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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왕태실지와 단종태실지는 모두 경상남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경남 사천 곤명 은사리에 있다.
ⓒ 윤성효

세종대왕과 단종의 태(胎)를 묻었던 자리에 개인 묘소가 자리 잡고 있어 성역화에 애를 먹고 있다.

세종대왕태실지(경남도 지정 기념물 30호)와 단종태실지(경남도 지정 기념물 31호)는 약 1km의 거리를 두고 경남 사천시 곤명면 은사리 산 봉우리에 있었다. 세종대왕의 태를 묻었던 자리에는 우리나라 한 대기업과 관련이 있는 사람의 묘가 조성되어 있고, 단종의 태를 묻었던 자리에는 친일파가 묻혀있다.

조선왕조는 태를 왕자와 공주의 신체와 같이 여겼으며, 풍수지리학으로 왕의 태실은 명당에 묻어 왔다. 세종대왕태실지는 세종대왕 즉위년인 1418년에 조성되었고, 세종대왕은 1441년 애손인 단종이 태어나자 자신의 태실 앞 산에 태실을 안치하도록 어명했다.

1730년에는 경상도 관찰사 박문수에 의해 태실지가 보수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표석을 세우기 위해 진주(대곡)에 있던 돌을 사천(곤명)으로 옮기는데 1170명이 동원되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돌을 옮기면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기록도 있다. 경남도는 1975년 이들 태실지는 기념물로 지정했다.

세종대왕태실지, 한 대기업 관련 사람의 묘소 조성

세종대왕태실지는 사천시 곤명면 은사리 산 27번지에 있다. 원래 태실지는 산 봉우리에 있었는데, 봉우리에는 태실지와 관련한 아무런 흔적이 없는 개인 묘소 3기가 조성되어 있다.

봉우리에서 약 50m 떨어진 산 중턱에는 태실비와 돌 난간, 지대석, 주춧돌, 팔각대를 한데 모아 놓은 곳이 있다. 이들 석물들은 산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것을 한데 모아 놓은 것. 사천시는 석물 앞에 안내판을 세워놓았으며, 100m 떨어진 곳에 주차장을 조성해 놓았다.

원래 세종대왕태실지였던 땅은 지금은 개인 소유다. 그곳에는 3기의 무덤이 조성되어 있는데, 맨 앞에 있는 무덤에는 비석이 없고, 뒤에 있는 2기에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사천시청 관계자는 "원래 태실지였던 땅은 개인 소유이기에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안내판과 주차장을 설치하는 등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이씨종친회 관계자는 "세종대왕태실지였던 자리에 있는 묘소는 우리나라 한 대기업과 관련이 있는 사람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단종태실지. 앞에 보이는 두 유물은 단종태실지와 관련된 것이고, 오른쪽 위에 보이는 무덤은 개인 묘소다.
ⓒ 윤성효

▲ 단종태실지 안내문 뒤로 개인 묘소의 비석이 보인다.
ⓒ 윤성효

▲ 단종태실지 안내 표지판.
ⓒ 윤성효

▲ 단종태실지에 자리잡은 개인 묘소와 비석.
ⓒ 윤성효


단종태실지, 친일파 최연국의 무덤 들어서

단종태실지에 들어서 있는 무덤의 주인공은 최연국(1885~1951)이다. 1990년대 말에 세워진 묘비에 보면 그를 민족교육에 앞장 서는 등 지역과 민족을 위해 많은 일을 한 사람으로 묘사해 놓았다.

비석에 보면, 최연국의 아들은 경기도지사와 국회의원 등을 지내고, 사위는 검사를 지냈으며, 조카는 국회의원과 KBS 사장, 문화공보부 차관 등을 지냈다고 기록해 놓았다.

민족문제연구소에 의하면, 최연국은 친일파다. 그는 일제시대 때 경남평의원과 조선전람회 평의원, (중주원) 칙임 참의 등을 지내고, 임전보국단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일제는 1928년경 전국의 태실지를 의도적으로 훼손했으며, 그 땅을 개인에게 불하했다. 태실지는 명당이라 아무나 살 수 없었으며, 단종태실지를 최연국이 소유했고, 그가 죽자 후손들이 무덤을 썼던 것.

단종태실지 자리에는 최연국의 무덤이 조성되어 있고, 단종태실지에 세웠던 석물(상석·태비신 등)들은 지금은 그의 무덤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다.

사천시청 관계자는 "단종태실지가 있었던 땅은 개인 소유이기에 토지를 수용할 수 없는 처지다"면서 "한때 유족한테 공문을 몇 번 보내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천시는 최근 몇 년 사이 두 태실지 앞에 안내판도 세우고 주차장도 조성하는 등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때 경남도 문화재위원과 사천시는 태실지에 대한 성역화 계획을 세웠지만 개인 소유의 땅에 개인 무덤들이 있어 더 이상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

▲ 원래 세종대왕태실지 자리에 개인 묘소 3기가 조성되어 있다.
ⓒ 윤성효

▲ 세종대왕태실지 안내판과 주차장 바로 옆에 호화로운 개인 묘소가 들어서 있어, 마치 주차장은 개인 묘소의 주인이 만든 것처럼 보인다.
ⓒ 윤성효

▲ 세종대왕태실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다.
ⓒ 윤성효

▲ 세종대왕태실지 바로 아래에 있는 안내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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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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