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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 경남지부는 30일 유치환과 관련한 기념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은 통영에 있는 유치환 생가.
ⓒ 윤성효

친일혐의를 받고 있는 유치환(柳致環·1908~1967·호 청마)을 기리는 각종 사업이 통영시와 거제시에서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교조 경남지부(지부장 송호찬)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친일을 했어도 시만 잘 쓰면 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사업 전면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통영문인협회는 전국 초·중·고교와 대학·일반을 대상으로 오는 11월 4일 통영시 정량동 소재 청마문학관에서 '편지쓰기 대회'를 연다. 유치환이 통영중 교사로 재직할 때 이영도(1916~1976·시조시인)한테 5000여통의 편지를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편지쓰기대회는 그가 자주 이용했던 통영우체국(현 통영중앙우체국)을 '청마우체국'으로 이름을 바꾸기 위한 운동의 하나로 열린다.

거제시는 25일 '청마기념관' 기공식을 가졌고, 통영시는 오는 11월 안으로 중앙간선도로변 자투리땅에 시비(유치환의 시 '향수')를 세울 예정이다. 지금까지 생가(거제·통영)와 기념관(거제), 문학관(통영)이 건립되어 있고, 청마문학상(통영)도 시상하고 있다.

전교조 지부 "올바른 역사의식 갖는 게 중요"

전교조 지부는 30일 "청마우체국 개명과 청마기념관 유치 계획은 백지화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 전교조는 통영지역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편지쓰기 대회에 학생들을 참가시키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성명에서는 "지금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며 "일본의 끊임없는 역사왜곡과 독도 침탈기도에 이어 동북공정으로 대변되고 있는 중국의 고대사 왜곡과 백두산 침탈 기도까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교조 지부는 유치환의 친일행적에 대해, "1943년 조선의 청년 학생들에게 일본 천황을 위해 기꺼이 죽음의 전장터로 나가라고 선동하는 시를 특집으로 꾸몄던 <춘추>지 12월호에 시 '전야'를 발표했고, 서구 근대를 극복한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의 수립을 축원했다는 내용의 <조광>지(1944년 4월)의 시 '북두성' 발표 등 친일문학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고, 친일적 성격의 '하얼빈협화회'라는 조직에 근무했다"는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성명에서는 "유치환을 기리는 행사를 다시 추진하고 있는 통영문인협회의의 의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난감하다"며 "일본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성명에서는 "친일문학의 의혹이 일부 개연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청마 개인문학사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므로 침소봉대할 일이 아니라는 것으로, 통영문협의 시각은 어느 정도 타당한 면이 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청마의 문학행위가 아니고, 청마 문학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와 위상 정립은 전적으로 문화예술계의 몫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에서는 "청마우체국은 개별 민간인이 설립한 우체국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기관이 된다는 의미"라며 "민족을 배신한, 적어도 민족의 고난과 아픔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를 방관하고 외면했던 그런 인사를 위해 우체국의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그런 행위를 인정하고, 더 나아가 그런 행위를 조장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할 수도 있음을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지부는 "이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편지쓰기 행사 또한 참가자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친일행위자를 우러르게 되는 모순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것"을 촉구했다. 또 "청마우체국과 청마기념관이 생긴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친일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시만 잘 쓰면 된다'라는 왜곡된 역사관을 갖게 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 지부는 "청마의 편지쓰기와 우체국을 연결하려는 대중적인 사업 방식을 나무랄 일은 아니겠으나, 이는 청마 문학의 본령이 아니며, 이로 인해 청마의 친일의혹이 증폭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것은 오히려 청마에게 누가 될 수 있다, 이는 누구도 바라지 않는 바이므로 관련 사업을 중단시켜 더 이상 불필요한 시비와 대립이 발생되지 않기를 간곡하게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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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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