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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인 고진화 의원은 21일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평화 문제에 대한 전략적 방안과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당내 경선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고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가장 오른쪽에 있었다고 평가받던 정형근 의원이 북쪽에 간다고 하는데, 당내 대선주자들은 페리나 경부운하를 얘기하고 있다"며 "그것이 과연 이런 큰 격변의 시기에 대안적인 모습으로 보이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고 의원은 "어떤 사람은 이명박-박근혜(이하 이-박) 대선주자들이 정형근 의원보다 못하지 않느냐, 차라리 후보들이 정형근 의원의 대북정책이 뭔지, 베껴서라도 얘기하라'고 할 정도로 대선주자들이 큰 격변에 대한 자기 전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인 고진화 의원,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박근혜 의원이 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선필승대회 및 정책세미나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전시장이 입가를 만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위에서부터 바닥까지 다 줄서서 사당화"

고진화 의원은 대선주자들의 줄세우기 실태와 관련 "표가 있는 국회의원과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일단 자기편으로 줄세우고, 그 밑으로 시·구의원에게까지 강요한다"며 "위에서부터 바닥까지 다 줄서서 사당화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장파에 대해서도 "경선 게임의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줄을 서 버렸다"며 "소금기 빠진 소금이 되어버린 소장파에 대해 누가 기대를 걸겠느냐"고 자책했다. 특히 "당을 떠난 사람이 절벽에 선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우리가 절벽에 선 것"이라며 소장파의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과 관련 "보수대연합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자기 논리를 강화할 것이고, 한나라당의 지지층 폭을 좁히게 될 것"이라며 "시대변화를 이끄는 40~50대에게는 한나라당이 대안이냐, 아니냐는 논의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가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손 전 지사가 탈당까지 가는 과정에 대한 공유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추가 탈당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고,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지금은 (경선 참여) 선언을 했으니 노력을 할 생각이지만, 상황변화가 크게 발생할 지점이 온다면, 그 때는 전략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여지를 남겨놨다.

다음은 고진화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예전 시각으로 대안 만들려니 우물쭈물"

▲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월 11일 염창동 당사에서 "더 나은 미래를 함께 하는 `행복국가`를 제안한다"며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한나라당이 최근 대북정책 변화 움직임을 보이는데.
"냉온탕을 왔다갔다 하는데, 어디로 갈지 잘 모르겠다. 남북관계에 대한 논쟁이 발생하면 문구상으로는 전향적인 사고를 할 것처럼 하는데, 구체적인 쟁점이 생기면 다시 원점으로 간다. 이번에는 미국의 정책 변화가 있기 때문에 안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내부 싸움은 불가피하다. 완고한 냉전질서에 입각한 사고로 무장한 상당수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무리다. 다만, 과거처럼 딴지 거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 같이 호흡을 하려고 하는 최소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 대북강경 정책을 펴온 정형근 의원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할 만큼 적극적인데, 양대 대선주자는 어떤가?
"정형근 의원은 나름대로 정보에 의해 예전의 기조로는 도저히 이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지금처럼 움직이는 것 아니겠나. 4월 13일이면 6자회담에 대한 대략적인 1단계 평가가 되어야 하는데, (이-박 대선주자는) 아직도 퍼주기, 상호주의 논란이나 하고 있다. 이러다가 외부에서 밀려오는 큰 물결에 그냥 휩쓸려가지 않겠나. 대한민국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평화 문제에 대한 전략적 방안과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큰 문제다.

평화 문제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다른 영역에서 얘기하는 문제는 다 반쪽짜리 구상이다. 페리철도나 경부운하 다 마찬가지다. 과거식으로 사람 동원해서 개발만 하면 된다는 단계는 넘었다. 혹시나 자기가 얘기하는 것이 표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한민국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인가. 예전의 시각을 그대로 갖고 대안을 만들려고 하니 우물쭈물 할 수밖에 없지, 뭐가 나오겠나."

