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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6년 당시 재활학교 사진 (5월 9일 故 육영수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출처 : 국가기록보존소)
ⓒ 김형수
1964년 2월 28일 최초지체장애학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소아재활원부설 초등학교, 곧 오늘날의 연세 재활학교(이하 재활학교)가 문을 열었다.

국가가 장애인교육에 어떤 관심도 없을 때, 연세재활학교는 1967년 대전성세재활학교, 1969년 삼육재활학교, 1973년 대구성보학교 건립을 견인하는 등 민간 영역의 특수교육 발전의 시금석이 되었다.

그런 역사와 전통의 연세재활학교가 학교 이정표 하나없는 낙후된 시설과 재단의 경영 논리에 밀려 퇴출될 위기에 몰렸다가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노력으로 가까스로 신축부지를 얻어내 독립된 교육기관으로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치료-교육 병행이유 병원 내 존재, 독립적인 교육기관발전 발목 잡아

@BRI@연세재활학교는 건립 당시 병원에 장기 입원한 학령기 장애아동에게 수업 결손을 막고, 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교육과 재활치료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자, 병원의 소아재활원 소속으로 설립되었다.

그것이 1987년 정관에 근거조문이 연세대 정관에 생기면서 '연세대학교 재활학교'로 교명이 변경, 현재 유치부 한 학급, 초등부 여섯 학급으로 구성되어 운영되어 왔다.

학생은 총 63명이 있으며, 특수교육과 치료가 동시에 필요한 복합중증장애아동이 다수이다. 전인구 중에서 5명도 채 발병하지 않는 희귀질환 크루존증후군 김모군이 다닐 수 있는 학교도 국내에선 연세재활학교가 아직까지 유일하다.

이렇듯 연세재활병원은 치료와 교육의 병행 때문에 세브란스 재활병원 안에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병원 안에 있는 학교는 오히려 '교육기관'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립특수학교들이 최근 20년 동안 국가의 재정지원으로 빠른 속도로 현대화 되었던 42년 동안 연세재활학교는 연세대학교 안에서 이정표 하나없는 학교로 남아야 했다. 그래서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세대 학생들이나 병원직원들은 연세대 안에 '학교'가 있다는 사실에 생소해 한다. 지역 주민들 중 이 특수학교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 3층의 비좁은 복도, 화재에 위험하지는 않을런지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출처 : 연세춘추 2006년 11월 14일자 )
ⓒ 연세춘추
병원 한 층에 장애인학생 63명과 교사 20명?

현재 재활학교 초등부가 쓰고 있는 6개의 교실은 6인실 일반병실을 개조한 36제곱미터 규모로 관계법령이 정한 50제곱미터에 턱없이 못 미치는 규모다. (문제가 많았던 비장애학교의 특수학급의 반쪽 교실에 크기에도 못미친다.)

또, 음악과 미술 등을 위한 특별교실과 시청각 교실,도서실과 상담실 등은 아예 없다. 이 또한 의대와 병원이용 기관과 건물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서 공간의 협소함을 넘어 장애인학생들의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서울시 교육청도 "학교의 시설이 수업공간, 휴식공간, 주차공간, 화장실 등 모든 면에서 63명의 지체부자유 학생들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스쿨버스에 리프트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활학교 학부모들도 "병원의 통로가 좁아 휠체어가 제대로 다니지도 못하며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학교에 남아 있는 학부모들을 위한 공간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공간부족 문제는 장애인학생들의 통행을 둘러싸고 인접한 연세대 음악대와의 마찰로 이어졌다. 지난 6월 초부터 음악대 측은 통행과다를 이유로 아침 9시 30분 이후 재활학교 차량의 음악대 앞 통행을 막기도 했던 것.

그러나 재활학교가 애초부터 독립건물로 지었다면 관계법령에 따라 규모에 맞는 학교 통행도로도 당연히 확보해야 한다.

지원 예산 37억과 교사 지원 약속도 물거품이 될 뻔

▲ 지난 11월 29일 오전, 서울연세재활학교(서대문구 신촌동 소재) 학부모들이 연세대 정문 앞에서 재활학교 신축과 학교 내 중등교육과정 개설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연세대는 지난 4월 이사회에서부터 신축 결정의 안건을 2회에 걸쳐 통과 시켰으나 7개월 지나도록 부지 선정은 않고 교육청에게 지원만을 요구하며 차일피일 미루어 오다가 부지선정이 곤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취해 학부모들의 애를 태웠다.

