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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전 대통령.
ⓒ 광주드림 안현주
북한의 2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18일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라며 "북한의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하며, 미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미간 대화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바라고 있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하면서 큰 실패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열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부시정부는 이를 거부해 왔으며, 그 결과 미국은 큰 실패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북한과 대화 거부로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와 IAEA(국제원자력기구) 요원을 추방,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강행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대화 원하는데 미국이 거부하면서 실패"

이날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의 과거 대통령 사례를 들어가며, "미국은 악을 행한 자와 대화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아이젠하워는 북한과 전쟁 중에 대화했고, 닉슨은 중국과, 레이건은 소련과 대화해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화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다"면서 "국가 이익이나 세계평화에 필요하면, 악마와도 대화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의 경제적 제재에 대해서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미 상당한 경제적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과 이런 제재 하의 가난에 익숙해 있다는 점, 내부 결속을 통한 국민 결핍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경제제제가 시작되면 북한은 더 한층 반발할 것이고 여러가지 위험한 충돌도 예상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북핵 리스크는 시장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상황은 이란과 이라크에 비해 오히려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 전문이다.

"유엔 경제제재는 큰 효과 없을 것"

▲ 지난 2000년 6월 14일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개 부문의 남북정상간 합의문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두 팔을 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창조경제를 주제로 한 세계지식포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인류는 탄생 이래 수십만년동안 지구상을 떠돌아 다니면서 채집과 수렵생활을 해왔습니다. 지금부터 1만년 전 나일강 유프라테스강, 인더스강 그리고 황하 등 하천유역에서 농경 정착생활을 해왔습니다. 긴 농경생활이 지나고 18세기 중엽부터 산업사회가 시작됐습니다. 19·20세기 산업사회를 거치고, 인류는 20세기 지식경제시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지식정보사회시대는 창조적경영, 창조적 인재, 지식노동자가 중심이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지식정보화로 부가 혁명적으로 증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보화 분야의 석학들에 따르면 우리가 만일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보화교육을 적절히 시킨다면 제2의 빌게이츠의 꿈을 간직할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한 시대가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21세기는 한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강한 지식과 교육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유교, 불교 등 고급문화를 받아들였지만, 중국에 동화되지 않고, 우리의 것으로 재창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우리가 중국민족에 흡수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한국은 부자세습의 봉건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아래로부터 시행되는 과거라는 시험을 통해 관리를 채용했기 때문에 교육이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이런 전통과 국민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 나라에는 민주화와 정보화가 확립됐습니다. 그런 힘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세계적인 정보강국이 됐습니다. 이제 우리는 21세기 지식 강국이 됐습니다. 오늘 포럼에 참여하시는 분과 힘을 합쳐서 빈곤국의 지식정보화에 힘써야 겠습니다. 그리하여 세계번영과 가난을 지연시켜야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우리는 최근 북한 핵실험을 단호히 반대하고, 북한 핵의 해체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북한 핵실험은 남한과 같이 체결한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에도 명백히 위배됩니다. 그럼,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첫째는 군사적 수단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군사적 수단은 한반도를 초토화하고 7천만 국민을 공멸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하고 군사적수단에 호소해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제재 결의안은 유엔헌장 7조 42조의 군사적 조치는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둘째는 이러한 유엔의 경제적 제재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적 제재도 큰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북한은 이미 상당부분 경제적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은 경제적 제재하의 가난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외세의 간섭에 대한 반발로 국민을 결속시켜, 국민의 결핍을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을 위시한 몇몇나라들이 지원을 할수도 있고, 이란과 같은 나라에 핵기술을 팔아 돈을 만들 수 있을것입니다. 경제제제가 시작되면 북한은 더 한층 반발할 것이고 여러가지 위험한 충돌도 예상됩니다.

다른 대안는 없을까요. 세째로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내가 2000년이래 북한과 직접, 간접으로 접촉한 결과로서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시정부는 이를 거부해 왔습니다. 그 결과로 미국은 큰 실패를 가져왔습니다.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했습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요원을 추방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미사일 발사를 다시 시작하고, 핵실험까지 강행하게 됐습니다.

미국은 악을 행한 자와는 대화할 수 없다고 하지만, 아이젠하워는 1953년 북한과 전쟁중에 대화를 해서 휴전협정을 성립시켜 오늘날까지 한반도에서 50년의 평화를 유지하게 만들었습니다. 닉슨은 중국을 찾아가 모택동을 만났습니다. 그 결과 중국을 개혁, 개방으로 유도해 오늘날 변화를 가져오게 만들었습니다. 레이건은 소련을 악마의 제국이라고 비판했지만, 그 악마와 대화해 소련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해, 오늘의 민주화를 실현시켰습니다.

대화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 이익이나 세계평화에 필요하면, 악마와도 대화를 해야합니다. 오늘의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입니다. 그 당사자가 대화하지 않고 어떻게 이 문제가 해결되겠습니까.

북한의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해야합니다. 이러한 주고받는 협상이 동시에 진행될때 북 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양자대화를 하는 가운데, 이미 말한 주고받는 협상이 이뤄지면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번 기회를 줘 봐야 합니다. 그러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기회를 줘도 북한이 배신한다면 그 때는 6자회담 당사국을 비롯하여 세계각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북한을 제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미 양자간 대화에 한번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리고 성공을 기대합시다.

존경하는 여러분.

오늘 지식경제기반시대에 아프리카나 서남아시아까지 세계의 모든사람이 참여하도록 길을 열어야 합니다. 포럼의 최대 목표는 세계평화속에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공동 번영을 실현시키는 데 둬야할 것 같습니다. 기업인에게도, 지식인에게도, 가난한 사람에게도, 부자에게도 오늘의 세계지식포럼이 평화의 등불이 되게 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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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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