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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금강산 해금강호텔에서 열린 '이상가족 상봉행사'에서 28년만에 모자상봉을 한 최계월씨가 아들 김영남씨를 끌어안고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대체 : 28일 오후 5시 5분]

[금강산=공동취재단, 김태경 기자] 지난 1978년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김영남(45)씨가 28일 오후 금강산에서 어머니 최계월(82)씨와 누나 영자(48)씨를 만났다.

이날 오후 3시 최씨와 누나 영자씨가 금강산 호텔의 상봉장에 들어서자 영남씨와 가족들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영남씨는 부인 박춘화(31)씨와 딸 은경(일명 혜경·19), 아들 철봉(7)군을 함께 데리고 나왔다.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 최씨는 아들을 껴안고 얼굴을 부비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라며 최씨가 아들의 얼굴을 확인하려 하자 영남씨는 "엄마, 나 맞아, 막내 맞아"라고 말했다. 김씨가 "(어머니의) 건강하신 모습을 보니 좋구만, 기쁘구만"이라고 말하자 누나 영자씨는 "어릴 때와 너무 똑같아, 머리카락도 목소리도"라며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최씨가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고 말하자 영남씨는 "오래 오래 사셔야지, 막내아들이 이제 효도 좀 할게"라며 다독였다. 양복을 입은 영남씨는 건장한 체격이었다.

영남씨는 이어 누나 영자씨를 껴안으며 "누나 보고 싶었어"라고 응석부리듯 인사를 했다. 영자씨는 은경씨에게 "텔레비전으로 많이 봤다"며 인사했고, 철봉군의 머리를 만지며 "네 아버지 어렸을 때 머리모양하고 똑같다"고 말했다.

은경씨는 김씨와 납북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추정되며, 철봉군은 김씨와 재혼한 부인 박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보인다. 은경씨는 흰 저고리에 검은색 치마차림이었고 왼쪽 가슴에는 김일성종합대학 배지를 달고있었다.

아버지와 할머니의 상봉장면을 지켜보는 은경씨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며느리 박씨와 철봉군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탁자로 자리를 옮긴 영남씨는 어머니 최씨에게 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올렸다. "막내아들 걱정 많이 했을 텐데, 불효 막심한 아들이 절 드리겠다"는 말에 어머니 최씨는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영남씨는 큰절을 마친 뒤 부인 박씨를 가리키며 "막내 며느리를 소개할게"라고 말했다. 부인 박씨는 시어머니에게 큰 절을 올리며 "평양 며느리 절 받으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손자인 철봉군이 "할머니 김철봉입니다"라며 절을 하자 최씨는 철봉군을 끌어안으며 "영락없이 아빠 닮았구나"라고 말했다. 손녀인 은경씨도 "절 받아주세요"라며 큰절을 했다.

절을 마친 뒤 영남씨는 아버지는 언제 돌아가셨는지 등 궁금한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이날 김씨 모자의 상봉은 다른 이산가족들의 단체 상봉장과 분리된 별도의 방에서 진행됐다. 또 상봉 앞부분 10여분만 언론에 공개된 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씨가 이날 비공개 상봉에서 납북 경위나 일본인 전처 요코다 메구미씨 등과 관련한 언급을 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있다.

또 김씨는 29일 금강산에서 30분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회견 내용이 주목된다.

김씨는 1978년 고교 1학년 때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된 이후 남파 간첩 교관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의 첫 부인 요코다 메구미씨는 열세살이던 지난 1977년 11월 납북되었으며 1986년 김영남씨와 결혼했다. 북한은 요코다 씨가 지난 1994년 산후 우울증으로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1월 북.일 정상회담에 따라 북한은 메구미씨의 유골을 직접 일본정부 대표단에 전달했다. 그러나 일본은 DNA 감정결과 제3자의 것이라고 주장해 '가짜유골' 논쟁이 벌어졌다.

김영남씨 관련 일지

(서울=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 북한 공작원에 의해 북으로 끌려간 김영남(45)씨가 28일 금강산 이산상봉장에서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 최계월(82)씨와 누나 영자(48)씨 등 남한 가족을 만났다.

다음은 김영남씨 납북과 북한내 행적 관련 일지.

▲1977 = 김영남 첫 부인 요코다 메구미(당시 13세) 일본 니가타(新渴)현에서 실종.

▲1978.8.5 = 김영남(당시 16세.군산기계공고 1년)씨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실종.

▲1986 = 김영남-메구미 평양 순안공항 인근 대양리 초대소에서 결혼.

▲1987 = 김영남-메구미 딸 혜경(19.가명, 은경) 낳음.

▲1993 = 메구미의 산후 우울증으로 가을부터 별거.

▲1994 = 메구미 자살(북한측 주장).

▲1997 = 남파간첩 김광현 "임무 마치고 북으로 귀환하던 중 김영남 납치했다"고 진술.

▲1997 = 김영남, 박춘화(31)와 재혼.

▲1999 = 김영남-박춘화 아들 철봉(7) 낳음.

▲2002.9 =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본 고이즈미 총리에게 메구미 납치 및 사망사실 확인.

▲2004.11 = 김영남, 일본정부 대표단에 메구미 유골 직접 전달.

▲2004.12 = 일, 메구미 유골 DNA 감정 결과 가짜로 판명됐다고 주장.

▲2004.12 = 북, '메구미 유골 가짜'라는 감정 결과는 날조됐다고 주장.

▲2005.3 =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 "일 유골감정팀, 분석오류 가능성 인정" 보도.

▲2006.2 = 북, 일 정부에 '가짜유골 주장' 해명 요구.(국교정상화 회담서)

▲2006.4.11 = 일 정부, 김영남의 남한내 가족과 딸 혜경의 DNA 대조해 김영남-메구미 부부 사이로 확인.

▲2006.5.16 = 메구미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씨와 김영남 어머니 최계월씨 서울서 상봉.

▲2006.6.8 = 북, 김영남 생존사실 확인. 6월말 금강산 남북 이산가족 상봉서 어머니 최씨와 상봉자리 마련키로 결정.

▲2006.6.28 = 김영남, 금강산 상봉장서 어머니 최계월씨, 누나 영자씨와 상봉.

moon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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