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조선일보> 10일자 1면.
ⓒ <조선일보> PDF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3불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고수론을 폈지만 한국교육개발원은 3불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동아일보> A14면)
"현 정부가 강력히 고수하고 있는 3불 정책을 기반으로 한 현행 입시체제의 문제점을 국책연구소가 비판했다는 점에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원장 고형일, KEDI)의 연구보고서를 보도한 10일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사 내용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 신문은 KEDI가 지난해 12월 29일에 펴낸 '고교-대학 연계를 위한 대입정책 연구보고서'에 주목했다. 3불 정책 폐지 논조를 펴고 있는 <동아>와 <조선> 등은 이 논문이 3불제와 2008 새 대입제도를 정면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참교육연구소 "자사 입맛 따라 재편집"

하지만 이들 신문의 보도 내용은 상당 부분 자사 입맛에 맞게 재편집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을 입수해 참교육연구소(소장 이철호)와 함께 긴급 분석해본 결과다.

A4 용지 344쪽으로 돼있는 이 논문에서 KEDI 연구진이 3불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은 단 한 군데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일부 신문 보도와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논문은 결론 부분(235쪽)에서 "대학의 입학사정은 '가르친 자가 평가한다'는 평가 원칙에 따라 고교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대학별 고사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대학별 고사'란 표현 또한 보통 쓰이는 본고사가 아니라 '면접과 논술 등 현재 대학별로 보는 현행 시험을 뜻한다'는 게 KEDI의 설명이다.

권재원 참교육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이 보고서의 핵심은 대학교육은 고등학교 교육과 연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이 고등학교 교육과 무관하게 자의적인 전형을 실시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분석했다.

또 "일부 언론이 주목한 3불 정책에 관련된 나머지 내용은 저자의 주장이 아니라 단지 여론조사 결과일 뿐"이라면서 "그 설문내용도 대학별 고사의 필요성을 물어봤을 뿐인데 이를 3불 폐지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조선일보> 기사 제목인 "교육개발원 '2008 대입' 정면 비판"이란 글귀 또한 왜곡됐다는 게 KEDI의 반박 내용이다.

KEDI 홍보실 관계자는 "일부 신문과 방송이 연구보고서 내용과 취지에 반하는 제목을 붙였다"면서 "이 보고서는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의 연계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므로 내신비중을 높여 고교교육 정상화를 추구하는 정부의 2008대입정책과 기본목표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대표집필자 "본고사는 후진적인 정책, 기여입학제는 언급 가치도 없어"

이번 연구보고서를 대표 집필한 강영혜 KEDI 교육제도연구실장은 "본고사는 후진적인 정책이고 고교등급제는 개인별 평가라는 철학에서 어긋나며 기여입학제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라며 3불 정책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부 언론이 자신들이 쓰고 싶은 방향대로 보고서가 3불 정책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처럼 호도했다"는 설명이다.

강 실장은 2004년 10월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이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사실이 드러나자 "일부 사립대학의 고교등급제는 (강남 지역 학생을 뽑기 위한) 변형된 기여입학제"란 내용의 보고서(Position Paper)를 내놓기도 한 학자다.

KEDI는 10일 일부 신문과 방송의 보도 내용이 연구보고서를 왜곡한 사실이 명백하다고 판단, 정정 보도를 신청하고 해당 언론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교육, #언론, #3불정책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