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전교조 전북지부 게시판에 올라온 '작은 성명서'들.
ⓒ 전교조 전북지부 웹사이트 화면 갈무리
지난달 6일 <조선일보>의 '빨치산 추모제 참석' 기사와 관련, 왜곡보도에 항의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전북지부의 '작은 성명서'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시작된 이 운동의 여파로 작성된 성명서가 20여일 만에 218개(2일 현재)에 도달한 것.

@BRI@'작은 성명서' 운동은 <조선일보>에서 12월 6일 사회면에 "'우린 통일전사', 학생들 6·15선언문 줄줄... 전교조 교사, 중학생 180명과 '빨치산 추모제'"라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양키군대 섬멸' 구호 외치며 北노래 불러"라는 부제가 달린 이 기사에는 교사의 인솔에 따라 전북 임실 관촌중학교 학생들이 '빨치산 추모제'에 참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 12월 6일과 같은 달 15일에 관련 사설을 잇달아 내보냈고 7일엔 임실 현지 르포기사를 내보냈다. 심지어 12월 12일에는 갤럽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작년 5월 전교조 소속 교사가 중학생 180명을 데리고 빨치산 추모제에 참석한 사건과 관련해 대다수인 84%가 '잘못했다'고 답했다"며 그래픽까지 곁들인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12월 6일자 사설에서 "전교조 소속 도덕교사 한 사람이 '반전평화' 교육을 시작하면서 이 학교는 '통일전사' 양성소처럼 변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전교조에 의한 반(反)대한민국 교육은 지금 우리 아이들을 빨치산 숭배자로 만드는 데까지 와 있다"며 이 학교 학생들의 2005년 5월 추모제 참석에 대해 '사상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당시 행사에 참가했던 학생들과 해당교사인 김형근 교사는 이 같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통일산악회가 통일전사 양성소?

▲ <조선일보>의 2006년 12월 12일자 기사에 삽입된 그래픽 화면.
ⓒ <조선일보> 웹사이트 화면 갈무리
논란이 된 '남녘 통일애국열사 추모문화 전야제'(2005년 5월 전북 순창 회문산)에 참석한 학생들은 통일산악회 소속이다. 이 산악회는 1999년 김 교사가 해당 학교에 부임한 후 만들어졌다.

김 교사는 이 산악회와 관련, "학생들 스스로 조직한 모임이고 학생들이 조직해 학부모와 교사들이 참여해서 매월 산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세상의 주인으로 세우고 자율성을 최대한 신장하면서 아이들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교육을 계속했으며, 그러한 교육의 영향으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결성했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

김 교사는 "산에 가서는 '우리민족끼리 통일하자' 는 리본을 나뭇가지에 걸고 통일행사도 치렀다"고 통일산악회의 활동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회문산 말고도 지리산, 모악산, 경기도의 통일동산, 6·15행사, 8·15 행사 등에 다니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일궈가는 통일을 자랑도 하고 발표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사는 '남녁 통일애국열사 추모 문화 전야제'에 '통일산악회 3차 통일 행사'의 일환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경위를 밝혔다.

또한 <조선일보> 12월 6일자 기사의 부제이던 "'양키군대 섬멸' 구호 외치며 北노래 불러" 부분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당시 자신들은 공연만 했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 김 교사는 그날 전야제에서 학생들이 한 일은 그동안 해온 운동들, 즉 "6·15 공동성명 외우기, (하루에 두 번 통일운동을 생각하는) 1일 2성 운동, 북녘학생들에게 편지쓰기 행사 등을 참석 인사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추모제에 참가한 시기는 2005년 5월, <조선일보>가 이를 문제 삼으며 보도한 것은 2006년 12월 6일이다. 행사가 치러진 뒤 무려 1년 6개월 넘게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 문제 삼은 것.

이에 대해 김 교사는 "수구세력들이 전교조라는 고리를 공격하면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빨치산'이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활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일보>에서 통일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시골 중학생들의 소중한 통일의지를 제물로 삼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6·15선언 이전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 "<조선> 보도, 황당했다"

▲ 반전배지.
이 행사에 참여했던 당시 통일산악회 소속 학생들은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최호성(부산 해사고등학교 1학년)군은 "보도를 처음 접했을 때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말하고 "<조선일보>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내용 위주로 올리는 것을 보고 난감했다"고 밝혔다.

신유미(전주 유일여고 1학년)양은 "중학생 때이던 4년 전부터 평화통일운동을 해왔다"고 밝히고 "6·15공동선언 기념식도 하고 전쟁반대운동, 반전배지와 1일 2성 운동 스티커 배부 등을 하면서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황당하다"며 "사실과 전혀 다르게 보도한 <조선일보>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헌의(군산 동고등학교 1학년)군은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인터넷 댓글을 달면서 다투기도 했다"고 말하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통일산악회에서 하는 것은 사상교육이 아니라 통일교육"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보도 후,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학생들과 김 교사는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조선일보>는 왜곡 보도를 시정하라"며 지속적으로 운동을 펼쳤다. 그러한 운동의 일환이 바로 '작은 성명서' 운동이다. 이들의 이런 노력에 발맞춰 전교조 전북지부가 나서서 지난 12월 12일부터 '작은 성명서' 운동을 펼친 것.

"명예훼손 혐의로 <조선> 고소 준비 중"

전교조 전북지부는 이 운동을 제안하면서 "<조선일보>와 수구언론사들이 학생과 교사를 탄압하고 더 나아가 통일을 향한 물줄기를 되돌리며 진보개혁세력 전체를 고립시켜 대선 국면에서 수구보수 세력이 집권할 수 있는 확실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를 지니고 있음을 명백하게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일터에서, 생활 현장에서 2명 이상이 힘을 합해 소박한 성명서 하나를 만들어내자"며 "친목모임, 동창회모임, 계모임, 학교, 공장, 종교모임 등에서 처지와 형편에 맞게, 창조성을 발휘해 자그만 성명서를 만들고 모임이 안 되면 가족이 뜻을 모아 가족 단위로 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2일 현재 218개의 성명서가 나온 것.

김 교사는 "지난 12월 22일 열린 전교조 중앙회의에서 이 운동을 공식운동으로 채택했다"며 향후 전국적으로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북지부에서 <조선일보>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이번 일과 관련해 어떤 공식 조사도 받은 적이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사법처리설'을 부인했다.

한편 이 학교 출신의 통일산악회 모임 회원들은 1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자신들이 쓴 편지와 통일배지, 1일 2성 스티커를 담은 예쁜 복주머니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달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 반전배지, 스티커, 편지 등이 담긴 복주머니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후 찍은 기념 사진.
ⓒ 추광규

김형근 교사는

김형근 교사는 전북 김제 출신으로 전주 신흥고를 졸업하고 1978년에 전북대 교육학과에 입학한 뒤, 긴급조치 위반으로 도피하다가 1980년 7월 경찰에 붙잡혀 그해 9월 강제 징집됐습니다.

1987년부터는 익산에서 <황토>라는 인문사회과학 서점을 운영했고 범민련 전북지부, 전북민주화운동협의회 등에서 통일운동을 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집시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5차례 투옥돼 3년 가량 옥살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5.18 및 민주화 보상 신청 접수를 받을 때, 김 교사는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민주화 과정의 고통스런 세월을 돈과 바꿀 수 없다'는 믿음과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1999년 교사로 뒤늦게 임용돼 올해 2월까지 임실 관촌중학교에서 근무하다가 군산 동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현재 전교조 전북지부 통일위원장, 전북통일교사모임 사무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대자보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조선일보, #왜곡보도, #김형근, #빨치산 추모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