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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추, 쑥갓, 고구마, 감자, 가지, 피망, 무, 배추 등등 5평 텃밭에서 20여가지의 먹거리를 거둬들였습니다.
ⓒ 정상혁
이번 주말엔 뭐하지? 휴식을 위한 주말이 오히려 스트레스?

"아빠, 일요일인데 놀이공원 놀러가요!"
"아… 벌써 주말이야? 이번 주에는 뭘 해야 하나?"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잠 아니면 TV만 붙들고 사니 내가 못 살어~!"

주5일 근무제가 점차 확산되가면서 늘어난 휴일이 반갑기만했던 직장인 K씨. 그러나 주말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런 소리를 자주 듣게 되면서 주말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게 돼 버렸다.

@BRI@주5일 근무제의 시작과 함께 늘어난 여가시간을 이용해 주중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자기계발이나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특별한 취미가 없거나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무료하게 주말을 보내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매주 놀이공원이나 쇼핑, 영화보기 등으로 보내기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매주 나가서 뭘 하자니 돈이 들고, 아무것도 안 하자니 가족들에게서 원성을 사게 되니 진퇴양난일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을 한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말농장을 들 수 있다.

주말농장은 몇 달이 지나도 흙 한 번 밟지 않고 생활하는 콘크리트 도시 속 현대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실외활동과 운동을 겸할 수 있게 해주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생명의 신비를 가르쳐 주는 자연학습장이 되기도 한다.

▲ 납작하고 뾰족한 상추씨앗을 심으면 시장서 사먹기만 하던 상추가 계속 돋아난답니다.
ⓒ 정상혁
텅텅 비어 있던 황량한 벌판같던 곳이 두 달 남짓한 시간만에 밀림이 되는 모습은 내가 생각해도 경이롭기만 하다. 그러니 어린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감동으로 다가갈지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 상전벽해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주말농장 시작 전과 후의 변화된 모습
ⓒ 정상혁
한편으로 늘 쪼들리는 생활비로 골머리를 썩는 주부에게는 반찬값의 부담을 다소나마 덜 수 있다. 거기에 조금만 신경쓰면 유기농에 가까운 농산물을 식탁에 올릴 수도 있다. 다 소화하지 못한 농산물들은 왕래가 없어 소원한 위아래 옆집에 돌리며 이웃간에 정도 쌓을 수 있다.

▲ 텃밭은 배추벌레, 달팽이, 무당벌레, 거미들을 농약으로 죽여가며 짓지 않아도 좋습니다.
ⓒ 정상혁
내세울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기자의 첫 주말농장 시도였던 지난 1년의 경험으로 볼 때 농사경험이 전혀 없어도 괜찮다. 일주일에 한 번쯤 들러볼 수 있는 정도의 정성이라면 누구라도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물론 집 근처에 활용 가능한 쉬는 땅이 있다면 좋겠지만 대체로 도시 인근에 땅을 가진 농장주들이 운영하는 텃밭형 주말농장 중에 적당한 곳으로 선택하면 된다.

일단 주말농장 선택의 제일 중요한 고려사항은 '거리'이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거리가 부담스러우면 자주 가지 못하기 때문에, 집에서 차로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면 좋다.

적당한 곳을 찾았다면 경작할 텃밭을 분양받아야 하는데 자신의 경험이나 능력을 고려해야 하며 직접 방문해 살펴본 후 결정하는 편이 좋다. 적은 평수라고 의욕만 앞세워 계약했다가는 넘쳐나는 푸성귀들을 다 처리 못해 곤란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경험상 4인 가족의 경우 5평 전후라면 적당하다.

분양을 마치면 심을 작물을 선택해야 하는데 선택한 작물에 따라 미리 구역을 나누어 경작하면 여러 모로 편리하다.

초보자들은 작물이 자라는 형태나 기간, 수확 시기를 잘 모르므로 농장주나 주변의 경험많은 분들의 조언을 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일 만만한 상추의 경우 보통 3월 말경부터 파종을 시작하고 4월 이후에는 모종으로 심을 수 있다. 이쯤이면 상추뿐만 아니라 쑥갓, 토마토, 양배추, 치커리 등등 우리가 늘상 시장에서 사먹던 푸성귀들은 뭐든 심을 수 있다.

5월에 감자를 싹틔워 씨감자를 심으면 여름 장마가 시작하기 전 뿌리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자를 캘 수 있다.

▲ 작년 5월 7일 씨감자심고, 7월 15일에 캤습니다.
ⓒ 정상혁
또 두둑을 만들어 줄을 치고 매운고추, 안매운고추를 심고, 들깨는 두세 나무만 심어도 한 여름 쌈야채 거리로 차고 넘친다.

그러나 주말농장에도 동전의 양면처럼 수확의 기쁨 반대편에 실패의 아픔도 존재한다.

맨 처음 상추씨를 뿌려놓았는데 추운 날씨에 몇 주씩이나 싹틀 기미가 안 보여 초반부터 기가 죽었었다. 또 심어놓은 모종이 냉해를 입어 시들어 죽기도 했다. 여름 장마에 정성들여 기른 고추가 몽땅 병에 걸려 죽는 바람에 제대로 수확도 못하고 그 해 농사를 접은 적도 있다.

▲ 벌레먹고 추위에 시들고 병들어 죽기도 합니다. 이 또한 주말농장을 통해 배우는 것의 일부입니다.
ⓒ 정상혁
하지만 한여름 뜨거운 햇볕을 받고 내 팔뚝만큼이나 크게 자라난 탐스러운 강냉이를 보고나면 그런 아픔이 있었는지 모르게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도 주말농장의 하이라이트는 가을 김장배추와 무를 길러 수확하는 것이 아닐까? 땅바닥에 흩뿌려놓으면 보일락 말락한 배추씨 무씨를 뿌려 정성껏 물주고 벌레잡아 키우는 재미를 그 어디에 비할까?

어릴 적엔 솎아다가 시골 막된장에 푹 찍어먹으면 삼겹살 없이라도 그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한 주 한 주 지나며 쑥쑥 커가는 모습이 마치 자식새끼 커가는 것마냥 오지고 뿌듯하다.

찬바람이 불어올 무렵에는, 한쪽 팔로 들기에도 무거울 정도로 크게 자란 무와, 속이 잘 들어차 한 번에 두 개를 안아도 한아름인 김장 배추로 김장까지 담갔다. 이만하면 주말농장 1년 해볼 만하지 않은가?

▲ 김장무와 배추는 정성을 많이 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수확의 기쁨도 큽니다. 속이 꽉 들어찬 배추 18포기와 내 장딴지만한 무 15개를 수확해서 김장까지 담갔습니다.
ⓒ 정상혁
주말농장을 오가며 들인 기름값과 땅빌린 삯에 모종값, 비료값이 사먹는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이 들지언정, 주말농장이 주는 즐거움과 적은 규모라지만 흙만지고 농사짓는 데서 얻는 교훈과는 바꿀 수 없는 일이다.

3월 중순 이후가 되면 본격적으로 주말농장 시즌이 시작되므로 그 전에 분양받지 않으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 기사를 읽고 마음이 동하신 분들이 있다면 발빠르게 준비를 해야 올 일 년 농사준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주말농장을 주5일제 근무시대에 여가시간을 보내는 알찬 방법으로 강력하게 추천해 본다.

▲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쑥갓꽃, 가지꽃, 청경채꽃, 오이꽃. 장미못지 않게 예쁩니다.
ⓒ 정상혁

덧붙이는 글 | 시내 외곽에 주말농장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참고 사이트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http://www.seoul.go.kr/info/organ/center/agritec/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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