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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는... 20004년 4월 29일자 <동아일보> 사설.
ⓒ <동아일보> PDF

개헌에 대한 <동아일보> 사설이 누리꾼들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3년 전에는 "4년 중임제 개헌 주장은 주목할 만 하다"며 "2006년 후반기나 2007년 초 쯤에 개헌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가, 정작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을 주장하고 나서자 10일자 사설에서 "왜 지금 개헌이냐"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4월 28일자 사설에서 <동아>는 '개헌 우선순위 아니다'라는 논설에서 5년 단임제에 대해 "실패한 제도"라는 비판하고 정치권의 4년 중임제 개헌논의를 "주목할 만 하다"고 평가했다.

개헌 시기와 관련, <동아>는 2006년 후반기나 2007년 초를 꼽았는데, 이는 "현 대통령과 17대 국회 임기가 함께 끝나는 2008년에 앞서 개헌을 하기 위해서"다. 사설이 쓰여졌던 2004년에 대해서는 "민생, 경제살리기 등 국정현안마저 함몰될지 모른다"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다른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지금은... 2007년 1월 10일자 <동아일보> 사설.
ⓒ <동아일보> PDF
그리고 <동아>가 요구한 대로 2007년 초 노 대통령이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동아>는 "개헌을 다음 대통령 임기 중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강조하고 "졸속 개헌이나 정략적 카드로 이용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을 이유로 개헌을 미루자는 주장을 했다.

또한 <동아>는 개헌 내용에 대해서도 "정치적·정쟁적 의제부터 던졌다, 정국 혼란을 가중시켜 민생을 더 힘들게 만들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2년 전에 반대 근거로 들고나온 "민생"이 다시 등장한 것.

이같은 사설에 대해 누리꾼들의 반응은 비판적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오른 관련 뉴스 게시판에서 아이디 'naym111' 누리꾼은 "내일은 어떤 내용으로 사설을 꾸밀지 자못 궁금해진다"고 올렸고, 아이디 'peteryoung01'는 "이 사설 읽은 기억이 남니다, 붐업"이라며 조롱성 글을 올렸었다.

3년 사이 달라진 <동아일보> '개헌' 사설
[전문 비교] 2004년 4월 28일-2007년 1월 10일

[2004년 4월 29일]
'개헌 우선순위 아니다'


정치권에 개헌론이 일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것이 주 내용이다.

1987년 헌법개정 당시 채택한 5년 단임제는 장기집권을 막는다는 당시의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나면서 실패한 제도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어긋나 정치 불안을 심화시키고, 대통령의 권력누수 현상이 너무 일찍 나타나 국정 불안정이 장기화하는 단점이 드러났다. 거의 매년 대선, 총선, 지방선거가 잇따라 치러지면서 생기는 국력소모도 엄청나다. 이런 만큼 정치권의 4년 중임제 개헌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이 개헌을 논의할 시기인지는 별개 문제다. 일단 개헌논의에 불이 붙으면 정치권과 사회 각계로 개헌 공방이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권력구조 개편에 수반되는 논란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4년 중임제 주장으로 출발했지만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다른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그러다 보면 과거의 예에서 보듯 주요한 국정현안마저 개헌 소용돌이에 함몰될지 모른다. 오늘 우리 앞에는 민생, 경제 살리기, 북핵, 정치 개혁, 국민통합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 있다. 이들 국가적 과제를 제쳐놓고 새 국회 초반부터 개헌 논의에 빠져드는 것이 바람직한지 냉철하게 헤아려 봐야 한다.

2008년은 현 대통령과 17대 국회 임기가 함께 끝나는 해다. 우리는 이에 앞서 2006년 후반기나 2007년 초 쯤에 개헌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다만 그때까지 당별로 조용하게 개헌작업에 대비하면서 국민 공감대를 찾고 국회 차원의 논의시기를 조율해 나갈 필요는 있을 것이다. 지금은 개헌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2007년 1월 10일]
왜 지금 개헌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에 '개헌 카드'를 들고 나왔다. 어제 갑작스러운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5년 단임제인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단축하되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한 것이다.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자는 주장이다.

노 대통령은 개헌이 2002년 대선 당시의 공약임을 상기시키며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4~5월 이전에 끝나면 (대선 일정에) 부담이 없다"며 이른 시일에 발의할 것임을 시사했다. 마침내 노 대통령이 '개헌 정국'의 막을 연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왜, 지금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담화에서 4년 연임제 개헌에 대해 "국민적 합의 수준이 대단히 높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어제 긴급히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대통령 임기 말 개헌은 적절하지 못하다'거나 '개헌을 다음 대통령 임기 중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1987년 장기집권 방지를 주목적으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 논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졸속 개헌이나 정략적 카드로 이용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다.

담화 내용, 국민 오도 소지 많다

더구나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개헌 논의를 하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노 대통령이 개헌을 자신 임기 중의 과제로 생각했다면 그 때부터라도 여야와 학계 등이 참여하는 개헌추진기구의 구성을 서둘렀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노 대통령은 "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헌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문화다"며 "적극적으로 개헌을 주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정치권을 4개월 이상 뒤흔든 '대연정'을 제안했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단임제가 책임정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국민을 오도할 소지가 크다. 본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의 어제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의 이런 주장에 '그렇다(26.7%)'보다 '아니다(60.6%)'가 2배 이상 많았다.

대통령제의 본산인 미국에서는 '현행 4년 중임제가 다음 선거 준비 때문에 소신 있는 국정운영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6년 단임제’로의 개정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를 다른 당이 맡을 때 국정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불쑥 개헌카드를 꺼내며 '제도 탓'을 앞세웠다.

노 대통령은 "정략적 의도가 없으며 어느 정치세력에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카드가 아니다"고 했지만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개헌논의가 갖는 폭발성에 비추어 보아 다른 정치적 정책적 의제는 짧아도 3, 4개월 뒤로 밀릴 우려가 크다. 대통령의 실정 책임이나 여권의 지리멸렬함은 덮어지고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의 행보는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여권에는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야당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책임 있게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이 개헌을 지지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고 말해 차기 정권에서 개헌을 논의하자는 사람들까지 '사리에 어긋나는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원 포인트 개헌을 한다지만 막상 논의가 본격화되면 영토조항 등 민감한 사안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돼 법적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러니 정치권 안팎에서 개헌 제안에 대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대선 판을 흔들려는 첫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금 다수 국민이 노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마지막 13개월만이라도 정치게임에서 손을 떼고 민생 챙기기와 한미동맹 복원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같은 국가적 과제에 몰두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올해 국정운영 계획을 밝히는 연두회견조차 제쳐 놓고 개헌이라는 정치적 정쟁적 의제부터 던졌다. 정국 혼란을 가중시켜 민생을 더 힘들게 만들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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