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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나 법학계의 요구로 제정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법률안(로스쿨 법안)'에 국회가 답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니 "이미 늦었다"는 여론도 있다. 정부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개원 시점을 애초의 2008년 3월에서 2009년 3월로 1년 연기했다. 2005년 10월 제안한 법률안이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최근 6당 원내대표는 로스쿨 법안을 4월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로스쿨 법안 논란의 쟁점에 대한 여야의 입장을 비교해 본다. / 편집자 주

▲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
ⓒ 여의도통신 김진석 기자
"반대자들 지적대로 일본의 로스쿨 법안은 졸작이고 실패했다. 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쫓겨 법안이 타협적으로 제정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제대로 된 개선 노력만이 이 제도를 현실에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로스쿨 실패 사례를 제시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일본.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교육위원회)은 일본의 실패 사례에서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할 점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일본 로스쿨이 실패했지만 나름대로 성공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과거 법과대학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 이 의원은 높은 점수를 줬다. 일본 사법체계가 한국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한국 역시 적용 가능하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하지만 일본은 로스쿨과 사법시험을 공존시키면서 실패를 자초하는 길을 걸었다. 때문에 이 의원은 "미국식 로스쿨이 더 우수하다"며 미국식 로스쿨이 모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용+이론=전문성... 지금 제도로 하면 '고시낭인'만"

이 의원이 주장하는 미국식의 장점은 법학을 생활과 가까운 실용학문으로 돌려놓았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법과대학은 법의 추상원칙을 가르치지만 현장에서 법은 실용학문이다. 예를 들면 삼풍백화점 붕괴의 잘잘못을 따지는 재판은 건축공학 등을 잘 아는 사람이 유리하다. 의료사고의 경우는 생물학·의학, 상법은 경제·경영학 등 전문분야를 알고 법적인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전문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학부에서 전문분야를 공부하고 대학원인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하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행 시험에서도 비법학 전공자가 법학시험을 통해 법조계에 입문한다. 그럼 현 사법시험제도 하에서도 전문변호사가 만들어 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이 의원은 딱 잘라 "아니다"라고 답한다. "경제학과에 입학했다고 하더라도 사법시험을 보겠다고 마음먹은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고시공부만 하기 때문이다." 주변 모든 생활을 끊고 고시에만 매달린다고 해서 붙여진 일명 '고시낭인'이라는 말이 이 의원 주장을 뒷받침한다.

또 다른 의문이 고개를 든다.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로스쿨 진학에 더 유리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 의원에 따르면 기우다. 이 의원은 "로스쿨 입학시험이 학부 수업에 얼마나 충실했느냐와 법조인으로서의 논리력ㆍ추리력 등을 갖췄느냐는 '자격시험'이기 때문에 법학과 출신이 특별히 더 유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미FTA 타결 이후 다른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 논의가 점쳐지고 있다. 법조계가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로스쿨이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의원은 "예를 들어 중국과 FTA를 체결했다고 하면 학부에서 중국학ㆍ중국어 등을 공부했던 사람들은 언어 소통 등이 쉽기 때문에 지역 이해가 빨라 문제 해결이 수월하고 수요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다"며 세계화 시대에 로스쿨이 알맞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대표부터 변호사 출신 아닌가"

▲ 열린우리당 이은영의원과 지역 거점 국립대 총장 및 법과대학장들이 16일 국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률안의 4월 임시국회 입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여의도통신 photo DB
지난 16일 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 소속 총장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의 회장인 최현섭 강원대 총장은 "일부 의원들이 정략적인 태도로 아직도 입법 여부조차 불확실하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법률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진로 선택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 향상된 사법서비스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혼란과 상실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학 총장들이 국회로 찾아오기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로스쿨은 국회에 계류 중이었다. 로스쿨 법안은 법원ㆍ검사ㆍ변호사ㆍ법학교수ㆍ시민(단체)에서 합의하고,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정부가 입법 발의를 했다. 설득하기 어렵다는 판ㆍ검사, 변호사 동의도 얻어냈지만 복병은 국회 안에 있었다.

"국회의원이 된 후 알았지만 국회 안에서 법조인 입김은 매우 크다. 변호사 기득권에 대한 문제제기는 국회 내에서도 많았지만 변호사는 여전히 수 증가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옛 시스템 속에서 공부한 변호사들이 새로운 제도에 대한 부담감과 위기감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의원은 국회에 입성한 법조인들의 수를 헤아리며 "법조인 출신 의원은 몇 수십 명 수준이지만 영향력은 크다"며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변호사 단체 이익을 대변하는 변호사 의원이기 때문에 이들이 마지막까지 한나라당 의견을 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은 로스쿨 법안이 완벽하지 않다며 대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지난 13일 한나라당은 ▲사법연수원 폐지-실무수습기능은 공기관 또는 민간기관 담당 ▲법조실무능력 검증 목적의 논술형과 사례해결형 문제 강화 ▲국제법 등 실무프로그램 개발 등 대안을 놓고 찬반 토론을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한나라당의 대안이 관련법 개정에 머물러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법안의 핵심은 '교육'이다. 한나라당은 사법연수원을 폐지하며 실무수습 기능을 공공기관 또는 민간기관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대안이 아니다.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 기관은 변호사 양성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의원실을 예로 들었다. 실습생이 오지만 구석 자리에 책·걸상 하나 내주면 끝이라고 한다. 개별 의원실은 바쁘고, 교육 커리큘럼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로스쿨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개별 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교육은 전문 교육기관에 맞기는 것이 맞다"고 강조한다. / 김유리 기자 grass100@ytongsin.com

덧붙이는 글 | 입법전문 정치주간지 8호(4월23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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