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잘 익은 수박. 단물이 많이 납니다.
ⓒ 김현
"엄마, 우리 수박화채 언제 해 먹어?"
"우리 오늘 해 먹으면 안 돼? 먹고 싶은데."

아이들이 수박화채를 해 먹자고 조릅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부터 아이들은 수박화채, 팥빙수를 찾았는데 얼마 전에 아내가 만 육천 원에 팥빙수 만드는 기계를 사 팥빙수의 원풀이를 실컷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시골에서 수박이 들어왔다며 수박 2통을 가져왔습니다. 아이들은 수박을 보자마자 화채 해먹자며 아침을 먹자마자 조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화채를 좋아하지 않는 아내는 귀찮기도 해서인지 묵묵부답입니다. 그러자 이번엔 아이들이 아빠에게 조릅니다.

"아빠, 엄만 벙어린가 봐 대답도 안 하구. 아빠, 우리 수박화채 해 먹어요."
"맞아. 이러다 여름 다 가버리겠다. 여름 다 가면 누가 책임져 잉."
"너희들 정말 먹고 싶어? 좋아 그럼 지금 가서 사이다 사와. 아빤 수박 자르고 있을 테니까."
"야호! 누나 빨리 갔다 오자."
"야, 너희들 뛰어가지마. 차 조심하고."

아이들은 대답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달려갑니다. 근 한 달 동안 조른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인데 얼마나 좋을까 싶어 웃음이 입니다. 아이들은 공부가 아닌 다른 것은 자꾸 무언가 하고 싶은가 봅니다.

▲ 수박을 잘라 그릇에 담습니다. 투박하지만 그런데로 괜찮지 않나요?
ⓒ 김현
아이들이 사이다를 사러 간 시간에 수박을 잘랐습니다. 아주 빨갛게 잘 익었습니다. 냄새를 맡아보니 단내가 물씬 납니다. 칼로 한 조각 떼어 입에 넣어보니 물도 많고 아주 답니다. 수박을 준비하고 어름을 꺼내는데 아이들이 금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는 걸 보니 뛰어갔다 왔나 봅니다.

"아빠, 사이다."
"뛰지 말라고 했더니… 어서 손이랑 얼굴이랑 씻고 와. 아빠랑 같이 만들게."

아빠가 수박을 적당한 크기로 자르면 아이들은 그릇에 수박을 옮겨 담습니다. 서로 한 개라도 더 담겠다고 아웅다웅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낄낄낄 웃기도 합니다. 유리그릇에 수박을 채워 넣은 다음 얼음을 그 위에 올려놓습니다.

"얼음은 내가 놓을 거야."

▲ 수박 위에 얼음을 올려놓습니다.
ⓒ 김현
우리 집 얼음 귀신인 아들 녀석이 얼음은 자기 혼자 수박 위에 놓겠다고 고집을 피웁니다. 그러나 거기엔 아들만의 속셈이 있습니다. 얼음을 먹고 싶어서입니다. 누나의 안 된다는 말에도 얼음을 수박 위에 놓던 아들 녀석이 눈 깜짝할 사이에 커다란 얼음을 입 속에 넣곤 달아납니다. 만면에 웃음 한가득 머금고 말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딸아이가 '너 그럴 줄 알았다'하며 핀잔을 줍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의 목적을 달성한 아들 녀석은 화채 만드는 건 신경도 안 쓰고 만화책을 봅니다.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하는 딸아이는 신나합니다.

"아빠, 얼음 위에 사이다 부어야지."
"그래. 니가 하렴. 넘치지 않도록 해야 돼."
"응. 근데 설탕은 안 넣어도 돼요?"
"설탕 안 넣어도 맛있어. 한 번 먹어볼래?"

▲ 사이다를 붓고 시원하도록 잠시 놓아둡니다.
ⓒ 김현
딸아이가 한 입 먹어보더니 맛있다며 히히 웃습니다. 사이다를 붓자 얼음과 사이다가 어울리며 거품을 냅니다. 사이다를 부은 다음 시원하게 수박과 얼음을 골고루 섞습니다. 그러면 수박화채가 완성됩니다. 완성된 화채를 작은 유리그릇에 담습니다. 화채그릇에 담아 놓고 보니 제법 먹음직스럽고 예뻐 보입니다.

"자, 수박화채가 완성되었습니다."

화채가 완성되었다는 소리에 아들 녀석이 가장 먼저 달려옵니다.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아내도 '부녀지간에 만든 작품 얼마나 맛있는지 봐야지'하며 웃으며 옵니다. 네 식구가 가는 여름의 늦더위를 화채 한 그릇으로 식힙니다. 아이들은 '야, 정말 맛있다' '아빠, 굿이에요'하며 금세 화채그릇을 비웁니다.

▲ 작은 화채 그릇에 옮겨 놓고 먹으면 됩니다.
ⓒ 김현
집에서 아이들과 만들어 먹는 화채 맛, 정말 좋습니다. 그냥 수박을 잘라 먹는 것도 좋지만 화채를 만들어 먹으면 아이들과 더 많은 대화도 나눌 수 있습니다. 8월 여름이 가면 찬바람이 일 것입니다. 찬바람 나기 전에 온 가족이 수박화채를 해 먹으며 더위를 피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너! 나! 따로 가지 말고 함께 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