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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중구 정동 '사랑의 열매' 회관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이 단체의 사무총장인 현진권 교수(아주대 경제학과)가 "세금폭탄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다"는 발제를 했다. 그러자 <조선> <중앙> <동아>가 이를 인용보도하면서 또다시 종부세 '세금폭탄론'을 제기하고 있다.

<조선>, '서민 핑계' 대며 종부세 흔들기 시도

<조선일보>는 해설기사까지 준비하면서 현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 22일, <애꿎은 피해자 속이 부글부글/은퇴자·1주택 장기보유자 등 "집값 오른 게 내 죄냐">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보유세 폭탄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투기와는 상관없는 선의의 피해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커다란 폭탄이 떨어져 아파트가 무너져 내리는 선정적인 이미지를 함께 실었다.

<조선일보>는 종합부동산세로 인해 "소득이 적어 세금 낼 길이 막막한 '은퇴자', 한곳에서만 붙박이로 살아온 '1가구 1주택자', 자녀 교육환경 좋은 곳에 새로 둥지를 튼 '월급쟁이들'이 대표적인 피해자들"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집값 오른 게 내 죄냐"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은퇴자와 1주택 장기보유자, '자녀 교육에 발목 잡힌 월급쟁이', 월세세입자 등 네 부류의 예를 들어 이들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몇몇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종합부동산세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선일보는 또한 이 기사 바로 밑에 <미국, 한집서 오래 살면 보유세 상한선 둬 韓·美 보유세 비교 "정부가 매기고 누진세 걷는 곳, 한국이 OECD國중 유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기사의 결론으로 현진권 아주대 교수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아주대 경제학과 현진권 교수는 '소득을 기준으로 보유세 부담을 따지면 한국이 3.5%로 미국의 4.1%와 비슷하다'며 '보유세 과표를 100%로 올리는 2009년에는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 해도 이 비율이 5.4%로 치솟아 미국보다 30% 이상 부담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중앙><동아>, 현진권 교수 주장 앵무새처럼 되풀이

<동아일보>는 현진권 아주대 교수가 개최한 토론회를 보도하면서 <"종부세, 1주택자가 최대 피해" 현진권 교수, "납세자 능력 감안 않고 세율 비교">라는 제목의 기사를 지난 3월 21일 실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현 교수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현 교수의 주장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현 교수는 '종부세 대상자 중 1주택자 비중은 36.5%로, 이들 계층은 세금 때문에 이사해야 하는 정책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지만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증가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길 수 있어 문제'라고 강조했다"며 "정부는 '시가(時價) 10억 원짜리 주택의 집값 대비 실효(實效)세율이 0.4%로 미국 1.5%, 일본 1%보다 낮다'고 했지만 실제로 소득 대비 실효세율은 한국이 3.52%로 미국(4.05%)과의 격차가 대폭 줄어든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정부의 주장대로 집값과 세금을 단순 비교한 실효세율은 납세자의 담세(擔稅)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며 한국의 주택 보유세가 너무 낮다는 식으로 현실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현 교수의 다음과 같은 말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집값 대비 실효세율 1%가 달성되면 소득 대비 세금 부담은 미국의 3.3배에 이르게 돼 주택 보유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게 된다'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다. <중앙일보>는 지난 3월 21일 <"세금폭탄으로 부동산 못 잡아 아주대 현진권 교수 주장">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도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율이 미국보다 낮다는 정부의 발표는 현실을 오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하면서 현진권 교수의 말을 그대로 인용 보도했다.

이처럼 <조선>, <중앙>, <동아>는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논리를 가지고 모두 기사를 만들어서 내보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현진권 교수가 "세금폭탄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다"는 제목으로 발제를 하자 이를 앞다퉈 보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보도한 현진권 교수의 주장이 옳은지를 먼저 생각해보자.

현진권 교수 주장은 설득력 떨어지는 빈약한 논리

현진권 교수의 주장은 지금까지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을 반대해온 사람들의 주장과 별로 다르지 않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보유세 부담을 높이고 거래세(이전 과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은 옳다 ▲그러나 보유세액이 너무 많다 ▲부동산 세제는 지방정부에 맡겨야 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공급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명목상 거래세율은 낮아졌으나 세액은 그렇지 않다 ▲보유세 인상 폭이 너무 가파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것이 원론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하면서도 현실의 보유세 강화 정책에는 반대를 하기 때문이다. 현실 정책이 방향은 옳지만 세부적으로 미비한 점이 있다면 반대하기보다는 '계속 밀고 나가되 보완하라'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보유세 강화에 반대하는 근거도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첫째로 보유세액이 너무 높다고 하면서 그 증거로 소득 대비 보유세 부담률을 국제적으로 비교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이 통계를 크게 인용하고 있다.

