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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기 <한겨레> 사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사 수정 : 7일 오전 11시 20분]

<한겨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주 정태기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불거진 <한겨레> 내부의 난기류는 편집국장의 전격 경질로 외화됐다. 상근 임원들이 사장에게 모두 보직사퇴서를 내놓은 상태여서 그 여진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정 사장은 지난 1월 30일 임원회의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건강 문제와 커뮤니케이션 미흡을 그 이유로 들었다.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 쪽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까지 한 차례 번복과정을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정 사장은 5일 오전 이사회에서 사의를 거둬들였다.

대신 임원진들이 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그날 오후 6시경 전격적으로 곽병찬 논설위원을 새 편집국장으로 내정한다는 인사가 붙었다. 오귀환 편집국장은 방이 붙기 직전에 자신의 경질 사실을 안 것으로 알려졌다. 전격 경질이다.

외견상의 흐름만 보자면 정 사장의 사의 표명은 임원진, 특히 편집국에 대한 불만이 컸던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첫째는 오귀환 편집국장에 대한 전격 경질 사유가 불분명하다. 지난해 7월 취임한 후 이제 7개월을 막 넘긴 시점이다. 편집국장의 편집 방향이나 인사를 놓고 내부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없었다.

7개월짜리 편집국장, '임명동의제' 선택한 결과

결국 소통이 문제였을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너무 가혹하다. 오귀환 편집국장은 정 사장이 '히든카드'로 발탁한 인사였다. 전임 편집국장이 중간평가를 눈앞에 두고 중도하차한 상태에서 발탁한 인사였다. 그것도 <한겨레>를 떠나 있던 외부인의 발탁이었다. 그런 만큼 설령 소통에 다소 문제가 있었더라도, 나눠질 짐이지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떠넘길 일은 아니다. 발탁도 파격이고, 경질도 파격이다.

경영지원실 쪽의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의 심중을 조심스럽게 이렇게 해석했다. 어쨌든 사의를 번복하면서 남은 임기 동안 지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새 국장이 그 일에 더 적임자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하지만 이런 해석도 나온다. 최근 불거졌던 금속노련 광고 게재 거부 파문이나 윤전 분사 논란의 진원지로 편집국이 지목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제3의 해석은 조금 더 차갑다. 정 사장이 사의를 번복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그 명분으로 삼고, 오귀환 편집국장을 그 첫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해석이다.

인사권자의 의중을 헤아리기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연 또한 복잡할 터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겨레> 사람들이 정 사장의 사의 파동은 물론 편집국장 경질에 대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납득할만한, 필연적인 설명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온갖 설이 난무할 수 있는 수상쩍은 분위기이다. 정 사장으로서는 이 과정에서 '약식 재신임'을 받은 셈이지만, 감당해야 할 반작용 또한 더 커졌다.

<한겨레>는 2004년 9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고, 그해 말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2005년 초 사장과 편집국장 선출 방식 등을 바꿨다. 사장의 임기를 3년으로 하고 편집국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에서 '임명동의제'로 변경했다. 사장이 힘 있게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장과 손발이 맞는 편집국장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7개월짜리 편집국장은 그런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태그:#백병규, #미디어워치,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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