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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없는 박근혜의 3단계 평화통일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4월 9일 외신기자클럽에서 ‘새로운 미래를 위한 한국의 선택’이란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하였다. 여기서 박 전 대표는 3단계 평화통일론을 비롯, 북핵 협상 3원칙,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3대 국가전략, 새로운 한미관계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모두 박 전 대표의 취약한 정세인식과 왜곡된 대북, 대미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내용이다. 특히 3단계 평화통일론은 내용과 알맹이도 없고 현실과도 유리된 허무한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박 전 대표의 3단계 평화통일론은 다음과 같다.

▲ 평화정착 :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 제거하고, 군사적 대립구조를 해소하여, 한반도에 실질적 평화를 구축
▲ 경제통일 : 정치통일은 뒤로 미루고, 남과 북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건설하여, 작은 통일을 이루는 것
▲ 정치통일 : 정치적, 영토적 큰 통일을 실현

이게 내용의 전부다. 내용의 옳고 그름이나 현실 가능성을 떠나 박 전 대표가 통일에 대해 얼마나 고민을 하지 않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원래 통일론이라고 한다면 어떤 원칙과 제도, 경로를 통해 통일을 하겠다는 것인지가 나와야 한다. 과거 노태우 정권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김영삼 정권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김대중 정권의 ‘3단계 통일론’은 물론이고 북한의 연방제 통일론을 참고해도 알 수 있다.

김영삼 정권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보면 ▲ 화해협력 단계 ▲ 남북연합 단계 ▲ 통일국가 완성단계로 이어지는 3단계 통일론이다. 여기에 최고결정기구로 남북정상회담을 두며 통일경로는 신뢰구축 → 통일헌법 제정 → 총선거 실시 → 통일국회와 통일정부 구성 순서를 제시했으며 최종 통일국가 형태로 1민족 1국가 1체제 1중앙정부를 제안했다. 김대중 정권의 3단계 통일론은 ▲ 남북연합단계 ▲ 연방단계 ▲ 완전통일단계로 되어있으며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중간에 연방단계가 더 들어간 형태다.

북한의 연방제 통일론은 중앙에 최고민족연방회의와 연방상설위원회로 구성된 민족통일정부가 있고 남북에 지역자치정부가 있으며 민족통일정부에서 외교와 국방 등 민족 전체의 이익과 관련된 사항을 결정하고 나머지는 지역자치정부에서 다루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또한 국가 성격으로 어떠한 정치군사적 동맹이나 블록에도 가담하지 않는 중립국을 제시하였다. 통일경로는 초기에 지역자치정부가 외교와 국방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낮은 단계 연방제에서 점차 완성된 연방제통일을 이루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연방제 통일론은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를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박 전 대표의 3단계 평화통일론은 통일의 원칙이나 제도, 기구, 방식에 대한 고민은 없고 그저 경제와 정치라는 사회 영역을 나열하고 순서만 정해준 것뿐이다. 정부와 의회 구성은 어떻게 하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체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아무런 대안이 없다.

기본적으로 박 전 대표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연설에서 “지금 북한의 핵무기 이외에도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개발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북한이 미국의 끊임없는 전쟁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국 핵무기를 만들게 되었다는 국민 여론과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시험을 한 후 한나라당을 비롯한 수구보수단체와 언론들이 북한을 대대적으로 비난하는 와중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핵시험의 원인이 ‘주변국가의 체제 위협(50%)’이며 체제 위협은 ‘미국(85.7%)’이 하고 있다(사회동향연구소 조사)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또한 핵시험의 첫 번째 책임도 ‘미국’에게 있다는 의견(SBS 여론조사 : 38.1%, 리서치플러스 조사 : 44.3%)이 가장 많았다. 북한의 핵무기가 한국을 겨냥했다는 의견은 ‘0.4%(사회동향연구소), 4.5%(MBC 코리아리서치)’등 극히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또 박 전 대표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책으로 “한반도의 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핵문제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해결하고, 현재의 군사적 대결구조를 해소해야” 하며 북한이 먼저 선핵폐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핵 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 등도 6자회담 틀내에서 다뤄야한다”고 언급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핵문제가 완전 해결하기 전까지는 일시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 또한 국민 여론과 배치되는 주장들이다.

