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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음란성 논란으로 청와대의 구독 거부사태를 불러왔던 <문화일보>의 연재소설 '강안남자'.(문화일보 지면PDF 캡쳐)
"그녀(영화배우 모니카 벨루치)의 몸이 부위별로 따져 볼 땐 그리 아름답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거부하기 힘든 매력을 발산하는 것도 같은 이유. 크지만 어리석어 보이지 않는 가슴, 상대에 대한 사려깊은 태도가 베어있는 허리, 그리고 출산의 역사(2004년 딸 '데바'를 낳았다)가 고스란히 담긴 그녀의 '다산 지향적' 엉덩이에는 38년의 인생이 구석구석 소중하게 살아 숨쉰다."

"손님을 끌기 위해 여성 나체 사진이 실린 전단지들을 거리곳곳에 마구잡이로 배포하는가 하면, 선정적인 문구로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들 업소는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청주시 흥덕구 하복대 일대와 가경동 인근, 상당구 용암동 용암1지구 등을 중심으로 빼곡히 들어서 있다. …전단지에는 전라의 여성사진이 실려있고, '쇼의 진수가 뭔지 아십니까?', '화끈한 분위기, 8등신 미녀의 시원시원한 서비스'라는 선정적인 문구까지 적혀 있다."


19세 이상 판매금지 서적의 일부 내용이 아니다. 위에서 인용한 두 단락은 각각 <동아일보>(8월 3일자 '모니카 벨루치, 세월마저 훔치는 사랑의 마력')와 <동양일보>(8월 18일자 '청주지역 노래타운 소리없는 전쟁 중')에 실린 신문 기사의 일부다.

<문화일보>의 연재소설 '강안남자'로 종합 일간지의 음란성과 선정성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연재소설뿐만 아니라 기사나 광고의 음란성과 폭력성도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종합일간지 10종 중 <문화><동아>가 음란 내용 가장 많아

ⓒ 동아일보PDF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지난 7월 24일부터 9월 1일까지 총 38일간 국가청소년위원회(위원장 최영희)의 위탁을 받아 10개 중앙 종합일간지와 33개 지방 종합일간지를 모니터한 결과를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일간지들은 문제가 된 음란 연재소설뿐만 아니라 선정적인 여성 사진을 싣거나, 성범죄와 유해약물에 대한 표현을 쓰고, 성역할을 왜곡하는 기사를 보도해 문제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 성기능 기구 관련 광고를 실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민언련은 <문화일보>가 모니터 기간 동안 총 38차례 음란성 관련 보도를 내보냈으며 16차례 성기능 관련 보조식품 및 기구와 시술 등을 광고해 총 55건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동아일보>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 동안 29차례 성상품 관련 광고를 지면에 내보냈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2건) ▲기업제품 홍보에 이용된 선정적 여성사진(2건) ▲성범죄와 유해약물 등에 대한 표현(2건) 등 총 45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국 종합일간지 10종 가운데 두 신문이 음란한 성관련 기사와 광고를 가장 많이 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방 종합일간지 총 33종 가운데 <강원일보>가 국제결혼 광고(28건), 성기능 관련 광고(21건), 선정적인 스포츠 기사(2건) 등 총 68건의 문제기사 및 광고를 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언련은 이 보고서를 통해 "종합 일간지는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19'를 붙여 포장해 팔 수도 없다"며 "종합일간지가 갖고 있는 넓은 독자층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조금이라도 유해성이 존재한다면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최근에는 '신문활용교육(NIE)' 등을 통해 유아에서부터 청소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신문을 글쓰기, 시사, 논술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청소년 유해성 여부에 대해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정사 장면이나 범죄사실 묘사도 문제

민언련은 이번 모니터 활동을 통해 "주로 여성의 둔부 혹은 가슴 부위를 의도적으로 노출시킨 선정적 자태를 보여주는 문구와 사진이 상당수라는 것을 발견했다"며 "노골적인 성적 대화나 음란행위를 흥미위주로 보도한 사례 또한 수차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화배우 모니카 벨루치에 대한 <동아일보> 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나치게 성행위를 자세히 묘사하거나 심각한 성적 대사를 그대로 담은 문제점이 있었다"며 특히 여배우의 외모를 "남성 중심적 입장에서 평가하는 듯한 불쾌한 표현을 기사화했다"고 언급했다.

충청권 일간지인 <동양일보>에 보도된 청주지역 노래타운 실태 고발기사에 대해서도 "업소의 종류, 위치, 가격, 서비스 등을 지나치게 상세히 소개했다"며 "기사 우측 상단의 선정적인 전단지를 게재한 것 또한 문제"라고 설파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8월 3일자)에 실린 '나쁜 남자' 기사에 대해 "여러 면에서 청소년들에게 폭력성을 조장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았다"며 "범죄 서술이 너무 상세해 모방범죄를 조장할 우려가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한국일보>(7월 27일자)에 실린 '미스코리아와 국제화'라는 칼럼이 국내 청소년들에게 외모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점과 서구적인 미가 더 아름다운 것이라는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외에도 선정적이고 흥미위주의 기사로 '섹스 최장시간 신기록, 변강쇠'(<경향신문> 8월 9일자), '남자가 천국에 가려면 3명 이상의 부인을 둬야 한다'(<남도일보> 8월 31일자) 등이 문제가 됐다.

뉴스 가치보다는 사진의 선정성 때문에 게재된 기사, 선정적인 스포츠 사진기사 등도 청소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요소로 선정됐다.

"음란소설 '강안남자' 법적 제어장치 없다"
민언련, 종합일간지 음란성 공론의 장 마련해야

민언련은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 음란성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종합일간지가 게재하는 음란물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현재 음란성 소설이 종합일간지에 실리는 것에 대한 적절하고 현실적인 심의 및 규제방안이 미흡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신문윤리위원회가 종합일간지의 음란성에 대한 심의를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신문윤리위원회는 법적 규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보호법 제7조 제6호 규정에 근거해 청소년 유해매체물을 심의하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신문의 종류에 따라 일반일간신문(정치·경제·사회에 관한 보도 및 논평, 여론 전파하는 신문 제외), 특수일간신문(경제·산업·과학·종교분야 제외), 일반주간신문(정치·경제분야 제외)을 심의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경제 ▲산업 ▲과학 ▲시사분야를 다루는 종합일간지를 심의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신문법 4조 6항 '건전한 가정생활과 아동 선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음란 폭행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21조 2항 3호 '음란한 내용의 정기간행물 등을 발행해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현저히 침해한 때에는 6개월 이하의 발행정지 명령이나 법원에 정기간행물 등록취소 심판청구'가 가능하다.

민언련은 "음란성이 심각한 종합 일간지를 관할 지방법원에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해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정기간행물 등록취소를 이끌 수도 있겠으나 이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민언련은 "국가청소년위원회와 문화관광부 등 정부당국과 정치권이 신문에 음란성 콘텐츠가 게재되는 것과 관련 적절한 대책 마련을 논의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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