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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기상대의 3월 17일 낮 12시 황사예보. 동부 신장지역에만 약한 황사가 감측된다.
언론보도대로 올해 대규모 황사가 올 것인가.

일단 객관적인 지표들을 정리하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일단 황사를 만드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인 바람과 황사 근원지 상황이 여전히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지난 17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국 전역의 황사 상황 기상도(중국기상대)다. 신장성 남부에 약간의 먼지가 있을 뿐 황사는 중국 전역에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올 들어 중국에는 전 지역에 걸쳐 4번 정도 황사가 찾아들었다. 지역은 신장성 남부와 시장성 라싸, 지린성 지린 인근. 이 지역들은 우리나라의 황사 발생과 거의 상관이 없는 지역이다. 베이징, 톈진 등 수도권은 황사의 전 단계인 양사(揚沙· blowing sand)는 물론이고 먼지가 떠다니는 푸천(浮塵·floating dust) 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해엔 3월 초부터 황사 시작... 올해는?

▲ 지난해 3월 7일의 황사 발생도. 1번이 타클라마칸, 2번이 파단지린, 3번이 마오우쑤, 4번이 훈찬타커 지역이다. 타클라마칸을 제외한 지역은 지금도 눈이 덮혀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보자. 지난해는 기자가 근원지인 네이멍구 황사 근원지들을 방문한 3월 8일부터 대형 황사들이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3월 11일부터 황사가 왔다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후 3월 28일에 다시 불어닥쳤다.

이후 4월에는 8·9·18·23·24·30일에 비교적 강한 규모로 왔다. 사진은 지난해 4월 7일 황사가 불어 닥칠 때의 기록이다. 이 황사 띠가 8·9일 한국 황사에 영향을 주었다.

또 다른 악몽인 2002년에는 3월 17일부터 22일까지 황사가 계속됐고, 4월에는 8일부터 17일 사이에 집중됐다. 일단 황사가 온다면 요즘부터 4월 중순까지에 집중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약한 황사가 3월 6일 하루 관측됐을 뿐이다.

올 황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바람의 약화다. 지난해 겨울이 따듯한 루완동(暖冬) 현상이 극심하면서 강한 바람을 동반하는 시베리아 기단은 거의 세력을 확장하지 못했는데, 여전히 그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럴 경우 바람도 크게 일지 않는다는 게 중국 기상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황사 근원지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바람이 일지 않는다면 황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황사 근원지의 상황이 나빴음에도 중국 측에서는 올해 황사 발생 빈도가 평년 수준일 것으로 예측하는 경우가 많았다.

베이징의 경우 지난 2월 말 한번의 돌풍이 있었을 뿐 바람도 거의 없으며 빠르게 봄이 찾아들고 있다. 기상청 관측황사정책과 임재철씨는 "중국 기상 당국 관계자들과 만났을 때, 중국 측은 루완동 현상으로 인해 바람의 강도가 예년에 비해서 훨씬 작을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바람 없고 근원지 상태 급격히 호전

▲ 우리나라 황사에 영향을 주는 지역을 분석한 한국 기상청 자료.
당초 문제가 됐던 황사 근원지 상황도 빠르게 좋아졌다.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3일까지 네이멍구 마오우쑤, 쿠푸치, 훈찬타커 지역에 큰 규모의 눈이 내렸다. 3월초에는 중서부인 파단지린과 텅그리 사막에도 큰 눈이 내렸다.

이 지역은 현재도 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곳이다. 이 눈은 4월 중반 이후까지 황사 방지에 큰 효과가 있다. 또 위험지구인 네이멍구 중동부 지역에 18일 전후로 비나 눈이 내려 추가로 황사 예방 효과를 보게 되었다.

기상청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지역으로는 네이멍구가 37%로 가장 높고, 고비사막이 24%, 황토고원이 19%, 커얼친 지역 10%, 타클라마칸 10%로 보고 있다. 네이멍구는 두 번에 걸친 강우로 황사의 가능성이 대폭 줄었고, 황토고원이나 커얼친 사막 역시 지난번 강수로 황사 위험 요소가 상당 부분 감소했다.

반면에 고비사막은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지만 우리나라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상태만으로 황사의 발생 빈도를 규정하기는 힘들다. 전반적으로 환경이 좋아졌고, 바람의 강도도 여전히 약한 상태여서 일단 4월 중순까지는 대규모 황사가 올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

이에 따라 기상청도 3월 18일부터 24일까지 현장 조사단을 보내 중단기 예보를 준비할 계획이다. 훈찬타커 사막 등을 돌아보는 이번 탐사를 끝내고 나서 올 황사의 전체적인 예보를 수정, 보강할 계획이다.

중국 전문가·언론 "황사 없다"로 선회

▲ 네이멍구 중서부에 눈이 덮혀 황사가 일어나기 힘들다는 <런민왕> 보도.
중국 최대의 검색엔진 '바이두(www.baidu.com)'의 뉴스페이지에서 '황사(沙塵)'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중장기 예측 기사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기사는 대부분 올 황사는 약하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톈진 유력 일간 <진완바오(今晩報)>는 17일 보도에서 올해는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어 올 봄 황사가 5~7일(평균 10일) 정도일 것으로 예측했다.

<징진찬까오바오(經濟參考報)>도 15일자 보도에서 네이멍구 르포기사를 통해 현지가 눈에 덮혀 있어 황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보도했다. 아라산줘치(阿拉善左旗)에서 어지나치(額濟納旗)까지 이르는 640㎞의 길 대부분이 눈으로 덮혀 있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파단지린 사막의 대부분이 황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 된다. <런민르빠오(人民日報)>도 11일 현지 사진과 함께 네이멍구 중서부의 대규모 강설로 올해 황사가 줄어들 것으로 보도했다.

이밖에도 중앙기상국, 네이멍구 기상대, 산시성(山西省) 기상대 등의 중단기 예측은 대부분 황사가 대폭 감소한다는 것이었다. 언론도 큰 황사가 올 거라는 예측을 한 기사는 3월 이후에는 거의 없었다.

현재와 같은 날씨가 4월 중순까지 계속되면 황사 근원지는 눈으로 덮혀 있거나 눈이 녹더라도 습기가 많아 바람이 불어도 큰 황사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4월말부터 급속히 온도가 올라가는데 그러면 바람이 약해진다.

또 황사 근원지에 새싹이 돋고 방풍림도 움이 트면서 본래의 기능을 하게 되어 황사의 가능성이 급속히 떨어진다.

태그:#황사, #중국, #발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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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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