- 이-박 대선주자들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변화를 못 읽고 있다는 것인가.
"가장 오른쪽에 있었다고 평가받던 정형근 의원이 북쪽에 간다고 한다. 지금까지 원수처럼 지냈던 북미 지도자가 만난다고 하고, 남북과 중러의 정상이 만나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얘기가 오고가고 있다. 분단 54년 만에 이렇게 한반도를 둘러싼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과연 누가 예상했었나. 그런데 당내 대선주자들은 페리나 경부운하를 얘기하는데, 그것이 과연 이런 큰 격변의 시기에 대안적인 모습으로 보이는가.

어떤 사람은 '(이-박 대선주자들이) 정형근 의원보다 못하지 않느냐, 차라리 후보들이 정형근 의원의 대북정책이 뭔지, 베껴서라도 얘기하라'고 할 정도로 대선주자들이 큰 격변에 대한 자기 전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가면 '지지율이 높네, 한나라당에 사람들이 몰리네' 하는 것들이 정말 모래 위에 성 쌓았다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시기다."

-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혁세력의 연대로 줄세우기 구조의 혁파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개혁 세력이) 줄을 서 버리자, 당 혁신에 대한 전망을 갖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최근 '70~80년대 빈둥빈둥', '안에 있어도 시베리아, 밖에 있어도 시베리아'라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말이 본인의 민주화 역정에 대한 근본적 비아냥으로 비쳤다고 본다."

- 소장파가 줄서기 한 것에 대한 배신감이 있었다는 것인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처럼 대선에서도 소장파의 연대가 자연적으로 형성될 것을 기대했는데, 게임의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당이 사당화 되었다. 소장파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했느냐는 자책감을 갖는다. 모래 위에 쌓은 성이 무너진 것 아닌가. 소금기 빠진 소금이 되어버린 소장파에 대해 누가 기대를 걸겠나. 경선을 앞두고 당의 변화와 개혁을 추동하겠다는 얘기를 하기가 두렵다. '누구와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해 막막한 상황이다."

"소장파는 소금기 빠진 소금"

▲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월 11일 염창동 당사에서 "더 나은 미래를 함께 하는 `행복국가`를 제안한다"며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소장파의 줄서기는 결국 차기 공천 문제 때문인데, 그렇다면 '껍데기만 소장파' 아니었나?
"(소장파가) 힘을 합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 각자 개인이 살고자 하니까, 다 죽는 것 같다. '내가 다음에 공천을 받을 수 있냐, 없냐'는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정치를 바라보고 있는지 근본적 질문에 부딪힌다. 뭔가 특단의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될 국면에 서 있다. 당을 떠난 사람이 절벽에 선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우리가 절벽에 선 것이다."

- 한선교 의원은 '당내에 소장파가 없다'고 말한다. 당내에 개혁소장파라는 집단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가.
"(소장파들이) 그런 질문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어떤 집단이 형성되려면 노선과 비전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게 없으니까 매번 이벤트만 한다. 모래 위에 가끔가다 돌 올리는 것이다. 정치가 결국 말로 하는 것이지만, 말은 행동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치열함이 부족하다. 작은 부분의 개혁이라도 성취하려면 그것에 매진하고 몸을 던져야 하는데, 그것을 기대하고 뽑아준 국민과 우리(소장파)가 보여준 행동의 괴리가 컸다."

- 손 전 지사는 소장파를 그렇게 만든 이-박 후보에 대해서도 비판했는데, 구체적으로 줄세우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표가 있는 국회의원과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일단 자기편으로 줄세우고, 그 밑으로 시, 구의원에게까지 강요한다. 최근에는 지역에 사조직을 만들어 마치 정당활동을 하는 것처럼 움직인다. 위에서부터 바닥까지 다 줄서서 사당화 된 것이다. 당 대표가 아무리 노선을 바꾸자고 한들, 선거 캠프나 후보의 입장을 실천하는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중앙당 당직자들도 거의 그렇게 됐다. 공당으로서 의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

- 손 전 지사의 탈당이 당내 대선경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이제까지 논란은 중도세력을 중심으로 당의 외연을 확대해 나갈 것이냐, 내부 역량을 강화할 것이냐였다. 그 한축의 논의가 혼돈을 겪게 됐다. 이전에 중도세력을 반대하고 보수대연합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자기 논리를 강화할 것이고, 한나라당의 지지층 폭을 좁히게 될 것이다. 중간에 있으면서, 반사이익을 통해 한나라당 주변에 머물던 세력이 계속 머물러 주겠나?

