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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기재 조합장(사진 오른쪽에서 첫번째)이 최근 농민 애로 사항 청취 등을 위해 조합원들과 좌담회를 열고 있다.
ⓒ 흥양농협

"조상의 피 땀으로 지켜 온 민족의 생명줄인 농업을 결코 포기할수는 없다".

"믿기지 않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냉혹한 협정이지만, 그렇다고 농업을 포기하고 이대로 주저 앉을수 없다. 농사는 우리에게 유일한 생존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전남 고흥반도 남쪽에 위치한 흥양농협. 농협은 지난 4월 초 민족의 생존권이 걸린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타결되자 조합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구책 마련은 물론 자유무역협정 폭풍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섰다.

전남 고흥군에 소재한 포두, 도화, 봉래 등 3개 농협이 1998년 3월 신설 합병된 흥양농협은 조합원 수만도 5천여명에 이르는 규모가 꽤 큰 조합이다. 합병 직후 농협은 불필요한 고정자산매각, 자기자본 확충 등 꾸준한 구조개선의 노력을 통해 현 송기재(60) 조합장이 취임한 2004년부터 매년 3억원 이상의 순익을 내며 경영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이같은 경영여건 호전으로 조합원에게 각종사업 이용에 대한 고배당 및 출자배당이 돌아갔고, 매년 조합원 1인당 2만원, 총 1억원 상당의 영농자재 상품권 혜택도 주어졌다.

친환경농업 재배 영농기술 보급도 예전보다 늘었고, 조합원들은 스스로 농업용 폐품수집 활동에 나서 공익자금으로 활용하는 등 농협과 조합원들이 예전보다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합병이후 조합의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작목별 생산자 조직, 조합원 조직의 통합 또는 연합운영을 추진해 조합의 조직기반을 강화한 결과 이뤄낸 결실이다.

지난해는 농림부와 농협중앙회 등 각종 업적평가에서 7차례나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 포두면 송산리에 있는 고흥군 관내에서 유일한 미곡종합처리장
ⓒ 흥양농협
농협으로서는 경쟁력 있는 사업추진을 위해 자기자본을 확충해 재무구조를 튼실히 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통사업 기반 확충 등 경제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전략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농협은 특히 대다수 조합원이 벼농사에 종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친환경 쌀 생산에 사활을 걸고 주력했다.

2005년 시범단지 조성을 시작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친 환경쌀 생산은 현재 600 여 농가가 쌀겨와 우렁이 농법으로 600여ha에서 저농약 인증을 받았으며 18농가는 10ha에서 무농약 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들 농가에서 생산된 쌀은 보통 벼 최고 수매가 보다 가마니당(40kg) 1천500원 높게 거래가 됐다.

농협은 소비자들이 선호할 수 있는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고흥군 관내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미곡종합처리장 시설 개선에도 나섰다.
최근 완전미 건조장 시설, 색체 선별기 등 기존의 노후화된 시설을 최신식 도정라인으로 교체하게 된 것.

이 농협 미곡처리장에서는 시설개선 전에도 이미 전남 브랜드 쌀 평가에서 두차례나 1위를 차지한 '라이스 큐'브랜드를 선보였다.

농협은 이번 미곡처리장 시설개선으로 '라이스 큐'는 물론 지역에서 생산된 벼의 미질을 높여 대도시 쌀 업체와의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영농회장, 부녀회장 등 흥양농협 조직장들의 고품질 생산 등 영농 토론회 모습
ⓒ 흥양농협
유자골 고흥오이와 150ha 규모의 전국 최대 취나물 단지를 활성화하는 것도 농협의 역점사업.
대도시 시장에서 이미 상품성을 인정받은 유자골 오이는 한 상자(15kg)에 7천원에서 1만원인 일반 오이에 비해 1만5천원선에 거래되는 지역 효자 작목이다.

63농가가 참여해 23ha에서 평균 연 매출은 46억원을 올렸다.

전국 최대 단지에서 생산된 노지 취나물 역시 예냉처리 시설과 저온저장고 덕분에 출하시기를 조절하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어 대도시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브랜드는 '청향선초'로 생산규모는 연간 3억원 가량.

그러나 합병이후 6년만에 흑자를 실현하며 전환점을 맞이한 흥양농협에 위기가 들이닥쳤다.

농민의 생존권과 직면한 한미 FTA를 어떻게 극복하고 대응할 것인가'하는 꼭 풀어야할 숙적과 같은 난제를 만났기 때문이다.

송기재 조합장은 "급속한 고령화 및 인구감소, 협정 추진에 따른 농산물 시장 전면 개방 가능성 등 농업환경이 계속악화되고 있다. 농촌의 안타까운 실상이다. 비젼없는 미래와 자라나는 후손을 생각하면 끔찍하단 표현도 지나치지 않다. 농촌과 농민도 잘 살아야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송조합장은 오기가 있다고 했다.

"농협이 농민의 복지와 풍요를 위해 존재한 만큼 위기일수록 대안을 모색하고 창출해 내는 근성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흥양농협은 이를 위해 일단 관내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의 고품질화 생산에 더욱 주력한다는전략이다.

쌀의 경우 한미 FTA에 제외된 품목이지만 본격적인 수입개방에 대비할 방침이다. 주력 상품이기 때문이다.

점진적으로 친환경 농업지구를 확대하고 계약재배 품종도 동진1호와 일미, 청무로 단일화 해 관리 및 지도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적극적인 신품종 개발은 몰론이다.

농업기술센터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친환경 영농교육도 강화하고 오이 및 취나물 재배기술도 확대할 방침이다.

한미FTA 피해가 가장 우려되고 있는 한우 축산농가를 위해서는 고품질 한우 육성 프로그램을 일원화 해 육질 고급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축산농의 경쟁력을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책도 지속적으로 요구해 나갈 계획이다.

흥양농협의 이같은 자구책은 최근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 친환경 고품질, 고부가가치 농축산물 중심으로 작물구조를 점차적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송 조합장은 "비싸더라도 믿고 먹을 수 있는 우리 농축산물 이라는 신뢰감 확산을 위해 조합원들의 의지와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농축산물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축산물의 판로를 위해 대량 수요처와의 계약거래, 직거래망 구축, 산지 유통센터 활성화 등에 전력을 쏟겠다"며 "조합과 조합원이 상생의 결의를 재 다짐하고 품질 및 마케팅 경쟁력 확보로 농촌의 새로운 활로를 적극 모색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늘과 땅만 믿고 살아 온 죄 없는 농심이 더 이상 상처 받아서는 안된다"며 "그러나 어떠한 악조건 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스스로 회복하자"고 덧붙였다.

한미 FTA 파고를 넘기위한 일선 농협의 생존전략이 농촌의 활로모색에 든든한 견인차가 될 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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