재단측은 신축 부지의 2401평 크기만큼 연세대가 임대하고 있는 국·공유지 세금을 면제 또는 무상대여해 줄 것과 37억원의 신축비용을 2007년으로 이월시켜줄 것 등 교육부의 지원을 전제로 신축을 결정했었는데 이런 전제 조건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신축을 위한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교육청 관계자는 "부지 세금면제나 무상대여는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전향적으로 처리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연세대 측에 전달했다"며 "그 부분은 추후에 논의할 여지가 있는 만큼 하루 빨리 부지선정이라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만일의 경우 연세대 측에서 올해 안에 어떠한 입장도 보이지 않을 경우 올해 배정된 예산은 불용으로 처리되고 내년에 다시 처음부터 다시 예산을 따기 위한 활동을 해야 된다"며 "사실상 신축을 위한 예산 편성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향적인 교육청의 자세와 촉박한 시기에도 학교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지금 연세대 학교부지에서 하고 있는 각종 건물의 신축 공사와 연세대측이 숨가쁘게 발표하고 있는 발전 방안을 보면 그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학교 고위 관계자는 "재활학교가 가지는 상징성과 명분에도 학교 측이 적극적이지 않는 것은 연세대학교 부지안으로 들어오려는 다른 기업이나 기관들보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라고 솔직히 밝혔다.

또 "중증 장애인학생의 특수학교가 대학교안에 완전히 개방되어 존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도 일부 관리자들은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대학 캠퍼스안에서 특수학교가 독립적으로 설립 운용되는 곳은 성공회대학교 정도이며 전국적으로는 대구대가 대학 캠퍼스내에 특수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메인캠퍼스가 다른 곳으로 이전한 상태이다.

이같은 연세대 태도에 답답했던 것은 교육청도 마찬가지.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연세대가 공문을 통해 밝힌 요구안에 대하여 "교육청에서 설립 비용과 부지를 모두 주면 그것은 사립학교가 아닌 공립학교를 하나 만드는 꼴이다"며 연세대 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왜 상급 학급 개설을 위한 학칙 개정마저 거부하는가?

▲ 학부모들이 연세대 정문에서 연세대 학생에게 학교 설립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그런데 재활학교의 신축 문제가 단순히 열악한 교육 환경 때문만 아니라 장애인학생들이 상급 학교로 진학할 기회를 아예 가로막고 있는 것에 있다. 재활학교에는 현재 중·고등부가 설치돼 있지 않아 오래전부터 교육 연계성이 미흡함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오래 전부터 학부모들은 중·고등부 설치가 가능한 학칙 개정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시설이 미비를 이유로 중·고등부를 설치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했었다. 연세대가 스스로 고백하고 있듯이 상급 학교 개설 학칙 개정은 재단의 재활학교 신축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약속인 것이다.

이미 교사들도 건물 신축 전까지 교무실을 중등부 진급학생들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교무실을 내놓았으며 교육청은 학칙 개정시 중등부 교사 2명을 지원하기로 약속 했다. 학칙 개정이 약속되지 않으면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6학년 학생들은 상급학교로의 진학이 불투명 해진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의 경우 서울 시내 다른 지역에도 상급 학교가 부족해서 주로 자신의 학교 학생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현실에서 재활학교 장애인학생의 상황에 맞는 상급 특수교육기관에 진학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재할학교 장애인학생들은 대부분 치료와 교육이 일상적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사회 통합이 가능한 중증장애인학생이라 다른 지역의 다른 특수학교로 흩어지는 것도 교육상 치명적일 수 있다.

내년 초 초등부를 졸업하는 1급 지체장애아동 유지수(13)군은 아직도 졸업 후 갈만한 상급학교를 찾지 못했다. 연세대 재활학교에는 중·고등부가 없어 국립 우진학교 등으로 진학해야 하지만 이들 학교도 수용인원이 초과돼 난색이다.

이렇게 연세대 측이 학칙마저 개정해 주지 않았던 것은 학급 규모가 커졌을 경우, 어쩔 수 없이 독립건물을 짓게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학생의 교육권을 담보로 흥정하는 연세대

▲ 연세의 발전에는 연세 재활학교는 없는 것인가?
ⓒ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12월 6일 비록 재단 측에서 부지선정 사실을 공식적으로 재활학교 측에 공식적으로 알려 왔으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미 두 차례나 재단측은 결정을 번복했고 학교 신축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학칙 개정에 대한 확답이 없다.

학칙개정없이 겨울방학을 맞고 올해를 넘겼을 경우, 졸업을 앞두고 있는 9명의 연세재활학교 6학년생은 사실상 상급 학교로의 진학이 막히게 된다. 지금의 5학년이 6학년이 되는 1년 동안 다시 연세대 재단측은 학교 신축을 연기할 수 있어서 더 많은 지원을 교육청으로부터 얻어 내거나 학교를 짓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사회결의는 지키면서 그 책임은 교육청에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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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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