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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끝에 입원했건만...' 컨치벡에게 심장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침울해 하는 우랄씨 가족,
ⓒ 이정희
"석방만 되면 빨리 수술 끝내고 고향으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심장병까지 있다니…."

난치병 아들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길을 나섰다가 체포된 후 일시 보호해제 조치로 풀려난 우즈베키스탄 출신 불법체류 노동자 호리코프 우랄(37)씨는 여전히 근심어린 표정이었습니다. 당초 항문 복원 수술만 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아들 컨치벡에게 심장병과 요로감염 사실이 추가로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한국 가면 고칠 수 있다고 말했어요"

ⓒ 이정희
지난 20일 오후, 우랄씨의 자세한 사연과 컨치벡의 수술일정 등을 알아보기 위해 컨치벡의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컨치벡의 건강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다시 듣게 됐습니다.

컨치벡은 우랄씨가 석방된 다음날인 16일에 이영석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간사의 도움으로 서울대학교 어린이 병원에 입원해 가족들과 함께 병실에 있었습니다.

병실을 들어서자 우랄씨 부부가 반갑게 맞아줬습니다. 그러나 컨치벡은 낮선 주변상황과 편치 않은 몸 상태 탓인지 계속 칭얼대기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는데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한국(에는) 착한 사람 훨씬 많아요. 컨치벡 낳아서 돌아가면 (고향) 사람들에게 꼭 말할게요." 우랄씨는 비교적 능숙한 말솜씨로 감사 표현을 했습니다.

이어서 "우즈베키스탄 병원의사가 미국이나 독일, 한국에 가면 고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너무 가슴 아픈(절박한) 나머지 거기(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찾아갔어요, 그분들 때문에 올 수 있어서 너무 좋았는데 심장병이 있데요, 너무 걱정이에요"라며 매우 걱정했다.

@BRI@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수술 전 검사를 실시한 결과 컨치벡은 요로가 세균에 감염된 상태여서 긴급한 치료가 필요했으며 특히 '팔로4증후군'이라는 심장병을 앓고 있던 사실이 발견돼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고 합니다.

현재 컨치벡은 폐동맥에 이상이 생기고, 심장에 구멍이 발견됐으며, 정상인에 비해 심장이 커져 있는 상태여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항문 수술만 받으면 될 줄 알았던 우랄씨와 이영석 간사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당초 예상했던 병원비와 체류 일정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영석 간사는 컨치벡의 치료를 위해 서울대학병원 측과 협의하고 있으며, 한국이주노동자건강협회와 한국심장재단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영석 간사는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돈 빌려주려다가 함께 붙잡힌 친구에게 너무 미안해"

▲ 장난감 인형을 받고서야 미소를 띄우는 컨치벡.
ⓒ 이정희
부족한 병원비 마련이 다급해진 우랄씨는 그날도 3년 전에 일했던 회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체불된 임금 75만원을 달라고 사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끊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던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우랄씨는 오히려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는 표정으로 "사장님도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아야 나를 주는데 거기에서 못 받아서 그러는 거예요, 나쁜 사람 아녀요"라고 에둘러 말했습니다.

또한 우랄씨는 자신에게 돈을 빌려주려고 은행에 함께 갔다 잡힌 고향친구 두 명에게 상당히 미안해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불법체류자 처지였으면서도 자신을 돕겠다며 함께 길을 나섰다가 체포돼 외국인 보호소에 수감돼 있으며, 변변히 벌어놓은 돈도 없이 추방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고향에 가서 이들을 어떻게 봐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내내 우랄씨는 아들을 품에 안고 볼을 비비고 있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본 아들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병원 근처의 우즈베키스탄 식당에 가서 함께 고향 음식도 먹어보고, 비록 좁은 침대일망정 일가족이 함께 누워보는 등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이들 가족의 바람대로, 이영석 간사의 노력이 빨리 성공을 거둬 컨치벡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영원히 이어져, 치료를 마치고 돌아간 컨치벡의 고향에도 한국 사람들의 따스했던 정이 전해지길 기대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들의 정성을 전하고 병실을 나설 때 "빠이빠이"하며 손 흔들던 컨치벡의 하얀 얼굴이 아직도 아른거립니다.

덧붙이는 글 | 그동안 제 기사에 좋은 원고료주기로 정성을 보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정성과 약간의 제 성의를 모아 우랄씨에게 전달하고 돌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태그:#컨치벡, #우랄, #불법체류, #우즈베키스탄, #불법체류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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