보유세액을 소득과 비교하는 것은 납세능력을 고려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보유세만이 아니라 세금 전체와 소득을 비교해야 옳지 않을까? 그래도 부동산만을 보겠다고 한다면, 보유세액을 불로소득의 크기와도 비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소득 대비 보유세 비율이 높다고 해도 불로소득 대비 보유세 비율은 낮을 텐데, 그래도 보유세액이 많다고 반대할 것인가?

'불로소득이 많다고 해도 그건 현금화하지 않은 이익이니까 납세가 어렵다'고 걱정한다면, 보유세 강화를 반대하기보다는 보유세 납부를 매각 시점까지 연기하거나 역모기지론을 활성화하자는 대안을 제시해야 옳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율이 낮은데도 소득 대비 보유세액이 높은 이유는 간단하다. 소득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보유세가 낮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가 된다. 보유세를 높이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는 사실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원리다.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을 국제 수준으로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보유세 강화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

둘째로 부동산 세제는 지방정부에 맡겨야 한다는 이유로 보유세 강화에 반대한다. 부동산 세제를 지방정부에 맡기라고 하는 이유는 아마도 전통적으로 재산세가 지방세였다는 사실 때문인 듯하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위치가 고정되어 있어 지방정부의 행정구역을 넘나들지 않는 세원이 수입으로 적당하다는 인식이 있었고, 또 부동산 가격이 지방정부 서비스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들어 납세자를 설득하기도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그래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것이 수도권 지방정부의 서비스 덕만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세의 일부를 국세로 한다든가, 지방정부의 세수입을 다른 지방정부와 나눈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셋째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공급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건 옳은 말이다. 부동산 매매가격은 미래의 임대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공급이 부족하면 미래의 임대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므로 매매가격도 올라간다. 그러나 이것도 보유세 강화를 반대할 이유는 안 된다. 오히려 공급을 늘이려면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

신규 공급만 공급이 아니다. 토지불로소득을 보유세 등의 수단으로 적절히 환수하지 않는다면 부동산을 투기 목적으로 ('투기'라는 말이 듣기 싫다면 '투자'라고 해도 좋다) 소유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즉 부동산의 공급이 인위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마련이다.

넷째로 명목상 거래세율은 낮아졌으나 세액은 그렇지 않다는 이유로 보유세 강화에 반대한다. 그러나 이것은 거래세를 더 낮추라는 요구의 근거는 되지만 보유세 강화를 반대할 근거는 되지 않으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보유세 상승폭이 너무 가파르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사실이다. "너무"인지 아닌지는 비교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가 아니라 주관적 '취향'의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취향은 합리적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그 취향이 대다수 국민의 취향과 다르다는 점만 지적하고 싶다.

<조선><중앙><동아>, '부동산부자신문' 꼬리표 언제 뗄 텐가?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새로울 것도 없고 논거도 부실한 현진권 교수의 발제를 <조선>, <중앙>, <동아>는 왜 다루었을까? 이것도 그들의 '정체성'이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부동산 문제로 신음하는 다수 국민의 고통보다 강화된 보유세로 인해 신음하는(?) 일부 계층의 고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부동산부자 신문'으로서의 정체성 때문이다.

부디 <조선>, <중앙>, <동아>는 일부 부동산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설득력도 없는 논리를 끌어다가 아전인수(我田引水)식의 보도를 하는 잘못된 행동을 멈추기를 바란다. 종부세를 흔들려고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은 대서특필하고 서민들과 집 없는 사람들은 외면하며 집값 안정은 '나 몰라라'하는 <조선>, <중앙>, <동아>는 '부동산부자신문'이라는 불명예를 언제쯤 벗어버릴 텐가?

덧붙이는 글 | 민언련과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주요 일간지들의 부동산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분석·비판해 그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올바른 부동산 정책이 마련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논평은 두 단체의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민언련 www.ccdm.or.kr/ 토지정의시민연대 www.landjustic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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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는 우리사회에 부동산 및 경제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일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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