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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홀로 장거리 자전거여행을 하였다. 2박 3일의 여정으로 통영에서 남해를 둘러 광양을 지나 여수까지 약 295km이다. 남해에서의 자전거여행은 맑은 날씨에 봄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때문인지 매우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광양에서 여수까지 이어지는 국도는 두 도시가 산업도시여서 그런지 많은 덤프트럭과 버스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

2007년 2월 26일 월요일. 이른 아침에 서둘러 집을 나서는데 자전거가 이상하였다. 돌아보니 짐받이에 묶은 끈이 흘러내려 스프라켓을 감고 있었다. 풀려고 하였으나 잘 안 되어 그만 첫 차를 놓치게 되었다. 다음 차는 9시에 있어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감긴 끈을 자른 후 스프라켓에서 꺼내었다.

@BRI@그러나 안심도 잠깐. 갑자기 뒷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앞브레이크만으로 여행하기에는 여행길에 언덕이 너무 많을 것이다. 자전거포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이웃에 사는 둔산MTB 사장에게 전화하여 도움을 청하였다.

간단히 살펴보더니 브레이크에 공기가 차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브레이크레버를 반복하여 움직이고 브레이크케이블을 계속 두들겨준다. 공기가 빠졌는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한 가지 기술을 배운 셈이다.

대전에서 9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통영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다. 터미널을 출발하여 14번 도로를 따라 언덕을 올라가갔다. 언덕 위 통영강남병원 왼쪽에 있는 1021번을 따라 가니 한적한 시골길이 나오며 사량도로 가는 선착장이 있는 도산면으로 들어선다. 이 길은 다시 14번 도로와 만나면서 고성으로 이어진다. 고성에서 33번 국도를 타고 77번으로 이어지니 삼천포가 나온다.

남해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삼천포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나 있는 1024번을 탔다. 바다냄새를 맡으며 반 바퀴 도니 창선교가 나온다. 창선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의 3번 국도를 타고 가니 바닷가에는 반원형의 울창한 숲인 물건방조어부림이 있고, 산기슭에는 독일 거주 교포들의 정착생활 지원과 삶의 터전을 마련한 독일마을이 있는 물건리가 나온다. 물건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진 모텔에서 하루를 머물렀다.

▲ 모텔서 바라본 물건방조어부림
ⓒ 이규봉

▲ 모텔서 바라본 독일마을
ⓒ 이규봉
다음날 아침 8시 반에 출발하였다. 맑은 날씨에 비록 봄을 느끼지만 2월의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막 타오른 빨간 동백꽃을 바라보며, 강렬한 태양 아래 환희 트인 바다를 또한 바라보며 달리는 그 기분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바다 사이 사이에 박힌 조그만 섬들이 나타나고 사라짐을 반복하며, 자동차 여행으로는 느끼지 못하는 바람의 시원한 맛을 온 몸으로 느끼며 달린다.

▲ 막 타오른 빨간 동백
ⓒ 이규봉
물건리를 조금 지나면 해오름예술촌이 오른쪽에 나온다. 폐교된 초등학교에 세워진 이곳에는 수많은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다. 촌장님 개인이 평생을 수집한 예술품을 보니 저절로 존경하는 마음이 든다.

▲ 해오름예술촌
ⓒ 이규봉
해안도로를 달리다 왼쪽으로 삐죽 나와 있는 미조를 한 바퀴 돌아 나왔다. 이어 넓은 백사장과 우거진 송림이 한 눈에 들어오는 송정해수욕장과 아름다운 상주해수욕장을 지나친다. 용호마을에 들어서니 미국 마을을 분양하고 있었다. 독일마을도 그 의도는 좋았으나 운영은 뜻대로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별 특색이 있을 수 없는 미국 마을은 어떻게 운영하려고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

▲ 상주해수욕장
ⓒ 이규봉
앵강만을 끼고 돌면서 홍현리에 들어섰다. 홍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매우 아름다웠다. 홍현리를 지나 언덕을 넘어 설흘산 아래에 가천 다랭이마을이 나온다. 경사가 급한 산비탈을 저렇게 논으로 일군 조상의 억척 같음과 근면함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 홍현에서 바라본 앵강만
ⓒ 이규봉

▲ 가천다랭이마을
ⓒ 이규봉
남면을 지나 서면으로 들어서니 확 트인 바다는 사라지고 호수 같은 분위기가 나타난다. 확 트인 바다와 호수 같은 바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남해는 제주도에 못지않은 경치를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니는 차량도 적어 자전거여행에 아주 좋다. 남해대교에 가까워지니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바라보니 공장 굴뚝이 많이 솟아있다. 남해대교를 지나 섬진강 하구에 들어서니 낙동강 하구와 달리 갑문이 없어 보기가 좋았다. 그러나 그 뒤에 펼쳐진 굴뚝은 이곳이 공업지대임을 알려준다. 광양시청 주변에 도착하니 5시 반이었다.

다음날 아침 7시 반에 출발하여 여수로 향하였다. 광양에서 여수에 이르는 길은 자동차의 많은 통행으로 자전거 타기에는 적합하지 못하였다. 더구나 현대하이스코 순천 공장 앞에서 갑자기 자동차전용도로가 나오는 바람에 길을 물어 돌아서 가야했다.

▲ 여수역에서
ⓒ 이규봉
여수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2시였다. 여행을 끝내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바로 돌산으로 향하였다. 돌산 주위를 돌아보니 남해의 아름다움을 한껏 만끽해서인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점심에 돌산의 유명한 돌산갓김치를 맛본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여수역에 돌아하니 2시 50분이다.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가방에 넣어야 한다. 자전거를 분해하고 가방에 넣는 시간을 충분히 고려해 3시 40분 기차를 타야했다.

▲ 기차에 실은 자전거
ⓒ 이규봉


여행 후기

1. 제주도 일주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남해일주는 1박2일이면 할 수 있다. 확 트인 바다와 호수 같은 바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적극 권장한다.

2. 광양에서 여수로 가는 국도는 매우 위험하므로 매우 조심해야 한다.

3. 홀로 하는 여행은 숙박비는 더 들어가나 식비가 절약되어 경제적이다. 외로움이 극복된다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여행으로 적극 권장한다.

4. 세칭 러브호텔로 칭하는 모텔로 인해 값에 비해 매우 좋은 시설에서 숙박을 할 수 있었다. 선입견을 없애면 저렴한 가격으로 훌륭한 숙박을 할 수 있다.

5. 원칙적으로 자전거를 기차에 실을 수 없다. 그러나 자전거 가방에 넣으면 괜찮다. 무궁화나 새마을이 KTX보다 공간이 더 넓어 자전거에 편리하다.

6. 기차에서 좌석은 맨 뒤나 맨 앞을 얻는 것이 편리하다. 뒷좌석과 뒷문 사이에는 자전거를 놓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다. 맨 앞좌석에서는 그림처럼 문 밖에 놓인 자전거를 볼 수 있다.

거리(295km) 포항-85km-남해-110km-광양-74km-돌산-26km-여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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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한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 역사가 담긴 자전거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 <체게바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출간.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현 배재대 명예교수, 피리와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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