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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PDF
<조선일보>가 창간 기획으로 '학교'에 주목했다. '가난한 학교 현장'에 포커스를 맞췄다.

1960년대에 지어졌지만 제 때 개보수를 하지 못해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빗물이 새는 학교', '공간이 부족해 컨테이너 박스를 도서실로 쓰고 있는 학교', '아스팔트 바닥에 농구 골대 하나와 벤치 두 개가 전부인 학교운동장', '10년 이상 낡은 기자재로 실험실습을 하고 있는 자동차 분야 특성학교' 등등….

<조선일보>는 왜 지금 학교에 주목하는가?

사교육이 이미 공교육을 삼켜버린 지금, <조선일보>는 왜 학교, 그것도 '가난한 학교'에 주목할까 궁금했다. 물론 그 궁금증은 <조선일보>의 기획 시리즈 '학교는 가난하다'가 모두 끝나봐야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취지의 일단은 기획시리즈를 소개하는 글에서 읽어볼 수 있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를 보내는 곳이다. 불행히도 그 학교가 여전히 가난하다. 좀 나은 학교나 그렇지 못한 학교 모두 시설과 내용에서 부족한 것이 많다. 학교를 돕겠다는 손길도 뜸하다. … 가난한 학교 현장과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고발하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학교에 대한, 그렇고 그런 캠페인성 기사?

1면 머리기사로 실린 '비새는 교실, 컨테이너 도서실…2만 불 시대 학교는 가난하다'(신정민 기자)에 이은 시리즈 기획물 첫 회는 시골 초등학교에 가본 서울학생 이야기(정혜진 기자)다.

"남녀공용 화장실? '아휴! 석유난로 냄새. 우리 학교는 온돌바닥인데…."
"우리학교 도서실 시설을 여기 나눠주고 싶어요…. 음악실도, 미술실도요…."
"우리학교엔 영어체험 마을도 있는데…. 한국 땅에서 같이 살면서 왜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다."


시골학교를 둘러본 예지양의 말이다.

아, 결국 이런 시선인가? 서울의 '좋은 학교'와 시골의 '열악한 학교'의 차이에 주목하는, 그런 기획인가. 가난한 '학교'가 아니라 '가난한' 학교에 대한 그렇고 그런 캠페인성 기사인가?

다른 관련 기사의 제목들을 보면, 그런 심증을 더욱 짙게 한다.

"저소득층 학생 급식비 지원부터/벽지학교들 하소연… "문화생활은 꿈도 못 꿔"
"전국 초중고교 교실 40%/여름엔 찜통…겨울엔 냉방?"
"전국 시도 교육청 빚 2조 넘어/학교마다 2억 이상씩 빚진 꼴"


<조선일보>는 이번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연재 목차 등을 밝히지 않았다. '급조된 날림 기획'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겠지만, 일단 백지상태에서 시작해 가면서 만들어가는 기획일 수도 있겠다.

이 시대 학교가 왜 가난한지, 제대로 드러내 줬으면

어쨌든 <조선일보>의 '가난한 학교' 기획이 어디로 가는지는 좀 더 지켜보자. 왜냐하면 이제 시작이고, 작가 성석제의 다음과 같은 성찰의 글도 함께 실려 있는 만큼.

"학교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위대한 텍스트로서, 스승으로서 가르침을 베풀었다. 그 안에서 보낸 시간을 학교를 마치고 난 다음 살아갈 시간의 스승으로서 은혜를 베풀었다. 이제 학교에 뭔가를 돌려주어야 한다. 내 후배가, 내 아이가 또한 학교에서 온전히 가르침과 은혜를 받도록. 학교는 아직 있다. 많이 작아진 채. 약간 낡은 모습으로 가만히. 그 학교로 돌아가…"

부디 <조선일보>의 '가난한 학교' 기획이 가야할 곳을 잘 찾아가 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오늘 이 시대에 학교가 왜 가난한지를 제대로 드러내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이 '온전한 가르침'과 '은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학교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태그:#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백병규, #미디어워치, #조간신문 리뷰,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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