

이에 김문기 전 이사장은 2004년 1월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상지대 측, 2심에서는 김문기 측이 승소했다. 지금은 2월 15일 공개변론을 끝으로 대법원의 최종판결만 남아있는 상태다.

또한 김문기 전 이사장은 같은 시기에 '이사장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소송도 제기했는데, 1·2심에서 모두 상지대가 승소했다. 이 소송 역시 올해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판결 결과는 상지학원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판결은 대법원 고유의 권한이며 누구의 압력에도 좌우될 수 없는 것임을 전제하면서도, 상지학원 구성원으로서 다음 두 가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상지학원 구성원들이 김문기씨에게 불신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는 학원을 사유물로 생각하고 온갖 전횡을 저질러 사법부의 심판을 받았음에도, 반성은커녕 오로지 학원에 복귀하겠다는 일념으로 대학발전을 가로막는 일을 서슴지 않았던 15년 간의 경험 때문이다.

상지학원 구성원들은 건학이념이나 교육목적을 어기고 비리사학의 온상을 만든 김문기씨의 요구대로 정이사 선임 결의가 무효로 결정될 경우, 상지대학교가 지금까지 이룩한 발전이 사상누각이 되고 존립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둘째, 김문기씨가 과연 설립자로서 학원에 복귀할 자격을 갖춘 사람인가라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김문기씨는 청암학원을 인수해 상지학원으로 개명했을뿐 설립자가 아니다. 김문기씨는 재임 중에 학원에 많이 투자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상지학원 사무국에서 확인한 김문기씨의 현금출연규모는 6억7천여만원이며 그 중 5억2천여만원도 상지학원에 속한 한 고등학교에 출연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소송에서 김문기씨 측 대리인으로 전직 대법관 두 분과 전 헌재소장이 선임됐다고 들었다. 전관예우라는 구태에 기대서라도 재판에서 이겨보려는 김문기씨의 심사가 빤히 들여다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의 엄정한 판결에 그것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구태에 젖은 발상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15년 전 김문기 전 이사장의 파행적인 학원운영에 반대한 상지대 구성원들이 주장한 이 구호는 지금도 우리 마음을 울린다. 상지학원의 구성원들은 대법원이 이번 기회에 부패사학 척결과 교육 공공성을 확인하고 사학비리를 저지른 인물이 다시는 교육계에 돌아오지 못하는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상지대 역사와 재판 관련 일지>

 

1955. 6

관서대의숙 설립

1962. 3

재단법인 청암학원 설립(설립자 원홍묵)

1963

원주대학 설립

1974

김문기, 청암학원 인수해 상지학원으로 변경

1993. 4

김문기, 공금횡령과 부정입학 혐의로 구속

1994

교육부, 상지대에 임시이사 파견

1994. 3

대법원, 김문기에게 1년6월 선고(부정입학 등)

1994

김문기, 재단반환 소송 제기

1999

대법원, 김문기 상고 기각

2002. 10

행정법원, '상지대 임시이사 체제 벗어나도 좋다'고 판결

2003. 12

상지대 임시이사회, 정이사 9명 선임(정이사 체제 출발)

2004. 1

김문기, '임시이사회의 정이사 선임 결의 무효확인 청구'와

'이사장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소송 제기

2004. 4

'정이사 선임 결의 무효확인 청구'와

'이사장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소송 모두 김문기 패소(1심)

2006. 2

정이사 선임 결의 무효확인 청구 소송, 김문기 승소(2심)

2006. 11

이사장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소송, 상지대 승소(2심)

2007

'정이사 선임 결의 무효확인 청구'와

'이사장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소송, 대법원 선고 예정

 

덧붙이는 글 | 조석곤 기자는 상지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입니다.


태그:#교육, #사학비리, #상지대, #사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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