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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제성장·인구증가 및 도시화 과정에서 토지 불로소득의 사유화 허용은 여러 가지 문제들을 양산했다.

보편적인 정의감정과 생산의욕 저해, 토지소유의 편중과 그에 따른 빈부격차 초래, 토지투기 유발을 통한 토지 유휴화와 노동문제, 자금배분 왜곡, 고지가 형성에 따른 토지시장 진입장벽 등이 그러한 문제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역대정권들은 다양한 토지공개념 제도들을 도입한 바 있다.

그 중 노태우정부 시절 마련된 1989년 토지공개념 3개 법안(택지소유상한제·토지초과이득세제·개발부담금제)이 가장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토지공개념 3개 법안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도입취지가 퇴색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때문에 국민들은 마치 토지공개념법 전체 조항이 위헌인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토지공개념 3개 법안의 원칙 자체는 문제가 없고, 그 실천 수단에 문제가 있었을 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 절실히 요청되는 지금 과거의 토지공개념에 대한 재평가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라 할 것이다.

본 글에서는 과거의 토지공개념이 지닌 한계가 무엇이며 어째서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는지, 그리고 바람직한 토지공개념 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과거의 토지공개념은 왜 위헌 판결을 받았나

▲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아파트.
ⓒ 오마이뉴스 권우성
⑴ 택지소유상한제

①목적 및 실천방법


ⓐ 목적 서울특별시 및 5개 광역시 거주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할 수 있는 택지면적의 한도를 정했다. 이를 초과하는 택지에 대해서는 초과소유부담금을 부과함으로써 처분이나 이용, 개발을 촉진하여 택지의 공급을 원활히 하고 국민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입법취지였다. 한편 택지소유상한제에서 정한 택지소유한도는 서울시와 광역시는 660㎡, 시군 지역은 990㎡, 읍면 도시계획구역은 1320㎡이었다.

ⓑ 실천방법 택지소유상한제에서 규정한 소유한도를 초과하여 소유하는 택지(이용ㆍ개발의무기간 중의 택지, 개발제한구역내의 택지, 건축이 금지되거나 불가능한 택지 등의 경우는 제외)에는 7~11%의 높은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다.

② 경제적·법리적 한계

ⓐ 경제적 한계 조세를 통한 간접적인 규제가 아닌 직접적인 면적규제로 시장기능을 왜곡한 측면이 강하다. 또한 소유상한 면적 초과택지의 분할 처분이 어렵다는 사정도 고려하지 않은 맹점을 지니고 있다. 요컨대, 국가가 개인이 소유할 토지 면적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 법리적 한계 위헌 결정은, 무엇보다 국가의 지나친 토지소유 규제 방식에서 비롯된 바 크다. 즉, 헌법재판소는 "소유목적이나 택지의 기능에 따른 예외를 전혀 인정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200평으로 소유상한을 제한함으로써, 어떠한 경우에도 어느 누구라도 200평을 초과하는 택지를 취득할 수 없게 한 것은 헌법상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94헌바 37등, 선고 1999-4-29] 했다는 이유로 택지소유상한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⑵ 토지초과이득세제

①목적 및 실천방법


ⓐ 목적 각종 개발사업이나 기타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개발지역 주변 유휴 토지, 비업무용 토지 등의 지가가 상승해 그 소유자가 얻는 토지초과이득을 조세로 환수한다. 이를 통해 조세부담의 형평과 지가 안정 및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기하고 나아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했다.

ⓑ 실천방법 토지초과이득세의 과세기간은 3년으로 하며, 과세기간이 개시되는 연도의 1월 1일부터 과세기간이 종료되는 12월 31일까지의 지가상승이 정상지가상승률을 초과하는 토지에 대해 미실현 자본이득을 과표로 토지초과이득세를 부과하였다.

② 경제적·법리적 한계

ⓐ 경제적 한계 불로소득 환수는 적절하나 과세대상 토지를 유휴 토지로 한정한 것은 직접규제 방식과 유사하다. 또한, 토지보유세제에 비해 시장 비(非)중립적인 조세일 뿐만 아니라 불로소득 환수를 통한 시장왜곡 교정기능이 약하다.