앞의 여론조사 결과를 더 살펴보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간 직접 대화(30.3%)’(MBC 코리아리서치 조사)를 가장 많이 꼽고 있으며, 미국의 선제공격 결정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선제공격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74.9%, 사회동향연구소)’고 대부분 생각하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사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42.3%, MBC 코리아리서치)’는 생각이 ‘전면 중단(27.2%)’이나 ‘점차 축소(26.7%)’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왔다.

게다가 6자회담에서 생화학무기를 다루자는 주장은 일본이 6자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를 다루자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지금 6자회담이 잘 진행되고 있는데 자꾸 본질에서 벗어난 엉뚱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6자회담을 결렬시키자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일본이 자꾸 억지를 부려서 다른 5개국이 외면하고 있으며 심지어 6자회담에서 빼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데 만약 박 전 대표 말대로 한국이 생화학무기 문제를 제기하면 한국마저 6자회담에서 퇴출될지 모른다. 다른 나라들 입장에서는 핵문제는 핵보유국끼리 논의하겠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한반도 정세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국민 의식 수준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왜곡된 대북, 대미관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연설에서 “(동북아에서)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역할 강화 등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팽배”하며 “한국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동북아에서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한미동맹보다 더 유용하고 신뢰할 만한 틀은 없”다고 주장했다.

동북아를 둘러싸고 미국, 중국, 일본이란 강대국들이 부딪치는 현실에서 한국은 중립을 지키고 3국의 관계를 조정해주는 역할을 통해 생존전략을 짜야 한다. 지금의 현실은 100여 년 전 일본, 중국, 러시아가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던 때와 비슷하다. 당시 세 나라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지 않고 어느 한 쪽 편을 든다는 것은 그 나라의 속국이 되겠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당시 이완용을 비롯한 매국노들도 말로는 강대국 일본의 보호를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지만 결국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지금 박 전 대표도 미국의 보호를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또 과거 정권들이 그런 노선을 밟았지만 그 결과 우리는 미국의 속국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어 미국의 요구라면 뭐든 들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또 박 전 대표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도 동북아의 세력균형과 안정의 유지에 한미동맹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미국은 동북아에서 미일동맹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미일동맹의 수준은 한미동맹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는 사실상 하나의 통합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2005년 미일 정상회담 당시 언론들은 미일관계가 사상 최고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작년에 독도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미국은 어느 쪽 편도 들어주지 않아 사실상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인정하여 결과적으로 일본에게 유리한 입장을 취했다. 만약 독도를 사이에 두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 분쟁이 벌어진다면 미국이 누구 편을 들지 생각해볼 문제다. 동북아를 둘러싼 강대국의 움직임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친미성향도 문제지만 반북성향은 더욱 견고하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연설 전인 4월 3일 “유엔 회원국이고 미국도 북한과의 수교문제를 논의 중이라는 점 등에서 북한이 국제상황에서는 사실상 국가로 인정되고 있지만, 우리는 대한민국과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규정한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북한을 여전히 반국가단체로 규정하였다. 국제 사회는 물론이고 미국이 인정해도 북한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인데 아무래도 박 전 대표는 친미성향보다 반북성향이 더 절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못하니 한반도 정세도 바로 볼 수 없으며 올바른 통일론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 박 전 대표와 한나라당도 실현 불가능한 흡수통일을 포기해야 한다. 흡수통일은 자본주의 체제로 북한의 흡수하겠다는 주장으로 북한 체제 붕괴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북한 체제는 물론이고 정권조차 붕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50년이 넘는 미국의 제재와 군사적 압박, 경제봉쇄에도 아직까지 건재하다는 것이 결정적인 증거다. 작년 10월 CBS 라디오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은 없다’는 의견이 67.1%로 ‘붕괴할 가능성 있다’는 의견(14.3%)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다. 결국 통일은 흡수통일이 아닌,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야말로 전쟁과 혼란, 경제적 부담을 막고 자연스럽게 통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박 전 대표의 통일론과 무관하게 현실은 이미 통일로 가고 있다. 북미 양자 대화는 궁극적으로 북미수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북미간 불가침조약과 평화협정이 타결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결정적 힘이다. 또한 개성공단을 통해 경제협력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재정 통일부장관의 발언처럼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속속 들어설 것이다. 여기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통일방안과 일정표가 그려진다면 차기 정권은 통일 약속을 실행하는 정권이 된다. 즉, 평화정착, 경제통일, 정치통일은 순서와 단계를 무시하고 동시에 찾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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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번영을 여는 북한 전문 통신 [NK투데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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