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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의 비상구엔 '비상'이 보이지 않는 데 있다. 비상은커녕 되레 예사로울 뿐이다. 사진은 지난 21일 팬클럽 출범식에 참석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 오마이TV 김호중

열린우리당.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보이지 않아 아우성입니다. 거론되는 예비후보들은 한나라당의 후보들에 견주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비상대책을 논의하던 열린우리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높아갑니다. 여권이 곰비임비 비상구를 찾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열린우리당의 비상구엔 '비상'이 보이지 않는 데 있습니다. 비상은커녕 되레 예사로울 뿐입니다. 가령 정동영 전 의장이 가리키는 비상구가 그렇습니다. 그는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 출범식을 앞두고 사뭇 비장하게 말했습니다.

"소수 개혁모험주의자들의 지분정치, 기득권 지키기 정치가 계속된다면 (그들과) 같이 갈 수 없습니다."

이어 "마지막 비상구조차 소수 개혁모험주의자의 방해에 의해 좌초된다면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결단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탈당을 시사했습니다.

비상구를 찾는 것은 그만이 아닙니다. 천정배 의원도 이미 "비상한 길 모색"을 밝힌 바 있습니다. 김근태 의장의 '비상구'는 여전히 어둡습니다. 당 '사수파'와 '탈당파'를 모두 비판합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비상대책위원회에도 비상한 대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당내 최대계파를 이끌고 있는 정씨의 발언을 톺아봅시다. "개혁 모험주의자"들은 누구일까요? 현재 청와대가 개혁 모험주의자라면 대체 그에겐 어떤 개혁, 어떤 모험이 있을까요? 노 정권보다 더 보수적 길을 걷겠다는 걸까요?

참여정부보다 더 보수적인 길 가겠다는 의미?

▲ 서울 남부지법이 19일 열린우리당 당헌개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후 긴급의총을 비공개로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원혜영 전당대회준비위원장 등이 긴급의총이 열린 회의실 복도앞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아닙니다. 여권이 지지부진한 결정적 이유는 개혁이나 모험이 지나쳐서가 아닙니다. 정반대입니다. 진정한 개혁도, 용기 있는 결단도 없어서입니다. 지금 여권의 후보가 뜨려면, 아니 적어도 정치다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겠다면, 무엇보다 한나라당과 또렷한 차이가 보여야 합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진로와 국민 개개인의 일상적 삶에 큰 영향을 끼칠 한미자유무역협정은 그 시금석입니다. 여권 후보들 가운데 그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의미있는 후보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 제안을 하면 열린우리당에게 진보정당이 되라는 말이냐고 항변하는 윤똑똑이들이 있습니다. 전혀 아닙니다. 그런 기대는 없습니다. 다만 찬찬히 톺아보기 바랍니다.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당선 되었을 때나 열린우리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이 되었을 때, 어떤 유권자가 한미자유무역협정이나 평택 미군기지의 일방적 강행을 생각했겠습니까?

더욱이 1997년의 김대중 후보나 2002년의 노무현 후보 당선에는 기득권세력에 맞서 민주시민들이 함께 싸우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첫 평화적 정권교체나 수구세력 반동을 막겠다는 국민적 의지가 결집되는 과정이 곧 선거과정이었습니다. 비록 그것이 신자유주의의 전면화로 배신당했지만, 적어도 선거 과정 자체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나서고 남북문제에서도 현상유지에 급급한 집권여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거리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시나브로 사라졌습니다.

앞으로도 그 '거리감'을 유권자들이 느끼지 못한다면, 선거 과정에서 국민과 함께 적어도 무엇인가를 이루겠다는 '희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비후보들이 탈당을 하든, 사수를 하든, 아니면 둘 다 비판을 하든,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인식할 여권 후보는 과연 없는 걸까요?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고 적극적인 남북화해정책을 펴겠다는 결단과 지혜를 갖춘 후보가 없을 때, 이른바 '반한나라당 연합'은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여권 비상구에 '비상'이 없다고 판단하는 까닭입니다.

태그:#탈당, #분당, #열린우리당, #해체,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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