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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비 모델인 인기 그룹 '슈퍼주니어'. 현재 스마트 광고는 '동방신기', 엘리트 광고에는 'SS501' 등이 등장한다.
ⓒ 아이비 홈페이지

기자: 요즘 교복(동복) 한 벌에 얼마나 해요?
교복업자: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략 25만~30만원입니다.
기자: 꽤 비싸네요.
교복업자: 개인적으로 살 땐 그런데, 공동구매를 할 경우엔 14만~16만원에 살 수 있습니다.


1일 서울 신촌의 한 중소업체 교복점. 1만~2만원이면 모를까, 공동구매시 10만원 이상 더 싸진다는 얘기에 귀를 의심했다. "유통과정에 '거품'이 끼었기 때문"이란 게 이 교복업자의 설명이었다.

30만원 교복과 14만원 교복... 도대체 뭐가 다른 거야?

유명 교복업체 스마트가 한 벌에 30만원을 웃도는 '프리미엄 라인' 교복을 내놓으며 해마다 반복되는 교복값 논란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은 "아이들 교복값이 성인 양복값과 같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소위 '메이저 3사'로 불리는 스마트·아이비·엘리트. 교복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들 회사의 교복 한 벌(재킷·조끼·셔츠·바지) 가격은 평균 20만원 중반대. 여기에 셔츠 한 벌을 추가하고 각 학교가 정해놓은 체육복 등을 구입하면 3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다시 코트와 여름 교복값까지 포함하면 70만원을 거뜬히 돌파한다.

중소업체들과 한국교복협회, 동대문의류봉제협회, 한국공업피복협동조합 등 교복 생산자들은 '반값 교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홍보(광고)와 유통과정에서 거품을 빼고 재고부담률을 낮추면 같은 질의 교복을 절반값에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메이저 3사' 관계자들은 "제품의 질에 차이가 난다"고 주장한다.

교복값 논란은 90년대 후반, 대기업이 교복 시장에 뛰어 들면서부터 서서히 시작됐다. 인기가수들을 내세운 스타마케팅이 시작되고, '본사→총판→대리점'을 거치는 현재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10만원 대였던 대기업 교복값이 세 배 가까이 뛰게 된 것이다.

[논란①-교복 원가] "8만원도 가능하다"... 메이저 3사 "공개 불가"

교복 원가, 대체 얼마일까

한국피복공업협동조합 학생복 사업위원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업체 교복 원가는 12만 원 정도다. 여기에 운송비 등 간접비용 1만 원과 이윤 3만 원을 더해 15만 원에 팔면 적정한 가격이라는 것.

다음은 자세한 내역.

* 제조원가

- 원단(재킷+바지): 5만5000원(기능성 소재)
- 제조공임: 2만2000원
- 셔츠(원단+공임): 1만5000원
- 조끼(원단+공임): 1만5000원
- 부자재(마크 등): 3000원
제조원가 합계: 11만원

- 간접비(운송 등): 1만원
- 이윤: 3만원
판매가격: 15만원(단, 공동구매일 경우)
대기업의 30만원대 교복. 원가는 얼마일까? 한국교복협회 민병화 사무국장 등 교복업체 관계자들은 "10만원 이하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소업체들의 교복 원가는 오히려 12만원 가량으로 다소 비싼 편.

이에 대해 한국공업피복협동조합 측 관계자(20년 경력)는 "원단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대기업은 대량 생산을 하는 데다 제조공임(품삯)을 낮게 잡아 2만원 가량 원가 절감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대기업 교복은 원가가 8만원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원단을 떼거나 북한 등지에서 제조를 할 경우 20% 정도 원가를 내릴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그는 2~3년 전 중국 쑤저우와 다롄 등지에서 대기업 공장을 시찰한 바 있다고 했다. 취재 결과 3년 전의 일부 대기업 제품에서는 원산지 표기가 돼있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국산섬유제품 인증마크'를 발급하고 있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측은 "일부 업체가 베트남 등지에서 원단을 만들어 왔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최근에는 거의 100% 국내생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기업 교복 원가는 10만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엘리트 측은 "학교마다 가격이 다르고 일괄적으로 평균을 낼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원가 공개 불가" 입장을 밝혔다.

