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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도대체 '언제'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한 지 4년이 다 되고 있지만 바그다드 등에서는 미군과 저항세력이 오늘도 어김없이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화약과 폭발 연기가 그득하고, 피가 낭자한 부상자를 실은 앰뷸런스 소리로 거리는 분주하다.

살벌한 공포의 도시 바그다드

▲ 이라크 어린이들의 참상을 전하고 있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지 1월 19일자 1면.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난 25일 미군과 이라크군이 바그다드 하이파 지역에 대한 군사 작전을 개시하면서 바그다드가 전쟁의 공포로 완전히 마비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도시 곳곳에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병력을 실은 차량과 헬리콥터 등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자살테러와 미군의 폭격 등으로 이라크 시민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더욱이 이라크 저항세력 내 수니파와 시아파간의 납치와 살인 등의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이라크의 치안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27일 보도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최근에 3200명의 미군을 증파, 시아파와 수니파 등 저항세력에 대한 완전 소탕을 공언하며 한층 강도높은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저항 세력들의 대응도 못지 않게 강화되고 있다.

지난 22일 바그다드의 중심부에서 미군 헬리콥터 1대가 저항세력에 의해 격추되었다. 미군들은 헬리콥터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지상에서 이를 기다린 저항세력들이 머리에 총을 쏴서 모두 사살했다.

바그다드 외곽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미군은 지난 주 기자회견을 열고, "바그다드의 북동지역인 바쿠바 지역은 안심해도 된다. 우리가 그 지역을 안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전해들은 수니파 저항세력들은 이를 비웃듯 이 지역에 대한 공격을 즉각 단행했다. 바쿠바의 시장을 납치하고 그의 사무실을 완전 폭파시켜 버린 것. 미군이 기자회견을 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의 일이다.

이처럼 미군이 병력을 증파시켜서 작전의 강도를 높일 수록 이라크내 수니파와 시아파 저항세력들도 뒤질세라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매일 4명씩 사망하는 이라크... 불쌍한 어린이들

미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한 지 4년이 되어가지만 이처럼 상황은 악화되기만할 뿐 전혀 개선의 기미가 없다. 그 사이에 늘어가는 것은 무고한 사망자들.

<더타임즈>에 따르면 유엔은 최근 지난 한 해에만 전쟁으로 인해 이라크 사망자가 3만4천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평균 94명이 매일 전쟁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인간 지옥이 따로 없다.

어른도 감당해 낼 수 없는 전쟁은 특히 힘없는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더욱 고통이 아닐 수 없다. 폭격과 테러 등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어린이들은 전쟁의 와중에서 불과 몇 백원, 몇 천원짜리 의료기구가 없어서 생명을 잃고 있다고 한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지난 19일 이라크 현지에서 어린이들을 치료하는 의사와 이들을 지원하는 교수 및 법률가 등이 영국 정부에 탄원서를 보냈다. 이들이 전하는 이라크 현지의 상황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아이들이 살균 처리된 주사기 바늘이 없어서 수백명씩 죽어가고 있어요."

"산소마스크가 부족해서 한 의사가 플라스틱 튜브를 통해서 입으로 산소를 공급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 아이는 사망했어요. 산소마스크는 1800원도 안되죠."

"내부 출혈을 일으키는 병에 걸린 한 어린이를 위해서 비타민 K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없어서 결국 숨졌어요."

"손, 발, 팔, 다리 등을 잃은 아이는 의족, 의수도 없이 지내고 있어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입은 아이들은 아예 치료도 받지 못해요."


철저히 붕괴된 의료 시스템... 어린이 26만명 사망

▲ 지난 21일 아랍에미레이트의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기위해 아부다비에 도착한 이라크 어린이. 그는 다른 이라크 어린이 50여명과 함께 이날 아부다비에 도착했다.
ⓒ AFP=연합뉴스
어린이들이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도 받지 못하는 것은 전쟁으로 인해 의료 시스템이 철저히 붕괴되었기 때문. 병원들은 폭격으로 부서졌고, 앰뷸런스는 총격을 당해 가동이 잘 안된다.

이라크 의사들에 대한 미군의 집요한 공격도 빼놓을 수 없다. 한 연구소에 의하면 미군은 2000명의 이라크 의사를 살해했고 250명을 납치했다. 이에 위협을 느낀 3만4000명의 이라크 의사들이 떠나는 등 극심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계속되는 전쟁의 참화 속에서 부상 당하는 어린이들은 계속 늘고 있지만 의료시스템은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이라크 어린이들의 상당수는 먹을 음식이 부족해 만성 영양실조 상태에서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라크의 영아 사망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 단체에 따르면, 이라크에서는 새로 태어난 1000명의 아기 가운데 59명이 사망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03년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후 어린이 사망자는 2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병원 건설까지 검열하는 미국

이번에 탄원서를 낸 의사 등은 이라크 공격을 주도하는 미국과 영국 정부가 제네바 및 헤이그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유엔 결의안 1483조에 따라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의) 치안을 유지하고 시민들의 의료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러한 일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이라크 어린이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또 의료비용으로 지원되어야 할 비용이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라크 재건을 위해 마련된 개발기금의 상당수가 의료 서비스 등에 지원되지 않고 관료들의 비리와 횡령 등으로 줄줄 새고 있다는 것.

그들은 특히 이라크 정부가 원유를 팔아서 생긴 이익금이 바로 이라크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라크 내부에서는 자체적으로 병원을 다시 짓는 등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은 벽에 부딪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시설을 지으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병원을 하나 지으려고 해도 병원의 설계에서부터 계약 체결, 예산 확정까지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정부가 호락호락 승인해주지 않고 있다.

전사로 나서는 이라크 어린이들

@BRI@이처럼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남는 것은 미국에 대한 증오심과 적개심 뿐이다. 이에 따라 10대 초반에 불과한 이라크 어린이들이 자살폭탄 테러에 적극 가담하는 등 자발적으로 '아동전사'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 유엔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초반의 한 소년이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서 경찰서장을 상대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고 서부 팔루자에서도 소년들이 다국적군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 이제 이라크는 어린이들도 살기 위해 전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위해서 하루에 쓰는 비용은 3억 달러(약 2800억원) 정도라고 <인터내셔날 헤럴드 트리뷴>은 지난 18일 보도했다. 한 달이면 약 90억 달러가 소요된다. 그 돈의 극히 일부만으로도 이라크 어린이를 위해 쓸 수 있다면, 불과 몇 천원짜리 의료기구도 없어서 생명을 잃는 어린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민주주의, 자유"를 운운하던 부시 미 대통령은 오히려 미군의 증파를 주장하며 더욱 강경한 공격을 고집하고 있다. <가디언>은 27일 미국 정부가 이라크 저항세력 세력 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이란 사람들이나 단체'에 대해서도 미군이 합법적(?)으로 사살할 있는 방안까지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어린이들의 눈에 어린 증오는 미국에게 더욱 큰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다. 미국은 또 그들에게 '테러범'이라는 멍에를 씌울 것이다. 그러나 피는 피를 부를 뿐이다.

태그:#이라크 어린이, #이라크 전쟁, #이라크, #미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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