ⓑ 법리적 한계 헌법불합치결정가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때문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는 "과세대상인 자본이득의 범위를 실현된 소득에 국한할 것인가 혹은 미실현 이득을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는, 과세목적ㆍ과세소득의 특성ㆍ과세기술상의 문제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헌법상의 조세개념에 저촉되거나 그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92헌바 49 등, 선고 1994-7-29])"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가 위헌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토지초과이득세제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은 징수방법의 불철저함과 졸렬함에서 기인하는 바 크다. 즉, 과세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토초세납부 여부와 금액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난점이 있었다. 또한 양도세와의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을 벌이는 경실련 회원들이 지난 11월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네거리 동화빌딩앞에 텐트를 설치한 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시민들에게 캠페인 동참을 호소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⑶ 개발부담금제

① 목적 및 개념


산업화 및 도시화의 진전과 더불어 개발행위에 의해 발생하는 불로소득 성격의 막대한 개발이익 사유화는 소득구조의 불균형 심화 및 계층간의 갈등을 초래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정책수단들이 투기억제 및 지가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서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였다. 개발부담금제는 이와 같이 사유화 되었던 개발이익에 대해 50%의 부과율을 적용하여 환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② 경제적 한계

개발부담금제는 앞선 택지소유상한제나 토지초과이득세제와는 달리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바 없다. 다만, 정부의 판단에 의해 부과율과 징수 범위 등을 제한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불로소득의 환수율이 지나치게 낮았던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개발부담금제가 거둬들인 1조 2458억 원은, 1990년도 한해에 실현된 자본이득만 해도 4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개발부담금제의 불로소득환수 효과는 대단히 미흡했다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개발부담금제 실시 이후 환수대상 지역이 축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외 지역도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⑷ 토지 공개념 3법에 대한 종합평가

위에서 자세히 살핀 바와 같이 과거의 토지공개념은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 부동산, 그 중에서도 토지 소유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이 희박했다.

이 때문에 소유를 제한하는 방법을 택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대표적인 예가 택지소유상한제이다. 또한 토지초과이득세제나 개발부담금제 역시 규제에 방점이 찍혀있고 그 실현수단이 시장친화적이지 않았다. 그 결과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제가 각각 위헌결정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말았다. 부동산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진단해 엉뚱한 처방을 내리고 만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토지공개념의 정신과 원칙이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전히 현행 헌법과 헌법재판소는 토지공개념의 정신과 원칙을 지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합헌적인 토지공개념은?

▲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11·15 대책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인근 주공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남소연
⑴ 토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헌법 및 민법 조항에 의거해 토지를 일반 생산물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이며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물건으로 생각하지만, 토지라는 재화의 특수성(토지의 천부성, 토지사용 결과의 경직성, 토지사용의 외부효과 등)과 토지사유제의 폐단(근로의욕 저해, 사회적 양극화 및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원인 등)을 감안해 볼 때 토지는 절대적·배타적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이 자명하다.

⑵ 효율과 형평을 모두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시행한 토지공개념 제도들은 규제적인 것으로 형평성을 제대로 달성하지도 못하면서 효율성을 침해했다. 많은 정책입안자들, 경제학자들과 시민들은 효율성과 형평성을 상충관계(trade-off)로 인식하여,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토지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결과는 그동안 우리가 누누이 경험해 온 바와 같다.

따라서 이제는 두 가지 모두를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토지시장의 작동원리에 부합하면서 추구하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 제도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 할 것이다.

형평과 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유력한 이상적 대안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임대가치(지대)를 거의 대부분 조세로 징수하는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들을 감면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혁이다.

대부분의 조세가 경제에 초과부담을 초래하지만, 지가나 토지의 임대가치를 과표로 하여 단일세율로 부과하는 토지보유세는 중립적이어서 경제에 초과부담을 초래하지 않는다. 또한 토지보유세제는 토지가치만큼 토지보유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필요 이상의 토지를 소유하지 않게 되며, 토지소유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소유한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유인하기 때문에 형평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⑶ 국토의 계획적 이용과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

토지소유자들이 각자 토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면 충분하지만, 개별 토지소유자들이 각자 자신들이 소유한 토지를 최선의 용도로 사용한다고 해서 국가적.사회적 층위에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토지사용의 공간적.시간적 조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사회적 차원의 토지 이용계획이 필요하다.

⑷ 통일 한국의 토지제도 초석 역할을 해야 한다

남한에서는 토지사유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토지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한편, 토지국유제를 취해 온 북한 지역에서는 토지국유제를 유지하되 민간 영역에서 토지사용권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토지공공임대제'를 실시하게 되면 통일 한국은 자본주의의 폐단(빈부격차와 토지투기 등)과 사회주의의 병폐(비능률과 부패 등)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는 정의롭고 효율적인 경제체제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태경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협동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토지정의시민연대가 공동으로 기획하는 "부동산 문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해법이다'" 첫번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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