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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희 기자]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곳, 교도소에서 아이들이 살고 있다. 엄마를 따라 교도소에 온 아이들은 생후 18개월까지 상황에 따라 ‘양육유아방’과 ‘병사’에 거주가 허락된다. 죄는 없지만 아이들의 외출은 하루 2시간 30분에 불과하다.

여성신문은 지난 10월(899호) 손봉숙 민주당 의원이 국감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교도소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보도한 바 있다.

교도소 아이들의 실제 모습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4일 청주여자교도소를 찾았다.

ⓒ 여성신문
“모든 것이 다 좋아요. 분유나 기저귀, 장난감 등 아기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해주거든요. 방에는 온돌을 깔아서 따뜻해요.”

충북 청주시 산남동에 위치한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혜진(34·가명)씨는 요즘 모든 것이 그저 고맙고 행복할 따름이다. 비록 죄를 짓고 감옥살이를 하고 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 민아(11개월·가명)와 매일 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든 것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모두들 너무 잘해주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혜진씨와 민아가 함께 살고 있는 곳은 청주여자교도소 3층에 있는 ‘양육유아방’. 일반 재소자의 방과 똑같은 5평 남짓한 공간일 뿐이지만, 혜진씨에게는 딸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유일한 보금자리다.

하루 150분 외출...“마음껏 놀고 싶어요”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회색빛만이 가득한 감옥 안이지만, 민아가 지내는 양육유아방과 놀이방만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가득하다.

방 오른쪽 벽에는 토끼와 곰 같은 귀여운 동물 그림이 붙어 있고, 맞은편에 있는 놀이방에는 보행기와 미끄럼틀, 장난감과 동화책이 비치되어 있다. 바닥과 벽에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고무로 만든 충격방지대도 설치됐다. 민아는 이곳에서 미끄럼도 타고, 보행기도 타고, 소리 나는 장난감도 가지고 논다. 놀이방이 설치된 교도소는 청주여자교도소가 유일하다.

하지만 민아에게 허락된 시간은 하루에 1시간 30분이 전부다. 엄마와 아이가 놀이방에 있는 동안 교도관이 감독을 해야 하는데, 교도관이 하루 종일 함께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교도관은 “아이가 마음껏 놀 수 있게 하면 좋겠지만, 교도관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간을 더 늘리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전했다.

교도소 밖을 나가 햇빛을 쬘 수 있는 시간도 하루 1시간이 고작이다. 그것도 아이의 건강을 고려해 일반 재소자보다 2배나 긴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민아는 놀이방에서 놀거나 운동장에 나가는 2시간 30분을 제외하면, 온종일을 방안에서 보낸다.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듣거나 매일 1시부터 2시까지 교도소에서 틀어주는 ‘방귀대장 뿡뿡이’ 방송을 보는 게 유일한 ‘놀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아이에게 필요한 채광 정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감옥 안은 불을 켜지 않으면 깜깜하다. 하지만 놀이방 창문에는 아예 커튼이 쳐져 있었다. 아이가 햇빛을 쬘 수 있는 곳은 방안 좁은 창문 아래와 운동장뿐이다.

윤달호 계장은 “창문을 조금 더 넓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아이들을 고려해 지어진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을 위한 채광 기준을 맞추기 위해 창문을 넓히고 이중벽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직업교육 받으려면 육아 포기...보육교사 규정 아예 없어 애로

▲ 청주여자교도소 놀이방에서 아이가 놀고 있는 모습.
ⓒ 여성신문
한층 아래 병사에는 이제 14개월 된 수진(가명)이가 살고 있다. 엄마가 동생을 임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도소 내에서 임신부는 ‘환자’로 분류돼 의무실 옆에 있는 병사에서 생활한다. 이곳에는 내년 3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18살 ‘어린 엄마’도 함께 살고 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 두 아이 모두 친정 엄마한테 맡기려고요. 남은 형기가 2년인데, 여기서 나가 두 아이를 키우려면 기술이라도 배워야 하지 않겠어요? 하다못해 아이들 머리카락이라도 잘라주려면….”

수진이와 한시도 떨어질 수 없어 교도소로 데리고 왔지만, 준영(40·가명)씨는 ‘미래’를 위해 생살을 떼어내는 아픔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교도소 안에서 아이를 키우는 재소자는 직업 교육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교도소 내에 보육교사를 임용하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교도소 측은 “예산과 지원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유철 소장은 “많으면 6명이 살 때도 있지만,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며 “교도소 내 양육 유아 숫자가 유동적인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보육교사(공무원)를 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관련 규정도 전무하다.

이에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양육 유아가 있는 교도소에 보육교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행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다시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자활을 위한 직업 교육이 필수적인데, 24시간 양육에 매여 재사회화를 위한 준비를 전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

유엔의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은 구금시설 내에 양육 유아가 있을 경우 보육교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재소자 엄마는 작업(노동)을 통해 행형점수를 누적할 수 있는 기회도 없기 때문에 가석방이나 조기 출소, 가족과의 접견 횟수를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어렵다.
오직 1인에 의해서만 양육된 아이는 향후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재소자 엄마와 아기의 생활은

▲ 청주여자교도소 내 놀이방 모습.
ⓒ청주여자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에는 양육유아방 2개(5·6호)가 운영되고 있다. 일반 재소자는 한 방에 8~9명이 들어가지만, 양육유아방은 아이의 거주 환경을 고려해 4~5명(아이는 제외한 숫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반 재소자는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아기는 매일 온수 목욕을 할 수 있다. 분유를 타 먹일 수 있도록 보온병도 제공되고, 젖병 소독을 위한 기구도 방에 비치되어 있다. 생후 12개월이 되면 가족을 초청해 돌잔치도 열어주고, 옷도 한 벌씩 지급된다.

분유(매월 12만 원 상당)는 정부에서 지원하지만, 기저귀(매달 40개)는 기증을 받고 있다. 부족한 경우 사비로 구입하고 있다.

안영옥 교도관은 "보통 재소자는 쌀과 보리를 9대 1 비율로 혼합한 식사가 제공되는데, 아이에게는 100% 쌀밥이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가 원할 경우 쌀로 만든 죽도 수시로 제공하고, 아이의 영양을 위해 이유식이나 두유 등도 지급된다는 것. 다만 별도의 영양식은 사비로 구입하고 있다.

교도소 안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 2명과 공중보건의 1명, 치과 공중보건의 1명이 상주하고 있다. 아이들은 예방접종과 진료를 위해 외부 보건소나 소아과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임신부는 외부에서와 동일하게 7개월까지는 4주에 1번, 7개월 이후에는 2~3주에 1번,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지면 매일 정기검진을 받는다. 또 출산 한 달 전부터 6개월간 형 집행정지 처분을 받는다.

외부 산부인과 병원에서 출산 후 산후조리를 마치고 나면 다시 돌아와 남은 형을 산다. 일정 기간 형을 살았고, 출산 이후 남은 형량이 얼마 되지 않을 경우 가석방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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