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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에스원 영업전문직 해고자들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삼성 본관 건너편에서 '부당해고 규탄과 복직촉구' 집회를 열었다.
ⓒ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지난해 8월 경비전문업체 삼성에스원(대표 이우희)의 영업전문직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온 경찰청의 '경비업법' 유권해석이 일부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법제처의 법령해석이 나와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BRI@특히 경찰청 유권해석으로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고 크게 반발해온 삼성에스원 영업전문직 해고자들의 복직투쟁이 더욱 거세지는 등 '삼성에스원 영업전문직 집단해고'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법제처는 삼성에스원 영업전문직 집단해고 논란 후 경찰청에서 의뢰한, 경비업법과 관련된 2건의 법령해석 결과를 지난해 12월 29일 경찰청에 통보하고, 그 내용을 지난 5일 자체 홈페이지 '법령해석' 코너에 공개했다.

법제처는 이 가운데 경비업체 영업전문직의 업무와 관련된 법령해석에서 영업전문직들이 경비시스템의 설치·권유·주선 등 기본적인 영업업무활동을 하는 것은 위법행위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삼성에스원 영업전문직들은 회사 측과 위탁계약을 맺고 무인경비시스템인 '세콤'을 판매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로, 회사 측이 2002년 영업전문직 제도를 도입한 뒤 길게는 4년 이상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제처 해석대로라면, 이들이 '세콤'을 판매하는 것은 합법적이며 따라서 '위법성'을 근거로 이들을 '계약해지'한 것은 부적합한 조치가 되는 셈이다.

법제처 "경비업체 영업딜러의 경비시스템 설치·권유 업무는 합법" 결론

법제처는 "영업딜러(경비업법에 의한 허가를 받지 않은 법인 또는 개인) 업무 중 기계경비시스템의 설치권유 및 주선, 계약체결의 중개 등은 기계경비업무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어서 기계경비업무에 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제처는 "경비시설의 위험진단, 경비계획수립 및 도면작도는 기계경비업무의 일부에 해당돼 허가받은 기계경비업자만이 영위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업무를 법령의 명시적인 근거 없이 영업딜러에게 위탁해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제처의 이런 법령해석은 지난해 8월 8~9일 삼성에스원의 영업전문직 '대량해고'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던 경찰청의 '영업전문직 위탁 계약은 위법'이라는 유권해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요컨대 경찰청은 영업전문직의 업무를 기계경비업의 하도급 개념으로 확대 해석해 위탁 영업 자체를 부정하는 유권해석을 내린 반면, 법제처의 법령해석은 영업전문직의 업무내용을 세분화해 위법성 여부를 판단한 것이다.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따른다면 경비업체 영업전문직의 업무 가운데 경비시설의 위험진단, 경비계획수립 및 도면작업을 제외한 업무는 합법적이라는 결론이다. 따라서 문제의 업무행위만 금지시키면 영업전문직의 업무에 대한 위법성 시비는 간단히 해결되며, 삼성에스원처럼 영업전문직 전체를 일괄적으로 계약 해지할 법적 근거는 사라진다.

그러나 경찰청은 영업전문직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무리한 유권해석을 내렸고, 이를 근거로 삼성에스원은 영업전문직들을 모두 해고했다. 이처럼 삼성에스원 영업전문직들은 해고 대상이 아닌데도, 경찰청과 회사 측의 잘못된 과잉조치로 억울하게 쫓겨난 셈이다.

법제처는 또 현행 경비업법상 기계경비업자가 관제 또는 출동 등 도급받은 기계경비업무의 일부를 다른 기계경비업자에게 하도급을 줄 수 있다고 해석했다.