[논란②-유통 과정] 본사가 3만~4만원, 지역총판 1만~2만원, 대리점 10만원 이익

원가 10만원, 판매가격 25만원.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본사→총판→대리점'을 거치는 유통과정 때문이라는 게 교복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본사는 공장원가 10만원짜리 교복을 30~40%의 마진(중간 이윤)을 붙인 13만~14만원 정도로 지역총판에 넘긴다. 지역총판은 10% 정도 이윤을 남긴다. 결국 14만~15만원에 넘겨진 교복은 대리점 및 판매점에서 2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다.

이런 유통과정을 거치면 본사가 3만~4만원, 지역총판이 1만~2만원, 대리점이 10만원 안팎의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대리점이 폭리를 취한다"고 말한다.

이에 아이비 서울 강서양천 지역 정 아무개 대표는 "대리점에서도 백화점 입점 비용 등을 빼면 가격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면서 "교복은 한철 장사인데다 대리점은 10%가 조금 넘는 이익을 남길 뿐"이라고 항변했다.

▲ 일반교복점에서 상담중인 학부모
ⓒ 이은화
왜 이런 복잡한 유통과정이 생긴 것일까.

중소 교복업체 이튼클럽의 채영석 대표이사는 "전국을 상대로 장사하겠다는 대기업의 욕심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교복은 각 학교마다 디자인, 재질이 다른 '다품종 소량생산' 시장인데 이를 본사 측이 다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다단계'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엘리트측도 "본사가 일괄적으로 각 학교에 제품을 보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논란③-광고비 부담] 한벌당 광고비는 얼마? "5000~1만원" vs "1000원 정도"

90년대 후반 인기가수 GOD, 신화 등이 교복 광고에 출현하기 시작했다. 현재 교복 광고를 등장하는 연예인은 동방신기(스마트), 슈퍼주니어(아이비), SS501(엘리트) 등 아이돌 스타들이다.

교복업체 관계자들은 TV광고에 20억~30억원(1년) 가량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튼클럽 채 대표는 "교복 한벌 당 5000~1만 원의 광고료를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대기업 측은 "광고부담은 한 벌 당 1000원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타마케팅으로 인한 소비자부담이 거의 없다는 해명이다.

동대문의류봉제협의회 이상빈 전무는 "질보다는 스타와 브랜드를 선호하는 청소년들의 허영 소비심리를 이용한다"고, 채 대표이사는 "대기업들이 광고를 통해 교복을 '명품화'한 후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한다"고 비판했다.

교복 사는 데만 70만원... 대책은 없나

▲ 지금까지의 스마트 교복모델들. 한 교복업계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이 광고에 출현함으로서 교복 한벌 당 5000~1만원 가량이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다고 추정했다.
ⓒ 스마트 홈페이지
교복업계 관계자들은 "복잡한 유통과정을 없애고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닿는 '공동구매'를 활성화하면 대기업 제품도 15만에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 강서지역 H고교의 경우 공동구매로 12만~13만원대의 교복이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트측은 공동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엘리트 메이트'라는 회사를 별도 운영 중이다. 엘리트 관계자는 "공동구매시 가격은 20만원 이하"라고 밝혔다. 결국 유통과정을 줄이면 가격을 낮출 수 있음을 인정한 셈.

그러나 엘리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같은 내용이 나와있지 않다. 본사에 직접 통화를 해야만 이 회사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것.

그러나 실상 공동구매는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역 중·고교의 30%가 공동구매를 시행하고 있지만 지방의 경우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공동구매는 학부모가 중심이 된 학교운영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서울 지역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는 지난 1일 "학부모들이 공동·협의구매를 원한다 해도 학교의 무관심과 구매 절차·방법을 잘 몰라 무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교육당국이 공동·협의구매의 의무적 시행을 제도활 할 것"을 촉구했다.

