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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테네에서 110m 허들 류상과 10km 싱후이나의 금메달은 중국 육상이 기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예상을 하기에 충분했다.
미국-중국 역대 올림픽 성적

대회

미국

중국

 1988(서울)

36(3위)

5(11위)

 1992(바로셀로나)

37(2위)

16(4위)

 1996(애틀란타)

44(1위)

16(4위)

 2000(시드니)

40(1위)

28(3위)

 2004(아테네)

35(1위)

32(2위)

ⓒ 오마이뉴스
왼쪽의 표는 서울 올림픽(1988년) 이후 아테네 올림픽(2004년)까지 미국과 중국의 금메달 숫자와 순위를 집계한 것이다. 가장 큰 변화의 중심에는 구소련의 해체가 자리하겠지만 20년 사이의 가장 큰 변화는 미국의 주도권 확보와 중국의 약진이 있다.

그럼 다음 올림픽의 성적은 어떻게 될까.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중국의 힘을 생각하면 지난 그리스 올림픽 금메달 수에서 35:32까지 추월한 중국이 미국을 제치는 것은 당연지사로 받아들이는 게 맞지 않을까. 일단 확률적인 숫자로 봤을 때 성적의 근접 속도나 홈의 잇점을 생각한다면 중국과 미국의 금메달 수는 역전될 가능성이 많다. 물론 중국이 수위로 가는 데는 홈 잇점에 대한 지나친 역작용과 미국의 약진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지만 이도 약간 무리다.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지만 '스포츠는 총성없는 전쟁'으로 불릴 만큼 국가의 힘과 상관관계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MD나 6자회담에서 중국과 역학 관계에 민감한 미국으로서는 스포츠에서까지 수위를 내놓으면 적지 않게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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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순위 싸움에 가장 큰 변수는?

그럼 정말 순위가 바뀔 수 있을 것인가. 지난 아테네 올림픽을 보면 미국은 수영으로부터 금메달 레이스를 시작했다. 미국이 금메달을 가장 많이 건진 것은 수영으로 무려 12개의 금메달을 땄다. 또 전통적인 강세인 육상에서 8개를 수확했고, 체조, 권투, 태권도, 농구, 여자축구, 소프트볼, 요트, 사격, 사이클 등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반면에 중국은 사격을 시작으로 금메달 레이스에 돌입했다. 중국도 수영에서 7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6개가 다이빙에 집중되어 있다. 그밖에도 사격, 탁구, 배드민턴, 육상, 태권도, 역도, 체조, 유도 등에서 2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 미국의 가 다음 올림픽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수 있다고 보도한 기사를 인용 보도한 중국 신문.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미국은 전통적인 강세로 심리적인 변화가 큰 영향을 주지 않은 종목이어서 다음 대회에도 무난히 그 정도의 금메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사격, 육상, 태권도, 역도, 체조, 유도 등에 집중되어 있고 잠재 요소가 많다.

이런 종목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응원이 많을 때 유리한 종목이 많아서 지난 대회에 비해서 휠씬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110m 허들의 류상(劉翔)과 여자 10km에서 싱후이나(邢慧娜)의 금메달은 과거 세계 육상계를 경악시켰던 마군단의 부활을 예고하는 만큼 예상외의 파괴력을 보일 수도 있다.

이 경우 3개차에 지나지 않았던 금메달 순위가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고, 경우에 따라서는 큰 차이로 벌어질 가능성이 많다. 중국으로서는 홈 잇점으로 인해서 금메달을 늘렸다는 인식을 피하는 게 급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중국지부 임병익 홍보이사는 "이번에 중국이 성적에 있어서 중국을 제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도하 아시안게임을 봐도 중국은 올림픽 종목에서 확실히 금메달을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포츠는 철저히 투자한 수확을 거두는 만큼 중국의 약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다음 올림픽에서 중국의 1위 수성이 더 관심거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 성적으로 세계 헤게모니로 선다?

▲ 아테네 올림픽 선수단을 환영하는 후진타오 주석.
과거 '종이 호랑이'로 불리던 중국은 사실 1980년대까지 세계 스포츠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1976년 열린 몬트리올 올림픽에는 참가조차 않았다. 당시는 소련(금메달 49), 동독(금메달 40), 미국(금메달 34)과 같은 판도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양정모 선수가 첫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던 올림픽이다. 미국의 불참으로 반쪽이 된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그런 중국이 국제 스포츠 무대에 발을 내딛은 것은 1984년 23회 LA올림픽이다. 이 대회에서 중국은 15개의 금메달을 따내 4위에 올라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체조의 리닝 등이 있었지만 '괄목상대'라는 말이 어울리는 자리였다.

