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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홍대 클럽에 미군은 출입할 수 없다.
ⓒ 김귀현
지난 10월 28일 시월의 마지막 금요일, 홍대 앞 클럽은 '클러버'(cluber·클럽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들로 가득했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은 '클럽데이'로 1만5000원만 내면 홍대 클럽문화협회에 가입된 모든 클럽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기에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홍대 앞거리를 메운다.

홍대 앞에는 수십개의 클럽 대다수는 입구에 똑같은 안내 문구가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군은 홍대클럽을 출입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과연 주한미군은 홍대클럽에서 자취를 감추었을까? 기자는 홍대 앞 7개 클럽을 방문했다. 클럽의 이용객 중 약 20~30%는 외국인들이었다. 그들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건넸다.

놀랍게도 그들 중 대부분은 주한미군이었다. 홍대 앞 모든 클럽에서 주한미군의 출입을 금한다고 하였으나, 기자가 찾아간 대부분의 클럽에서 주한미군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입구의 '미군출입금지' 문구는 그저 눈속임용이란 말인가.

클럽 입구에는 신분증을 검사하고 입장권을 판매하는 클럽 직원이 있다. 한 클럽의 입구 앞 직원에게 '미군출입금지' 안내판을 가리키며 "정말 미군출입을 금지하는가"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그 직원은 "요즘 홍대클럽에서 미군을 안 받는 데가 없다, 이쪽에서 좀 잘 나가는 N모 클럽만 빼고는 다 입장시키고 있다"며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 문구는 왜 붙여놓았는가"라고 묻자 "2002년 미군출입금지할 때만 해도 월드컵도 있고 해서 클럽에 오는 사람들이 넘쳐났다"면서 "하지만 그 때 잠시 반짝 했을 뿐 점점 이용객들이 줄었고, 그래서 2~3년 전부터 하나 둘씩 미군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시 나타난 미군... "아직은 미군이 무서워요"

▲ 홍대 앞의 한 클럽. 클럽 데이 티켓을 팔고 있다.
ⓒ 김귀현
클럽에서 한 미군과 어렵게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용산에서 복무 중이라는 한 미군 병사는 "한국에서 미국식 문화는 느낄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다"며 "이전과 달리 주한미군은 사고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연 미군의 말처럼 예전처럼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클럽의 안전을 관리하는 한 경호원은 "예전에 비해 미군들이 일으키는 사고가 크게 줄었다, 예전에는 한국인들과 마찰이 많았는데 이제는 자기들끼리 즐기고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클럽을 방문하는 이용객들의 생각은 어떨까? 클럽을 자주 방문한다는 서아무개(여·25)씨는 "클럽에서 민간 외국인들과 미군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확실히 다르다"며 "민간인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만 나누는 정도의 사교 활동을 즐기는 반면 미군들은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잦다, 문화적 차이겠지만 불쾌할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민간인과 미군을 구별하는지 궁금했다. 서씨는 "클럽에 자주 오면 그 정도는 쉽게 구별 할 수 있다, 미군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클럽 마니아인 김아무개(26)씨는 "음악과 춤이 좋아서 5년 전부터 클럽에 다녔다, 미군들은 작년부터 부쩍 늘어난 것 같다"면서 "만취한 미군들이 가끔 고성방가를 하며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미군은 덩치가 커서 그럴 때면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 "클럽에서는 외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매너가 좋은 외국인들도 많다, 하지만 미군은 군사적 문화와 특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면서 "클럽 자체적으로 출입금지를 하기로 했으면 철저히 지켜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아직도 미군들이 몰려 있으면 (이전의 미군범죄가 생각나서) 가까이 가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막말로 미군들이 술김에 우리 때리고 죽여도, 자기들은 또 가석방 돼서 본국으로 돌아가면 그만 아닌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클럽문화 훼손하는 미군출입 용납 못해"

▲ 많은 사람들이 홍대 앞 클럽을 찾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태원 등지에서 유흥을 즐기던 미군들이 미 헌병들의 단속을 피해 홍대클럽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무렵.

이들은 한국인 젊은 여성들에게 성희롱을 일삼았다. 게다가 흑인 병사와 백인 병사간의 싸움은 물론,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과 시비를 벌이는 등 각종 문제를 발생시켰다.

클럽문화협회(라이브클럽 10개, 클럽데이클럽 13개 소속)는 미군들의 진출로 인해 범죄의 심각성이 높아지고 특히 홍대클럽 문화가 위협받자 2002년 미군출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의정부 여중생이 희생되고, 미군법정이 사고를 낸 미군 병사들에게 무죄평결이 내려진 데 따른 반미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

홍대클럽 거리에 미군들이 다시 나타나자 협회는 긴장하고 있다. 미군범죄가 발생할 경우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자신들의 노력이 여론의 지탄을 받으며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새롭게 문을 연 일부 신생 클럽들이 미군 손님들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회 소속이 아닌 이들 업소들에게 미군출입금지 규정을 강요할 수 없어 난감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최정한 클럽문화협회 회장은 2일 "새롭게 문을 연 10여개의 클럽 가운데 일부 업소들이 미군 손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은 우리 협회와 무관한 업소들로 미군출입금지 규정 준수를 요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만약 협회 소속 업소들이 주한미군을 받았을 경우 강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또한 "최근 들어 미군들이 홍대클럽 거리에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10년 넘는 노력으로 쌓아온 클럽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도 미군출입은 용납할 수 없으며 상황이 심각해지면 미군출입 금지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주한미군 당국에 전달하는 등 대처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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