한나라당 전통 지지 지역 외에 다른 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대안이냐 아니냐는 논쟁이 발생할 것이다. 특히나 젊은 세대, 시대변화를 이끄는 40~50대에게는 그런 논의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다시 보수대연합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그런 계기를 뭘로 만들지 답답하다.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고 경선 룰도 완전 국민참여를 보장하자고 주장했는데, 그게 안된 것으로 결정이 됐다. 그런 상태에서 뭘로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같이하자고 설득을 해야 할지, 우려가 된다."

"표 있는 국회의원·당원협의회 위원장 자기편으로 줄세워"

- '박근혜-이명박' 중심의 보수 대립 양상으로 기운다는 것인가.
"비전과 정책을 경쟁하는 선거가 되겠나? 나름대로 견제력이 존재했을 때도 자기들이(양대 대선주자들이) 줄세우기 다 끝내놓고, 사상 검증한다고 두 달간 그러다가…. 검증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도 이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는데, 앞으로 그런 것이 당을 뒤덮지 않겠나. 또 본인들이 당적 체제로 당 계파를 정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당이 중심을 잡고 계파가 갈등을 하는 차원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계파가 사당화 되어서 자기들 생각대로 이 판을 이끌고 가지 않겠나.

3월초부터는 전국순회 정책토론회를 하겠다고 하더니, 쏙 들어간 지는 오래다. 예전에도 경선 자체가 고무줄 잣대에 진흙탕 싸움이었지만 그 때는 개선 가능성이라도 있었다. 이제는 그나마도 없어서 막막하다. 정책 경쟁하자고 한들 그 분들 귀에 들어가겠나? 표에 유리한 주제만 가지고 붙지 않겠나. 그런 면에서 경선 양상은 오히려 굉장히 치열해질 수 있는데, 그 주제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 손 전 지사 이후 추가 탈당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의원들 내에서는 별로 그런 움직임이나 논의가 없다. 손 전 지사가 사전에 (소장파들에게) '나가서 그런 것을 하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었다. 또 나간 이후에도 구체적인 실체와 결합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내가 보기에 (추가 탈당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양쪽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 탈당까지 가는 과정에 대한 공유가 거의 없었다. 과거 '독수리5형제'도 한 달 전부터 계속 논란을 벌이면서 토론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었다.

원희룡, 남경필 의원도 주변 소장파들이 다 줄을 선 상황에서 사실 지금 할 말이 없다. 지금은 한나라당의 변화를 주장했던 사람들에게 호기다. 이러다 당 쓸려가는 것 아니냐. 말로써는 '침뱉고 가냐'고 (손 전 지사를) 비난하지만 속 마음은 그게 아니지 않나. 이 기회에 벌판으로 나가 한판 붙던가, 정풍운동이라도 하던가, 나와야 할 국면인데, 그럴 동력이 없다. 그것을 못하면 밖에 있는 사람들만 좋아하는 거지, 뭐."

- 손 전 지사는 당을 바꿔보려다 실패했다며 나갔는데, 고 의원은 어떤가?
"현재 주어진 시대적 과제가 너무나 엄중하다. 평화체제라는 거대한 논의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또 개헌이나 FTA 등 굵직한 주제를 지금 당장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큰 틀의 변화가 오고 있는데, 그 변화를 정치 일정에 다 꿰 맞출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변화들을 일단 주목하고 있고, 그런 변화에 대해 열심히 토론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노선 분화가 생길 수도 있다.

당내에는 이미 당이 몇개가 있다. 박근혜당, 이명박당…. 잘못하면 그 몇개의 당이, 지금은 억지로 엮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은 (경선 참여) 선언을 했으니 노력을 할 생각이고,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과는 달리 상황변화가 크게 발생할 지점이 온다면, 그 때는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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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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