학사모(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도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복값 3년 동결 ▲재고상품 할인판매 ▲광고, 사은품 축소 ▲대기업 부당이익금 사회환원 ▲협의구매 등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불매 운동과 교복 입지않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대기업 대리점이 공동구매를 방해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튼클럽 측은 "경기도의 P정보산업고·공업고 등이 공동구매를 추진하다 대기업 대리점의 방해로 무산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채영석 대표이사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교복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올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각 지역 중소업체들에 맡겨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교육부가 공동구매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학생들은 교복을 어떻게 입지?

▲ 캐나다 오타와 애쉬버리 칼리지의 교복.
ⓒ 애쉬버리 칼리지
외국 학생들도 교복을 입는다. 한국에선 연초가 되면 으레 교복값 거품 논란이 일어난다. 해외 사정을 어떨까?

일본에서는 '아이돌 스타'가 등장하는 교복광고를 찾기 어렵다. 한국의 '스마트' '아이비클럽' 등과 같은 전국 단위의 매장을 가진 대표 브랜드도 없다.

가격은 다소 비싸다. 도꾜지역 사립 중·고교의 경우 하복이 2만~3만엔(16만~24만원), 동복이 3~4만엔(24만~32만원) 대다. 여기에 2만~3만엔을 더 들여 학교 행사 때 입는 일종의 행사복('세이소')을 구입해야한다. 공립 교복은 이보다 5000~1만엔 정도 더 저렴하다.

그러나 일본 대도시의 사립 중·고교 입학금은 30만엔(약 240만원), 1년치 수업료는 80만엔(약 760만원), 공립 입학금은 1만~2만엔(8만~16만원), 수업료는 8만~9만엔(64만~72만원) 선이다. 공교육비에서 교복이 차지하는 비율이 한국(1년 수업료 150여만원 선)에서만큼 크지 않다는 얘기다.

호주는 대부분 지역에서 '주니어(초등학교)·하이(중·고교)'스쿨 모두 교복을 착용한다. 그러나 교복값이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주니어 교복 세트는 가방·모자·리본·헤어밴드·여름 드레스 2벌·양말 3켤레·자켓 등을 모두 포함해 약 180호주달러(약 13만원)다.

시드니 지역 공립 하이스쿨(7~12학년,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복은 280호주달러(20만원) 정도다. 이는 스커트 1벌, 브라우스 2벌, 스포츠 유니폼(체육복) 바지 1벌, 티셔츠 2벌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이다.

단, 각 학교에 따라 교복값에 차이를 보인다. 명문 사립학교 교복의 경우 디자인, 재질 등이 좋아 일반 공립학교보다 가격이 월등히 높다고 한다.

그러나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 이 아무개(39)씨는 교복값에 대해 "합리적이다, 부담 없다"면서 "교복이 비쌀 경우 학부모들이 중고(second hand)를 많이 찾는다, 중고제품의 경우 새제품 가격의 절반도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로 사립 중·고교 학생들이 교복을 입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교복값이 등록금에 포함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학교 자체적으로 제조업체를 선정,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복시장이 우리나라처럼 몇 개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되지 않았다. 가격대는 상·하의 모두 합쳐 100~200달러(10만~20만원)선. 유학생 이 아무개(28)씨는 "유명 연예인이 교복을 입고 TV광고를 찍는 건 이곳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면서 "교복값이 한국에서처럼 비쌀 이유가 없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중국의 경우 교복 가격에 제한을 두고 있다. 또 각 학교 서무실에서 교복을 일괄적으로 판다. 가격은 난징(南京) 지역 중학생 동복이 한화로 1만5000원(120위안), 하복은 9000원(68)정도.

중국에선 일년에 4차례 정도 교복을 구입해야 한다. 질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하복 모두를 각각 4벌씩 산다 해도 1년에 드는 총 비용은 10만원에 못미친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복이 의무화돼 있는 태국의 경우 보통 200~300바트(5000~9000원), 고급이 600~700바트(1만8000~2만원) 대다.

한편, 영국, 미국 등지에서는 교복을 '신성한 제복'으로 인식, 지정업체 외에는 임의대로 제작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안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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