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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화된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고있는 닭고기.
ⓒ <우리가 세강을 먹여살린다>
유기농 식품과 무농약 바이오식품들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식품업체들의 정체를 까발리는 다큐멘터리가 최근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출판계로 이어져 출판계까지 강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다큐멘터리 작가 에르빈 바겐호퍼는 <우리가 세상을 먹여살린다(We Feed the World)>라는 필름을 통해 “우리가 먹는 식량의 대부분은 영양분이 아니라 불량품"이라고 주장한다.

웃기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영화들도 오르지 못할 인기의 자리를 어떻게 이 구역질나고 지저분한 다큐멘터리가 차지했을까.

바겐호퍼에 의하면, 현재 우리가 먹는 닭들은 처음부터 판매 목적의 계획아래 생산된 ‘공산품’일 뿐이다. 닭들은 보통 8주간에 걸쳐 생산된다. 인큐베이터에서 수정된 뒤 부화하고 살이 찌고 성장하다가 ‘그 날’이 되면 목이 잘려진다. 두 다리로 거꾸로 매달린 닭은 피를 뚝뚝 흘리며 컨베이어 벨트에서 죽어간다. 죽은 닭은 포장되어 냉동되고 우리의 밥상위로 올라온다.

채소인 토마토 또한 다르지 않다.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빨갛게 익은 토마토는 황금빛 토지와 햇살의 결과물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미네랄과 영양분 등을 투입한 유전공학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바겐호퍼는 그의 필름을 통해 토마토에서부터 케첩에 이르기까지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먹을 것’의 이미지를 으깬다. 물론 토마토는 죄가 없다. 닭들도 무슨 죄가 있겠나. 바겐호퍼에 의하면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세계화와 상업주의인 것이다.

닭, 토마토, 생선, 우유, 빵 등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이 얼마나 섬뜩한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 바겐호퍼의 다큐멘터리 <우리가 세상을 먹여살린다>는 가공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점점 체인화, 대규모화 되어가는 오스트리아의 수퍼마켓 업계를 긴장시켰다.

▲ 토마토 역시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생산되고 있다.
ⓒ <우리가 세상을 먹여살린다>
입맛 없게 하는 작품, 오스트리아의 가장 성공작인 다큐멘터리?

바겐호퍼의 다큐멘터리 <우리가 세상을 먹여살린다>는 사실 사람들의 입맛을 떨어지게 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스크린을 통해 우리의 눈에 쏟아지는 식량은 깨끗하고 위생적인 것이 아니라 지저분하고 구역질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 가장 성공적인 오스트리아의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자리잡았다. 머지않아 이 다큐멘터리는 DVD로도 판매된다.

바겐호퍼는 이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브라질과 스페인, 아프리카와 유럽을 직접 발로 뛰며 상당히 방대한 자료를 모았다.

그의 자료에 의하면, 세계화와 상업화로 무장한 국제 대기업들이 가장 저렴한 나라의 영토를 빌리거나 구매해 가장 저렴한 인건비로 후질근한 식품을 생산하고, 이 후질근한 식품들에 유전공학이라는 성형수술을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슈퍼에서는 사실상 EU의 영향으로 인해 야채와 과일의 국경이 없어진 지 오래다. 자국으로부터 생산된 제품에는 국내생산마크를 부여하지만 ‘스페인산’, ‘이태리산’, ‘동유럽산’ 등의 야채와 과일 등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팔리고 있다.

그러나 이 저렴한 가격을 맞추기 위해 국제적인 대기업들은 아프리카와 가까운 스페인의 저렴한 농토를 구입해 건강상태도 체크하지 않은 불법이민자들을 고용해 야채나 과일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수 십년에 걸쳐 농부들이 국제기업 등에 종속되도록 만들었고 식량을 인공적으로 생산하게 했으며 유전자조작을 거리낌없게 만들었다.

이제 이러한 국제 대기업들은 EU에 새롭게 가입한 동유럽 등지의 저렴한 영토를 물색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생산관리 개척자 카를 오토록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국제 대기업들은) 서유럽의 영토를 못쓰게 만들었고 이제 동유럽의 영토를 못쓰게 만들려고 한다”며 세계화를 고발한다.

▲ 한 브라질 농부가 불결한 웅덩이물을 식수로 사용해야 하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 <우리가 세상을 먹려살린다>
“세계화, 상업화, 대량생산이 문제”

바겐호퍼의 필름과 동명의 책이 비판하는 것은 모두 두가지 이데올로기이다.

첫 번째는 세계화와 상업화이다. 바겐호퍼는 상업화된 거대 기업들의 식료품제조가 환경과 근로자들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두 번째는 대기업들의 보수적인 태도다. 바겐호퍼에 의하면 그들은 대량생산만을 목표로 해 자국 국민들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품을 들여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브라질 등 가난한 나라에서 초과해 수입해 온 밀 등의 식량을 유럽 및 선진국에서는 다 먹지 못해 버리지만, 정작 그 식량을 수출한 브라질 및 아프리카에서는 식량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들이 전쟁에서 죽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

그러나 일부에서는 브라질과 아프리카의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에 대해 국제 대기업들의 보수적인 태도와 대량생산을 비판하는 바겐호퍼의 주장은 초점이 빗나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즉, 이러한 문제는 식량공급의 불균형이 원인이 아니라 저개발과 소득분배의 불균형이라는 것이다.

바겐호퍼의 다큐멘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다큐멘터리가 된 이유는 한가지로 보인다. 그는 우리가 이미 알았던, 그러나 믿고 싶어하지 않았던 사실을 그대로 까발리기 때문이다.

바겐호퍼는 일례로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식료품 기업인 네슬레(Nestlé)와 스웨덴의 패션기업 하운엠(H&M)을 들고 그의 논리를 펼친다.

식품을 생산하는 농부들과 옷을 재단하는 재단사들은 기업에 종속되거나 일터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화와 상업화가 계속 진전될수록 사람들은 더 저렴한 상품을 찾게 되고 국제 대기업들은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제3세계를 찾아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네슬레의 간부 피터 브레벡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식량은 물”이라고 말한 인터뷰를 강조하면서 브라질과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들이 도저히 식용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물을 마시고 살고 있다고 강조한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먹을 수 없는 것들을 먹으며 살아가고 선진국 사람들은 인공적으로 조작된 식량을 먹어야 하는 세상, 바겐호퍼의 다큐멘터리가 고발하고자 하는 현실이다.

“우리는 유전공학으로부터 자유로운 식량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친숙해져야 한다.” - 카를 오트록, 루마니아 생산관리 개척자

▲ 국제 식품 대기업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오스트리아 다큐멘터리 <우리가 세상을 먹여살린다> 첫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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