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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령 및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설립 이후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 사진은 지난 2002년 신문개혁을 위한 시한부 파업을 벌이며 총력투쟁 선포식을 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언론노조가 횡령 및 회계 부정 의혹 사건 등으로 설립 이후 최대의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언론노조는 23일 오후 집행부 교체에 따른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불거진 회계 부정 의혹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언론노조 횡령 및 회계 부정 사건은 사법당국 손에 넘어가게 됐다.

앞서 지난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갖고 이에 대한 처리 방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검찰 고발' 제안했지만 '선 내부 조사' 반론

20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언론노조 총무국 김 모 부장이 각종 투쟁 기금 등에서 3억 3000만원을 횡령한 혐의와 회계 처리가 불투명한 1억2000만 원의 사용처 등에 대한 사후 처리 문제와 관련해 이를 검찰에 고발하는 문제가 집중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언론노조 신임 집행부에서는 횡령및 회계 처리상 문제가 되는 자금 규모 및 내부 조사의 한계 등을 이유로 이를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상당수 중앙집행위원들이 먼저 내부 조사를 더한 후 사법처리 방안 등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보고 논의하자는 반론을 펴 결론을 내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준안 위원장 등 신임 집행부 쪽에서는 내부 조사만으로는 진상 조사에 한계가 있는 만큼 검찰 고발 등 사법 처리 방안을 위원장에게 일임해줄 것을 요청해 논란을 빚었다.

3억3000만원 횡령 혐의... 1억2000만원도 사용처 불분명

언론노조 김 모 부장의 횡령 혐의는 신구 집행부 업무 인수인계 작업 과정에서 드러났으며, 당사자인 김 모 부장이 횡령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모 부장은 사업에 실패한 오빠 등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노조의 기금 등에서 한 번에 수백만 원씩 돈을 빼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임 집행부는 이같은 횡령 사실이 드러난 후 전임 집행부 시절의 회계 관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김 모 부장이 횡령한 3억3000만 원 이외에도 1억2000만원 정도가 사용처와 증빙 자료 등이 불충분한 것으로 파악하고 이를 검찰에 고발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신학림 전위원장이 회원 조합사 투쟁 과정에서 임금 등을 가압류당해 생활의 어려움을 겪자 언론노조가 대출해주었던 1200만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위원장은 이 돈을 지난 3월말 되갚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민주노총을 비롯해 사회단체 및 정당, 정치인들에 대한 관행적 지원금이다.

언론노조 사무처 관계자들은 조직적인 결정과 그동안의 관행에 따라 이들 자금을 집행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신임 집행부 쪽에서는 사용처가 불투명한 대목이 적지 않고, 내부 조사만으로는 그 진상 규명이 어려워 검찰 수사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학림 전 위원장은 24일 석명서(釋明書)를 통해 횡령 사건 등에 대해 "조직의 책임자로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고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학림 전 위원장은 그러나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용처가 불분명한 1억5000만원 건에 대해서는 중앙집행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확인한 다음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신 전 위원장은 "조합비 집행과정에서 관련 규정이나 규약의 미비로 관행에 따른 지출은 있었을지 몰라도 조합비를 횡령하거나 착복한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도 파장 확산... 진보운동 도덕성에도 영향

▲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준안 신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23일 "지난 20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문제의 처리를 위한 내부 합의를 시도했지만, 이들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과 시각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이미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된다"며 검찰 수사 의뢰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회계 처리상 의혹을 사고 있는 자금 집행과 관련해 이들 자금 중 일부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지원됐다고 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22일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의원 가운데 개인적으로 언론노조의 지원을 받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언론노조 횡령 사건은 언론노조 회계 관리 등에 큰 구멍이 뚫린 사실이 확인된 것을 넘어 회계 부정 의혹 사건까지 확대되면서 그 용처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으로까지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개정 정치자금법은 언론노조 등 노조나 단체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고 있어 만약 이 문제가 검찰 수사 등으로 쟁점화될 경우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 판도 등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언론노조 사무처 직원의 횡령 및 회계 부정 의혹 사건은 언론노조는 물론 언론민주화 운동, 나아가서는 진보운동의 도덕성과 신뢰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 년 동안이나 지속적으로 사무처 직원의 횡령이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실이 회계 감사 등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만한 노조 운영의 문제점이 다시 한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이와 함께 관행적인 예산 집행의 적절성 여부를 둘러싸고는 신구집행부간의 정치적 입장과 조직 운영의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충돌하고 있어 앞으로 언론노조 활동은 물론 노조 진영의 정치적 참여 혹은 지원 활동과 관련해 사법적 논란은 물론 정치적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그:#언론노조,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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