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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22일 실린 최재천 의원의 '정영진 판사의 사법권력 더 겸손해져라'를 반박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왔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세 차례에 걸쳐 법원 승진인사와 과다 수임료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이용훈 대법원장의 퇴진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편집자주>
▲ 이용훈 대법원장은 26일 오후 전국 법원순시 일정의 마지막 방문지인 서울고법ㆍ중앙지법을 방문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우선, 사법불신 해소를 위한 문제제기라 하더라도 내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함에도 법원 외부인사 중에 별다른 의견 제시를 한 분이 없는 상황에서, 따끔한 충고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 최재천 의원(무소속)에 감사드린다.

다만 내가 이번 일련의 글에서 사법불신 해소 대책으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사법개혁 관련 법안들의 국회 통과인데, 최 의원이 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최 의원도 잘 알고 계실 것이지만, 사법개혁은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추진되어 오던 것으로서 대부분의 내용이 오랜 기간에 걸친 연구와 토론, 의견수렴을 마친 것이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새롭게 무엇을 연구하고 공청회를 열고 할 것은 별로 없고, 국회에서 결정을 내리는 일만 남아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관련 법률안 중에 극히 일부만 국회를 통과하고 나머지 법률안들의 국회 통과는 별 진전이 없는 것은 어떻게 된 것인가?

'정치쟁점' 없는 사법개혁관련 법안, 왜 국회 통과 안 되나?

@BRI@사법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한승헌 변호사는 인혁당 사건 재심판결 선고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법개혁 법안들은 정치적 쟁점이 될 만한 내용이 없다, 일부 야당의원들이 현 정권의 치적이 될 만한 것은 협력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여당의 사정도 말이 아니다 보니 기댈 곳이 없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또 한 방송사에서는 사법개혁 표류의 원인과 관련 "변호사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법안들을 법사위에서 마치 문지기처럼 막아내고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법사위 소속 의원 16명 가운데 변호사가 무려 11명이나 된다"며 "25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입법이 완료된 것은 변호사들의 이익과는 별 관련이 없는 겨우 6개 법률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이에 대해서 최 의원은 국회의원 처지에서 한 말씀 언급하셨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나아가 세금탈루 의혹에 대한 대법원장의 해명 직후, 변호사인 최 의원이 소속되어 있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논평을 통해 "신고누락이라는 변명을 수용한다고 해도 국민은 물론 대다수 변호사는 거액의 신고누락이 가능한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추가 해명을 요구했을 정도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개진이 없는 것도 아쉽다.

대법원장의 고등부장 승진인사, 법적 근거 전혀 없다

내가 쓴 글의 핵심은, 세금탈루 등 의혹이 제기되었을 당시 전체 응답자의 61.6%가 대법원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대법원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어 있어 대법원장이 적극 해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의혹이 해소되지 못하여 국민 대다수가 대법원장을 불신하고 있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함이 바람직한데,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지 못하는 경우 법적인 조치로서 대법원장이 임기 개시 후 행한 위법한 고등부장 승진인사 실시를 이유로 한 탄핵소추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다.

법관에 대한 탄핵사유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는 것이므로 대법원장이 그의 직무인 법관인사권 행사에 있어 법률을 위반한 경우 탄핵소추의 대상이 됨은 물론이다. 유태흥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의 경우도 그 사유는 법관 인사에 대한 것이었다.

현 대법원장의 고등부장 승진인사는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고려할 정도로 위법성의 정도가 중대한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현재의 법관인사 시스템에서 고등부장 승진인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생각하면 분명해진다.

현재 고등부장 승진은 대부분의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법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법관인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등부장 승진인사는 대법원장이 법관들을 통제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기도 한다. 이처럼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도를 법적 근거도 없이 실시하는 것이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겠는가?

탄핵소추가 발의되었을 당시의 유태흥 대법원장의 인사와 현 대법원장의 인사를 비교하면 어떠한가? 유태흥 대법원장의 법관인사는 대부분 고등부장 아래의 하위직급 법관에 대한 인사였다. 그러나 현 대법원장의 인사는 그보다 높은 고등부장 직급에 대한 인사이다.

또 유태흥 대법원장의 인사는 그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법적 근거는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 대법원장의 고등부장 승진인사는 그 내용의 당부는 차치하고 법적 근거가 없다.

대법원장의 고등부장 승진인사가 형식적으로는 전보발령 형식을 취하였으니 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자동차와 운전기사까지 제공되는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등부장 승진의 실체를 도외시하고 형식만 보고 적법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탈법행위가 용인될 수 있을지는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할 문제이지만 내 판단으로는 탄핵소추도 고려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대법원장을 둘러싼 의혹,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 이용훈 대법원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최 의원의 지적대로 조폭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변호사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일부 국민들은 조폭을 변호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 인상을 가질 수 있으므로 대법원장으로서는 국민들의 오해가 없도록 해명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를 강조한 것이다.

국부유출 논란을 낳은 진로와 세나인베스트먼트 소송사건의 경우 그 수임 경위에 대하여 해명이 있었음에도 조폭변론과 관련해서는 대법원장의 해명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배경과 관련하여 또 다른 의혹, 예컨대 조폭과 같은 범죄조직의 경우 변호사 수임료가 매우 고액인 경우가 많은데 대법원장이 받은 수임료는 적정했는지 여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잘못해도, 대통령이 잘못해도, 대법원장이 잘못해도 주권자인 국민들이 속절없이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겠는가?

지금처럼 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각종 통신수단이 발달된 지금은 국민들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사법개혁 관련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거나 대법원장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선전선동 운운하는 것은 최 의원이 내 진의를 오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사법권력 겸손해지라'는 최 의원의 지적에 대하여 전적으로 공감하며, 최 의원도 사법불신 해소 문제와 관련 무엇이 진정으로 사법부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적극 검토해 볼 것을 부탁드린다.

대법원장 관련 의혹들이 제기된 지 벌써 1달 보름여가 지나고 있음에도 더 이상의 해명 없이 국민들의 대법원장에 대한 불신상태가 그대로 굳어지도록 방치할 것인지? 혹은 모든 의혹들에 대하여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 국민들의 신뢰를 받도록 할 것인지?

태그:#이용훈, #대법원장, #탄핵,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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