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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배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
ⓒ 윤성효
피고인한테 책을 선물하는 판사가 있어 화제다.

문형배 창원지방법원 제3형사부 부장판사로, 그는 7일 방화미수로 구속되었던 30대에 책을 선물했다. 지금까지 문 부장판사가 피고인한테 책을 선물하기는 20여 차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부장판사가 이번에 선물한 책은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이날 문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피고인한테 '자살자살자살'을 10번 되풀이 하도록 했고, 그 끝에 "피고인이 말한 '자살'이 우리에게는 ‘살자’로 들린다"고 말했다. 문 부장판사는 "죽어야 할 이유를 살아야 할 이유로 새롭게 고쳐 생각하며 살아라"며 책을 선물했던 것.

이날 책 선물을 받은 A씨는 지난해 12월 진해의 한 숙박업소에 투숙해 있었는데, 카드 빚 때문에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마음먹었다. 숙박업소 안에서 일회용 가스라이터로 신문지에 불을 붙여 방화를 시도했다.

다행히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불은 재빨리 진화되었고, 이불과 전기장판 등 150만원 상당만을 태웠다. 백씨는 현주건조물방화미수죄로 구속기소되어 그동안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이날 A씨한테 전과전력이 없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문 부장판사는 지난 해 7월에도 같은 책을 피고인한테 선물한 적이 있다. 자기 처지를 비관해 집에 불을 질러 현주건조물방화미수죄로 불구속 기소되었던 B씨한테도 같은 책을 선물했던 것. 당시 B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문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B씨한테 "그동안 살아오면서 성공하지 못한 일이 많겠지만 그렇게 실패했다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이번에 미수에 그쳤으니 다행이지 만약 자살이 성공했다면 이 자리에 설 수라도 있었겠냐"고 말했다.

이 책은 중국 작가 탄줘잉의 에세이집으로, '사랑에 송두리째 걸어보기'와 '영광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 '다른 눈으로 세상 보기' '마음을 열고 세상 관찰하기' '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외쳐보기' 등 49가지의 의미 깊은 실천사항들을 담고 있다.

문 부장판사는 지난해 초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20대 청년한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류시화 시인이 엮은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선물했다. 어릴 때 헤어졌던 생모를 재판 진행과정에서 만난 청년한테 사랑하며 살라는 뜻으로 책을 선물한 것.

또 문 부장판사는 지난 해 환각물질 흡입으로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항소한 20대 청년한테도 책 <마시멜로 이야기>를 선물했다. 당시 문 부장판사는 법률로만 따지면 징역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었는데, 드물게 직권으로 보석을 허가해주면서 벌금형을 선고했다. 당시 문 부장판사는 책을 선물하면서 "한때 유혹에 빠지지 말고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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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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