경찰청은 유권해석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법제처는 "기계경비업자가 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기계경비업자에게 하도급하는 경우 그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원래 수급인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되므로, 고객의 의사에 의해 금지되지 않는 한 하도급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 법제처의 경비업법 법령해석 요지.
ⓒ 법제처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경찰청 유권해석의 잘못 확인, 당장 복직시켜야"... 삼성본관 앞 천막농성

법제처의 법령해석이 나오자 삼성에스원 해고자들의 모임인 '전국 삼성에스원 세콤 영업전문직 노동자연대'(위원장 김오근, 아래 노동자연대)는 "법제처 법령해석은 경찰청의 유권해석이 잘못됐음을 확인해준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노동자연대는 보도자료에서 "잘못된 유권해석을 내린 경찰청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경찰청은 삼성에스원 영업전문직 집단해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태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청의 유권해석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만큼 삼성에스원이 영업전문직 해고자들을 복직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빠른 시일 안에 해고자들을 원직 복직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동자연대의 사건을 맡고 있는 김영기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법제처가 경비업법에 대해 정확한 해석을 내렸다"고 평가한 뒤 "경찰청은 불확실하고 잘못된 유권해석으로 수많은 영업전문직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한 것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에스원도 경찰의 잘못된 유권해석에 근거해 영업전문직을 서둘러 해고하는 등 무리한 과잉대응을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하루속히 해고자들을 복직시키는 등의 원상회복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노동자연대는 11일 오후 4시 서울 삼성 본관 앞에서 복직촉구 기자회견을 연 뒤 천막농성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삼성 측과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다 민주노총과 다산인권센터 등 노동·시민단체들도 곧이어 '삼성에스원 부당해고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노동자연대와 공동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 지난해 10월 삼성에스원 영업전문직 해고자들은 서울 삼성 본관 건너편에서 '부당해고 및 삼성자본 규탄' 퍼포먼스를 벌였다.
ⓒ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경찰청, '아전인수'식 주장... 에스원 "법령해석 파악 후 방침 발표"

그러나 대량 해고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경찰청은 이번 법제처의 법령해석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경찰청의 유권해석과 법제처의 법령해석이 같다고 주장하는 등 '아전인수'식 주장을 펼쳤다.

경찰청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경찰청의 유권해석은 포괄적 개념으로 경비업체 영업딜러의 영업행위를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인데, 법제처도 영업딜러의 일부 업무내용이 위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경찰청 유권해석과 법제처 법령해석의 결론은 같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경비업체 영업딜러의 업무 가운데 기계경비시스템의 설치권유 및 주선, 경비시설물 위험진단, 경비계획수립 및 도면작업 등을 '포괄'해 위법이란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제처도 경비시설물 위험진단, 경비계획수립 및 도면작도는 영업딜러에게 위탁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어 결론적으로 위법이란 판단은 경찰청 유권해석과 같다"는 주장을 폈다.

삼성에스원 홍보실 관계자는 "법제처가 영업딜러들의 경비시스템 설치·권유와 주선 등의 업무에 대해 합법이라는 해석을 내렸다면 논란이 될 수도 있다"면서 "법제처 법령해석 내용을 알아본 뒤 회사 측 방침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해 7월 '익명의 민원인'(경찰 주장)에게 경비업체의 영업위탁계약 등과 관련한 질의를 받고 '영업딜러에게 기계경비시스템 판매 등을 하도록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경비업법상 위법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뒤 경비업체에 통보했다. 경찰청은 영업전문직 업무를 기계경비업무의 일부로 해석하고, 경비업은 법인만이 영위할 수 있도록 명시한 경비업법 제3조에 따라 개인에게 업무를 하도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이 같은 경찰청의 유권해석이 통보되자 삼성에스원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8월 8~9일 영업전문직 1700여명(노동자연대 추산)의 고용계약을 전격 해지해 국내 경비업계 안팎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달리 캡스와 KT텔레캅 등 다른 경비업체들은 경찰청의 유권해석을 따르면서도, 영업전문직들을 해고하지 않고 본사 계약직으로 전환하거나 정규직으로 흡수하는 등 서둘러 구제대책을 마련해 삼성에스원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태그:#삼성에스원, #해고, #경비, #경비업법, #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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