24회 서울올림픽에는 금메달 5개로 11위로 처지는 수모를 겪었지만 이후 천천히 성장해 드디어 미국을 위협하는 위치에 올랐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미국은 1984년 LA 올림픽에서 83개의 금메달을 거뒀는데, 2위인 루마니아(20개)의 4배에 가까운 숫자였다. 이 올림픽 이후 90년대 구소련이 붕괴되고, 미국이 세계 유일 헤게모니로 성장한 것을 보면 중국이 이번 올림픽에 거는 유난한 관심도 결국 패권으로 가는 중국의 복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08년 성적으로 독주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다. 다른 나라를 생각한다면 성적을 조율할 수도 있지만 중국이 금메달에 거는 집착은 남다르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올림픽 종목에 대한 관심과 집착은 2008년에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도하 하계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은 165개 금메달을 획득해 2위 한국(58개)에 3배에 가까운 독식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중국의 금메달은 전통적인 올림픽 강세 종목이나 경쟁 종목에 집중되어 있어 2008년에도 이런 집중력은 계속될 거라는 예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중국으로서는 1984년 높은 성적을 받고, 세계 헤게모니로 질주한 것처럼 그럴 의도가 충분함을 증명했다.

중국 스포츠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 중국 체육 발전의 기틀이 된 체육학교 중 대표적인 스차하이체육학교.
ⓒ 조창완
종이호랑이였던 중국 스포츠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우선 뱃심을 무시할 수 없다. 마오쩌둥도 체육을 좋아했지만 덩샤오핑만 하지는 않았다. 덩샤오핑은 스스로 축구광이었고, 모든 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거기에 1980년 이후 실권을 장악한 덩샤오핑은 중국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원바오(温飽, 잠자리와 배고픔)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는 특수교육이 중요한 패턴으로 잡아갔다. 때문에서 각 지역마다 축구학교, 탁구학교, 무술학교, 체조학교 같은 체육특기학교와 종합 체육특기학교인 체육학교 등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이런 학교들은 체육을 우선으로 해서 일반 학업을 진행하는 학교로 일종의 기능학교이면서 엘리트 체육교육 코스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체육명문학교들도 다수 생겨났는데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스차하이체육학교(什刹海体育学校)는 아테네올림픽 여자 67kg급 금메달을 딴 루오웨이(羅微), 중국여자탁구계의 대표주자인 장이닝(張怡寧), 체조의 장난(張楠), 텅하이빈(滕海濱)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기도 했다.

▲ 여자태권도 62kg급 천중(陳中)은 아테네에서 중국에 마지막(32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중국은 한국의 주력종목을 위협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수백개에 달하는 체육학교나 무술특기학교가 있는데, 이 안에는 태권도 학과도 개설되어 있다. 중국의 태권도 역사는 길지 않지만, 이런 학교들에서 집중 육성한 선수들이 발굴의 기량을 발휘하는데, 지난 아테네 대회에서도 두 명의 여자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스포츠 스타들이 사회적인 스타로 부각하는 분위기도 스포츠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 1982년 세계체조선수권대회 6관왕, LA올림픽 3관왕으로 세계를 휩쓴 리닝은 90년에 자기 이름을 브랜드로 한 스포츠용품을 만들어 홍콩증시에 상장한 정도의 거대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밖에도 NBA 농구스타 야오밍 등 스타는 물론이고, 중국 내 프로리그에서 뛰는 운동선수들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가 운동선수를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각 운동별로 앞선 나라에서 지도자를 좋은 조건으로 초빙해 지도력을 배우는 것도 스포츠 역량 강화에 큰 힘이 됐다.

여자하키 김창백 감독, 여자 핸드볼 김갑수 감독, 여자 아이스하키 이태민 코치, 장춘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대표팀 김선태 감독 등 한국이 우세했던 종목의 감독을 초빙해 자국의 힘으로 만드는 능력을 보여줬다.

"금메달만 많이 따면 뭐하나"... 국력 낭비에 통렬한 비판도

하지만 중국의 스포츠 능력 향상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신랑, 소후 등 포털사이트에는 도하 아시안게임 관련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시시각각 금메달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의 선전을 모든 이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특히 네티즌들의 금메달에 대한 냉소는 상상 이상이다.

"많은 초등학교에는 운동장도 없다. 이런 쓸데없는 명찰은 개 오줌싸개밖에 안된다."(신랑 댓글)
"금메달을 가져오면 뭐하는가? 금메달이 많을수록 낭비도 많아진다. 이렇게 돈을 쓰면 중국인들의 신체가 좋아지는가? 가난한 사람이 줄어드는가."(소후 댓글)
"금메달 하나에 백성들의 돈 7억 위안이 들어간다."(소후 댓글)

태그:#베이징, #올림픽, #특집,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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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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