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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재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각 당은 막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에서 각 당이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우리 정치를 뒷걸음질 치게 만드는 광경들이 하나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합공천, 했다? 안 했다?... 어수선한 범여권

▲ 대전 서구을은 열린우리당 예비후보였던 박범계 변호사가 탈당 의사까지 밝히며 무소속 출마를 공언했다가 결국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나라당' 대 '비 한나라당' 구도로 변했다. 사진은 지난 1일 탈당을 선언했던 박범계 변호사.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번 재보선에서는 3곳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그런데 한나라당을 제외하고는 3곳 전부에서 후보자를 낸 정당이 없다. 열린우리당은 경기 화성, 민주당은 전남 무안·신안, 국민중심당은 대전 서구을, 민주노동당은 경기 화성에만 후보를 냈다.

교섭단체가 되지 못하는 정당들의 현실적 한계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의석 108석으로 원내 제2당인 열린우리당이 한 곳밖에 후보자를 내지 못한 모습은 보기에 딱할 지경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12월 대선에서 국민에게 정권을 계속 달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전남 무안·신안이나 대전 서구을에서,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은 연합공천도 선거연합도 아니라고 하는데도 열린우리당만 사실상의 연합공천 운운하며 짝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안쓰럽다. 22일에는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김홍업 민주당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혼란스러운 것은 유권자들이다. 이른바 범여권 정당들이 연합공천을 한 것인지 여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범여권 각 정당의 해석과 주장이 다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사실상의 연합공천 분위기를 만들려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연합공천을 한 것도 아니고 하지 않은 것도 아닌, 모호한 상황의 연속이다.

범여권이라는 개념도 이제는 무척 혼란스럽다. 국민중심당이 범여권인지 여부도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고, 민주당은 대통합 없이 12월 대선을 치를 태세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을 하나로 묶어 범여권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맞는 것인지도 혼란스럽게 만드는 4·25 재보선이다.

한나라당의 구태, 검은 돈 논란과 '빅 2'의 각개약진

ⓒ 오마이뉴스 강성관
▲ 19일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4·25 무안·신안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강성만 한나라당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 무안읍 장터를 찾아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하며 유세대결을 벌였다. 이들은 강성만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섰지만,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대권행보에 초점을 맞춘 유세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한나라당은 투표일을 앞두고 다소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재보선 불패의 신화가 자칫 무너질지도 모르는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가운데 전남 무안·신안, 대전 서구을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자체 진단이다. 여기에다가 6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무소속 후보와 대결구도가 형성되며 혼전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대선정국을 앞두고 재보선 불패 신화가 무너지면 한나라당이 상징적 상처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의석 몇 석을 얻고 못 얻고 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선거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보여준 모습이다.

우선 안산 도의원 재선거에서 드러난 억대의 공천 돈거래 의혹이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검은 돈 추문이 불거진 점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 공천을 둘러싼 돈거래야말로 가장 노골적이고 고질적인 정치권 비리라는 점에서 엄정한 처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지원유세 과정에서 드러난 분열적인 모습도 문제였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전 서구을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의 공동 지원유세를 추진했지만, 박 전 대표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전남 무안·신안 유세에서는 두 사람이 불과 20분 간격으로 유세를 하면서도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둘 사이의 승부에 사로잡혀 큰 것을 보지 못하는 '빅 2'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나라당의 지원유세 과정에서 박근혜-이명박 두 주자 간의 경쟁 양상은 부각됐지만, 정작 한나라당의 모습은 뒤로 밀려버렸다.

▲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민주당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에는 이희호 여사, 김홍걸씨 등 가족들과 박지원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국민의정부 인사, 박상천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 민주당
다시 고개 드는 지역주의

4·25 재보선 과정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문제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지역주의 영향력의 강화 가능성이다. 전남 무안·신안과 대선 서구을의 선거전 양상은 전국적인 민심의 흐름과 거리를 두고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만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만 지지를 호소하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정당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12월 대선을 앞두고 지역주의 문제가 아직 잔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이합집산 과정에서 지역주의 논리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을 시사한다.

4·25 재보선은 이렇게 어수선한 가운데 치러지고 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이번 재보선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정권교체를 다짐하는 정당으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이지 못했고, 범여권은 정돈되지 못한 모습만 드러냈다. 각 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드러낸 문제점을 바로잡아, 12월 대선에 임하는 새로운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태그:#재보궐 선거, #공천, #범여권, #정치, #지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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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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