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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한기총 주최로 열린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에 참석했던 목사, 신도들이 국회앞까지 행진을 벌인 뒤 경찰통제선을 벗어나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 주최로 열린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통성기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4ㆍ19혁명 전 4월 11일에 마산 앞바다에 김주열 학생이 머리에 최루탄이 꽂혀 떠올랐다. 그 때문에 학생, 시민이 모두 일어서서 학생들의 눈에 최루탄을 꽂는 이 정부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정부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에게) 이념의 최루탄을 눈에 박아서 앞을 보지 못하게 하고 호도하게 만든다. 용기를 가지고 일어서자."

47번째 맞는 4ㆍ19혁명기념일인 19일 기독교계는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거리투쟁에 나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CCK)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를 열고 4월 임시국회 내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했다. 기도회를 마친 목사와 신도 1000여명은 국회까지 거리행진을 했으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기도회는 예배 형식으로 치러졌지만 때때로 정치적 선동에 가까운 발언이 터져 나왔다. 개정 사학법을 '좌파 정책'으로 보고 있는 목사들은 "386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등 정치적 설교와 기도를 쏟아냈다.

김용실(예장합동 부총회장) 목사는 예배 기도에서 참여정부를 겨냥한 듯 "친북 세력화된, 사탄의 무리된 김정일 일당이 한반도에서 제거되게 해 주소서"라고 부르짖었다. 또 "저들을 추종하고 악한 마음으로 무장된 잘못된 모든 인간들의 마음을 바꾸어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설교에 나선 이광선(예장통합 총회장) 목사도 "사회주의자들이 연방제 적화통일을 위해 사회 여러 곳에 스며들었다"며 "정부, 국회, 매스컴, 문화, 심지어는 교회 안에까지 스며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공공연히 스며든 곳은 학교"라며 "저들은 공교육이 해방됐다고 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목사는 또 "부정부패 척결을 빌미로 개정 사학법을 만든 저들의 음흉한 계획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4.19혁명의 기폭제가 됐던 김주열 사건을 빗대 참여정부가 '이념의 최루탄'을 학생들의 눈에 박아 넣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386세대'에 해당하는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목사는 "3ㆍ1절 때 폭주족이 태극기를 달고 교통을 위반하며 달리는 것을 봤다"면서 "겉으로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는 척 하면서 태극기를 달고 폭주하는 젊은이들, 386을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 이광선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총회장이 설교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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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복음교회에서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국회를 향해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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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에는 1천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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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만든 정당 망하고, 정치 생명도 끊어 주소서"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장을 맡고 있는 안영로 목사는 개정 사학법에 대해 "빈대를 잡으려다 집 태우는 격"이라며 "정부가 몇 개 학교 문제로 전체 사립학교를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 사학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출한 이석연(법무법인 서울) 변호사도 기도회에 참석해 기독교계의 저항을 요구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 우리 사학은 질식 상태"라며 "개방형이사제 선임을 위해 대학평의회를 구성하면서 대학이 학생, 교직원의 계급투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립학교법은 헌법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으로 정권을 교체해서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도회가 끝난 뒤 진행된 거리행진에서는 좀 더 직설적인 비난이 이어졌다. 1000여명에 달하는 목사, 신도들은 국회 앞에서 경찰에 가로막히자 찬송가를 부르며 "노무현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광선 목사는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사학법을 만든 사람들이 다시는 국회에 오지 말게 하소서", "그 정당이 망하게 하고, 그들의 정치 생명을 끊어 주소서"라고 기도하기도 했다.

목사와 신도들은 오후 5시40분께 만세 삼창을 부른 뒤 자진해서 해산했지만 일부 참가자들의 반발도 있었다. 거리행진에 참가한 한 목사는 해산 결정이 알려지자 "순교하는 마음으로 왔으면 여기서 다 잡혀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흥분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기독교총연합은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촛불집회와 기도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20일 민주당을 시작으로, 23일 통합신당, 24일 열린우리당 등 각 정당을 돌며 철야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 국회앞 집회장소 주변에 설치된 '경찰통제선'을 기도회 참가자들이 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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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통제선을 벗어난 참가자들을 경찰이 제지하자 기도회 참가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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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앞으로 접근하는 시위자들이 제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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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에 참석했던 목사, 신도들이 국회앞까지 행진을 벌인 뒤 경찰통제선을 벗어나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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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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